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대축제 맞아 식재료 수요 급증
경쟁국 인도네시아의 견제로 공급 난항
16일(현지시간) 세계 2위 팜유 생산국인 말레이시아 팜유 시장에선 선물(12월물) 가격은 t당 3833링깃(약 116만원)을 기록했다. 전 거래일보다 168링깃(4.68%) 상승한 수치다. 최근 3주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것이다. 지난달 급락세와는 다른 모습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9월 말레이시아의 팜유 재고량이 3년 만에 최대치를 찍으며 팜유 가격이 하락했다. 지난 8월에는 작년에 비해 10% 이상 비축량이 늘었다. 같은 기간 인도네시아에선 팜유 재고가 7월 591만t에서 404만t으로 줄며 공급량이 감소했다.
말레이시아팜유위원회(MPOB)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팜유 생산량은 수확기를 맞아 올해 6~9월 생산량이 작년에 비해 2.3%가 증가해 총 177만t을 기록했다. 2년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식물성 기름인 팜유는 과자, 라면 등을 만드는 공장에서 주로 사용되고, 화장품 등 소비재 원료로도 쓰인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가 전 세계 생산량의 약 90%를 차지한다. 경기침체로 수요가 줄어들 거란 예상이 우세했지만, 시장에선 반대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국제 유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유가가 급등할 거란 전망이 우세해지자 바이오 연료 수요가 확대됐다. 바이오 연료의 주재료로 쓰이는 콩과 옥수수 등의 가격이 치솟자 상대적으로 저렴한 팜유를 대체재로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식물성 기름 중개업체인 선빈그룹의 아닐쿠르 바가니 리서치 책임자는 “다른 식물성 기름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팜유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중국을 비롯해 파키스탄, 중동 지역 등의 수요가 강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 1위 팜유 수입국인 인도의 수요가 불어난 탓도 있다. 오는 21일부터 인도 힌두교의 주요 축제 중 하나인 ‘디왈리 축제’가 개최되며 수출량이 불어났다. 지난 9월 말레이시아의 팜유 수출량은 전년 대비 9.25% 증가한 142만t을 기록했다. 2021년 9월 이후 최대치다.
팜 농장 노동자 처우 갈등으로 공급이 위태로울 거란 주장도 나온다. 지난 7월 인도네시아 정부는 말레이시아를 겨냥해 인도네시아의 노동자 인력 송출을 거부한 바 있다. 말레이시아가 인력공급협정(PDI)에 규정되지 않은 온라인 플랫폼으로 노동력을 조달했다는 이유에서다. 인도네시아 노동자 없이는 말레이시아 팜 농장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팜유 양대 생산국 사이의 갈등으로 인해 상승 폭이 제한될 거란 전망이다. 말레이시아가 팜유 생산에 차질을 빚은 사이 인도네시아가 출하량을 늘릴 거라는 설명이다. 인도네시아 팜유협회(GAPKI)는 지난 11일 인도네시아의 팜유 관세 철회에 대해 “다른 국가와의 경쟁 속에서 인도네시아의 팜유 경쟁력을 끌어올릴 기회다”라고 밝혔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