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 전문가가 현재 시장에 대해 바닥권에 근접한 것 같다고 추정했다. 향후 실적 둔화 등 우려가 대두되며 시장이 추가 하락을 겪을 순 있겠지만, 투자심리가 계속 악화돼 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반등할 시기가 가까워졌다는 판단이다.
리즈 안 손더스 찰스슈왑 수석투자전략가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마켓 스냅샷 비디오를 통해 "우리는 단기적으로 변동성 큰 장세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현재 투자심리가 너무 나쁘기 때문에 (역설적으로)투자 전망이 더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리즈 수석투자전략가는 투자자들의 심리를 분석하는 것 만으로도 매매 타이밍을 포착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존 템플턴의 '강세장은 비관론에서 태어나고, 회의론에서 성장하며, 낙관론에서 성숙하고, 행복감에서 죽는다'는 명언은 시장의 사이클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아주 훌륭한 방법"이라며 "(실적이나 경제성장 등 펀더멘털에 대한 얘기는 제치고)투자자들의 심리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보겠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개인투자자들의 투심은 매우 악화돼 있는 상황이다. 그는 미국 개인투자자협회의 자료를 인용해 최근 강세론자의 비율이 역사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점을 짚었다. 다만 같은 자료에서 이들의 자산 내 주식 비중은 여전히 크다는 점에서 공포심리가 극에 달하진 않았다고 봤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자료에서도 가계의 주식투자비중(뮤추얼펀드, 401k 등 포함)은 50%를 상회하며 1850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는 "최근 개인투자자들의 주식비중이 낮아지긴 했지만 약세장이나 약세장 종말에서 나타나듯 비중의 급격한 감소는 나타나지 않았다"며 "투자심리가 극도로 약해졌을 때 주식비중은 현재보다 50% 더 낮은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리즈 수석투자전략가는 센티멘트레이더(SentimenTrader)의 모델로 분석했을 때에도 아직 투자자들은 패닉상태에 빠지진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는 "지금의 투자심리 하락 수준은 1990년대 후반이나 2000년대 후반과 같은 시기, 또는 2009년 약세장이 끝났을 때 나타났던 수준은 아니"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그는 투자자들이 항복했을 때 시장 수익률이 더 나아지는 경향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그는 가계의 주식투자비중을 5분위로 나누었을 때, 주식비중이 가장 높았을 경우(평균 54.6%)엔 10년 후 최소 -3%에서 최대 4.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주식비중이 가장 낮았을 경우(평균 29.1%)엔 10년 후 최소 13.2%에서 최대 16.3%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훨씬 양호한 수익률을 보였다. 리즈 수석투자전략가는 "투자심리는 극단적인 지점에 도달했지만 아직 행동에 옮기진 않은 투자자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며 "가계의 주식 비중이 시장의 약세와 함께 계속 축소된다면 미래 수익률 전망은 더 나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그는 투자자들의 패닉이 고조되고 있어 시장이 바닥권을 향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금 시장 상황은 2009년 3월 시장이 바닥을 치기 직전인 2008년 가을과 같다고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투자자들은 여전히 큰 변동성과 추가적인 약세를 극복해야 했다"며 "지금도 단기적으로는 여전히 더 험난한 여정이 될 테지만 투자심리가 너무 나빠졌기 때문에 더 나은 전망을 해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