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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즈에 밝은 싱가포르 MZ세대
지난 9월 28일~29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Token2049’ 컨퍼런스에 다녀왔다. 전 세계의 수많은 유명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관련 기업들과 유명인들이 참가한 행사답게 엄청난 인파가 몰렸다. 더 놀라운 일은 오히려 행사가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온 후에 벌어졌다. 행사 기간동안 만났던 싱가포르 암호화폐 산업 종사자들이 보여준 뛰어난 세일즈 전문성 때문이다.
한국으로 귀국한 후 10곳 이상의 기업들과 후속 화상미팅 기회를 가졌다. 대부분 거래소, 프라임 브로커리지, 또는 커스터디 기업의 세일즈 담당자들이었다. 나 역시 예전 직장생활을 할때부터 지금까지 세일즈를 해왔기 때문에 나름 이 분야를 잘 안다고 자부한다.
내가 세일즈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은 바로 ‘상대방을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을 고민하는 것이다. 단순한 기브앤테이크(Give and take)의 관점이 아니다. 상대방에게 내가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주고 깊은 관계를 맺는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성과는 자연히 따라온다. 경험상 단기 성과에 매몰되어 상대방을 ‘꼬시는데’만 급급하면 일이 잘 성사되지 않는다. 결국 비즈니스도 사람에 대한 믿음이 성패를 가른다.
내가 만난 싱가포르 담당자들은 모두 탁월한 세일즈 스킬을 지니고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나와 우리 회사를 위해 자신들이 해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먼저 고민했다. 나의 고민거리를 파악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간 후 내가 처한 상황이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냈다. 말로만 하는척 하는것이 아니라 행동까지 확실했다. 자신이 직접 도울 수 없는 일이면 다른 사람을 소개해 주기라도 했다. 다들 나이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정도로 젊지만 세일즈 능력 만큼은 이미 최고다.
그들은 어떻게 그렇게 빨리 자신들의 커리어에서 최고의 실력을 갖추게 되었을까? 몇몇 사람들과 링크드인(Linkedin, 구직 전문 SNS) 1촌 사이가 되어 경력을 보게되었는데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들은 모두 자신의 몸값을 높이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온 것으로 보였다.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마치 20년 정도 사회생활을 한 사람처럼 빼곡히 들어찬 경력 및 학력 기술서가 돋보였다. 다들 한순간도 자기자신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 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투기로 단기간에 성공하겠다는 착각
암호화폐와 주식, 그리고 부동산은 대표적인 위험자산이다. 내 주변에는 이들에 잘 투자하여 한탕 크게 벌어 은퇴하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여기서 ‘한탕’이라는 단어에 집중해야 한다. 이들에게 있어서 투자는 좋은 기회를 포착해 한번에 베팅하여 큰 이윤을 남기는 행위를 말한다. 그러나 이런 것은 투기이지 투자가 아니다.특히 암호화폐 시장에는 투기를 일상처럼 일삼는 행위가 만연하다. 많은 투자자들이 하루동안 급등할 코인 종목을 찾아 헤매며 수십차례 거래를 반복하거나, 선물 옵션을 이용해 레버리지까지 써서서 방향성에 베팅하는 등의 위험한 방법을 즐겨 사용한다. 본사 소재지도 분명치 않은 거래소에 큰 금액을 넣어놓고 신규 코인 종목이 상장되면 덜컥 매수하거나 높은 이자를 주는 상품에 의심없이 투자하기도 한다. 디파이(Defi, 탈중앙화 금융)의 수익률이 줄어든 요즘은 덜하지만, 높은 이자를 주는 디파이 서비스만 골라 옮겨다니며 수익을 올리는 ‘이자농사’도 여전히 횡행한다.
주식시장에는 이런 금언이 있다. ‘주식투자는 어떤 사람은 부자로 만들지만 모든 사람을 부자로 만들지는 않는다.’ 평균적인 주식 수익률은 언제나 시장 이자율에 수렴한다는 말도 있다. 여기서 한 걸음 나아가면 어떤 이자율도 경제성장률과 물가 상승률의 합계를 넘어서지 못한다는 법칙으로 연결된다. 그 어떤 초과수익도 알고 보면 리스크의 함수일 뿐이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주가는 기업이 생산한 가치 이상으로 절대로 더 오르지 못한다는 격언은 암호화폐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개인 투자자가 단기적인 베팅으로 시장 수익률을 초과하는 수익을 올리기란 매우 어렵다. 누구나 자기 자신이 돈을 벌 수 있는 감각과 지식을 지녔다고 생각하지만 시장에는 언제나 자신보다 훨씬 더 똑똑한 사람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투기를 통해 한탕 벌어 일찍 은퇴하겠다는 목표는 그리 이성적이지 못한 생각이다. 그러나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고있다.
이성적인 사람이라면 처음 들어보는 코인 종목에 전 재산을 투자하기보다는 자기 자신에 투자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꼭 금전만 해당하는것이 아니라 시간을 투자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학생이라면 남들보다 더 높은 경쟁력을 갖기위해 더 풍부한 경험을 쌓아야 하며, 직장인이라면 몸값을 높이기 위해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고 그것을 기반으로 더 높은 보수를 주는 직장으로 이직하는 노력을 해야한다. 만약 나처럼 사업을 하고있는 사람이 주식 앱이나 암호화폐 거래소 창을 켜놓고 하루종일 들여다보고 있다면 당장 멈춰야 한다. 사업은 24시간을 집중해도 성공할까 말까한 위험한 도전이다. 이미 리스크가 넘치는 인생에 투기로 망할 리스크까지 추가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100년을 버틸 강철에 투자하라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의 수익 대부분을 비트코인을 매입하는데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한 마이클 세일러는 비트코인을 ‘고도로 집중화된 디지털 에너지’라고 즐겨 정의한다. 그는 이 정의를 풀어 설명할때 ‘강철’과 ‘빌딩’을 일상생활의 흔한 예로 든다. 도시 문명은 우리가 강철을 만들어 높은 빌딩을 지어 올릴 수 있게 되면서 고도로 발전할 수 있었다.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는 도시에서 높은 빌딩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늘을 뚫고 쭉쭉 뻗어 올라간 빌딩들 덕분에 우리는 인력과 자본이라는 에너지를 도시라는 공간에 고도로 집중화할 수 있었고, 그 덕에 경제는 더욱 크게 발전할 수 있었다.빌딩을 지을때 쓰이는 강철은 ‘고도로 집중화된 철 에너지’의 결과물이다. 강철은 철을 주성분으로 하는 금속 합금이며 철이 가지는 성능을 제강이라는 과정을 통해 인공적으로 높인 것이다. 강철이 지닌 높은 내구력 덕분에 건축, 교량, 공작 기계, 항공기, 선박, 자동차, 열차부터 칼, 프라이팬에 이르기까지 원래는 알루미늄이나 구리 등 천연 금속을 사용하던 것들이 강철로 대체됐다. 더 먼 과거로 돌아가면 나무로 만든 배가 철갑선에 대체되었고, 나무 몽둥이와 돌멩이가 칼과 창, 그리고 활에 의해 대체됐다. 인류의 삶은 언제나 에너지의 집중화를 통한 새로운 발명을 통해 진보해왔다. 어떻게 보면 인류 그 자체가 번영과 혁신을 위한 필수재라고도 할 수 있다.
비트코인 역시 인간이 만든 발명품이다. 비록 발명가의 정체는 여전히 베일에 쌓여있지만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익명을 사용한 이 발명가는 디지털이라고 하는 다소 생소한 에너지를 고도로 집중화 시키는데 성공했다. 이 설명이 너무 어렵게 느껴진다면 앞서 예를 든 강철을 다시 떠올려보면 좋다. 철을 고도의 기술력으로 제조하여 만든 강철이 세상에 나온 뒤로 우리가 살고있는 아파트와 우리가 일하는 오피스 빌딩 등이 널리 지어질 수 있었다. 우리는 아파트와 빌딩 속에서 생활하며 이 건물이 앞으로 몇년안에 무너질지에 대한 걱정을 잘 하지 않는다. 강철로 만들어진 건물의 뼈대가 충분히 튼튼한 데다가 건축 기술을 통해 100년도 버틸만큼 충분히 안전하게 지어졌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직간접적으로 잘 알고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디지털 세상의 뼈대가 될 가장 튼튼한 구조물이다. 기술적으로 봤을때 거의 완벽에 가까운 안전성을 지녔기 때문에 디지털 세상에 건물을 짓기 위해 필수 자재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돈’이라는 재화를 정부나 은행이라는 중간자의 개입 없이 디지털화 한다면 어떤 재화를 이용해야 할까? 개인과 개인간 무신뢰 기반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네트워크는 비트코인 말고도 많이 있지만, 그 어떤 네트워크도 비트코인의 안전성을 따라갈 수 없다. 마치 강철이 알루미늄과 구리를 대체하고, 알루미늄과 구리가 나무와 돌멩이를 대체했듯이 비트코인은 앞으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될수록 많은 것들을 대체하게 될 것이다.
투자는 평생 함께하는 동반자와 같다. 그러므로 건강한 투자는 내 재산이 100년 이상 변함없이 지속될 수 있는 안전한 것에 해야한다. 만약 누군가 1970년대 강남 부동산을 사서 5~10년만에 팔았다면 얼마나 아쉬울까? 100년을 투자할 자산을 골랐으면 이제 남은 시간은 나에게 투자하는데 쓰는것이 중요하다.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나의 가치를 올리는 일 만큼 중요한 투자는 없다. 비트코인은 나에게 투자할 시간과 자유를 돌려준 고마운 발명품이다.
백훈종 샌드뱅크 COO는…▶이 글은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구독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소개한 외부 필진 칼럼이며 한국경제신문의 입장이 아닙니다.
안전한 크립토 투자 앱 샌드뱅크(Sandbank)의 공동 창업자 겸 COO이자 "웹3.0 사용설명서"의 저자이다. 가상자산의 주류 금융시장 편입을 믿고 다양한 가상자산 투자상품을 만들어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샌드뱅크를 만들었다. 국내에 올바르고 성숙한 가상자산 투자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각종 매스컴에 출연하여 지식을 전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