미국 실리콘밸리 로스알토스에 있는 일본 도요타연구소(TRI). 이곳은 ‘타도 테슬라’를 목표로 도요타가 미래 자율주행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설립한 전초 기지다.

지난 8일 한국경제신문과 서울대 공과대학 교수진으로 구성된 특별취재팀이 방문한 TRI에서는 고도의 보안 속에 자율주행 알고리즘 테스트 작업이 한창이었다. 자율주행 차량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시뮬레이션하는 첨단 설비와 분석기기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아비나시 발라찬드란 TRI 자율주행 부문장은 “내년 양산에 들어갈 도요타 자율주행차의 기술적 토대를 마련한 이곳은 도요타 연구개발(R&D)의 또 다른 심장”이라고 말했다.

TRI는 글로벌 자율주행 기술 경쟁에서 뒤처진 도요타의 위상을 단숨에 끌어올린 연구 성과로 유명하다. 연구 인력 220여 명이 투입된 이곳에서 2020~2021년 나온 자율주행 관련 특허만 3012개로, 테슬라 제너럴모터스(GM) 구글 애플 등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

TRI가 주도하는 도요타 자율주행 자동차 전략의 핵심은 ‘인간 중심 지능형 운전(HID: human-intelligent driving)’이다. 테슬라 구글 GM 등의 ‘인간이 완전 배제된 완전자율주행’ 개념과 달리 인간과 인공지능(AI)의 협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발라찬드란 부문장은 “사람이 일절 개입하지 않는 자율주행 환경은 수십 년이 지나도 오지 않을 것”이라며 “도요타는 운전자 개개인의 특성에 맞춘 AI 자율주행 기술로 당장 내년부터 시장 판도를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로스알토스=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