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통령 아들, 아르헨 높은 물가 조롱하며 부친 지지 호소
경제위기 부각하며 "룰라는 브라질 버전의 아르헨 대통령" 공세도
"아르헨처럼 안되려면"…브라질대선 선거홍보물에 아르헨 '발끈'
브라질 대통령선거 결선투표를 2주 앞둔 가운데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아들이 부친의 당선을 돕기 위해 게재한 선거홍보물에 아르헨티나 국민이 발끈하고 나섰다.

논란은 에두아르두 보우소나루 의원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의 올린 동영상에서 시작됐다.

아르헨티나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 후 계산하는 동영상에서 그는 아르헨티나 화폐 중 가장 가치가 높은 1000페소 지폐를 끊임없이 세면서 계산서를 확인한다.

지폐는 세도 세도 부족하고 식당 테이블을 가득 덮은 후에야 이를 멈춘다.

그러면서 이러한 상황에 직면하지 않으려면 아버지인 보우소나루를 찍어달라는 글을 올렸다.

동영상은 물론 동영상에 대한 설명에 아르헨티나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은 없었지만, 아르헨티나의 현 경제위기와 살인적인 물가로 인한 화폐 가치 하락을 신랄하게 조롱했다고 아르헨티나 언론들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르헨티나 1000페소 지폐는 공식환율로는 9500원에 해당하나 아르헨티나에 현존하는 15개 이상의 환율 중 관광 달러 환율로 계산하면 우리 돈 4500원에 불과하다.

1000페소 지폐는 2017년말에 처음 발행됐을 때 55.4달러(7만8600원)의 가치를 지녔으나, 현재 고작 3.16달러(4500원)밖에 되지 않아 높은 물가와 화폐 가치 하락을 증명하는 상징물이 됐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아들인 에두아르두는 아버지와 같은 극우 성향 정치인으로, 아버지 못지않은 거침없는 언행탓에 자주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8월엔 산티아고 카피에로 아르헨티나 외교장관과 서로 '무식하다', '영어도 못 한다'며 트위터상에서 설전을 한 바 있다.

에두아르두는 현지 언론 인포바와의 인터뷰에서 아르헨티나의 경제 현황과 일상생활을 직접 보고 기록해 이를 아버지 선거운동에 활용하기 위해 현지를 방문했다고 밝혔다.

그는 아르헨티나 경제는 베네수엘라와 비교할 정도로 안 좋고 정말 나쁜 예라면서 사회주의자들이 정권을 잡으면 어떻게 되는지 브라질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특별히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친과 결선투표에서 맞붙은 루이스 이그나시오 룰라 다시우바는 브라질 버전의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이라면서 룰라가 정권을 잡게 되면 브라질도 경제위기 중인 아르헨티나처럼 될 것이라면서 부친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중남미 국가 정치인들은 다른 나라 대선을 내정간섭이라 간주하여 개입하지 않는 일반적인 국제외교 룰을 깨고 이념 색깔에 따라 상대국 후보를 지지하거나 비난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중도좌파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에 대해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던 시절부터 맹비난을 퍼부었다.

지금도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대선 결선 선거운동에서 아르헨티나를 자주 언급하면서, 아르헨티나는 베네수엘라의 전철을 밟고 있으며, 아르헨티나처럼 되지 않으려면 룰라가 아닌 자신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국민들도 브라질 대선에 관심이 적지 않으며 정치 성향에 따라 지지가 갈리고 있다.

중산층 거주지에 사는 카를로스(44)는 "보우소나루 부자는 2004년부터 2012년까지 브라질을 성공적으로 이끈 룰라가 퇴임 시 80%를 넘는 지지도를 기록한 것도 기억 못 하는 바보들"이라고 비난하면서 "중남미 좌파에는 신물이 나지만, 룰라는 다르다"며 룰라를 지지했다.

반면에 같은 지역에 사는 마벨(63)은 "막말하고 아마존 보존에도 관심 없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정말 싫지만, 그래도 좌파 정부는 더 싫다"고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선전을 빌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