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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만이 경영에서 손 뗀다 해도…
완성된 시스템으로 지금처럼 아이돌 육성 가능"
박진영 의존도 낮춰 재평가 된 JYP 사례도
[마켓PRO] 증권가가 '이수만 빠진 SM'도 유망하다 보는 까닭
'이수만 없는 에스엠이 지금처럼 히트 아이돌을 계속 만들어낼 수 있을까'

주주행동주의에 백기를 든 에스엠에 대해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에스엠과 라이크기획의 계약이 올해 말로 종료되면서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경영에서도 손을 뗄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다. 지배구조가 개선된 것은 긍정적이나 이수만 프로듀서가 손을 뗀 뒤로도 좋은 아이돌을 제작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수만 없는 에스엠도 충분히 지금 수준, 혹은 지금 이상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들은 이미 에스엠의 프로듀싱 시스템이 안정화됐다는 점과, JYP엔터테인먼트가 박진영 프로듀서의 의존도를 낮춰 기업가치를 크게 높였다는 점을 지적한다.

◆10년 전 완성된 IP 제작 시스템

성공하는 아이돌의 가장 큰 전제조건은 중독성 있는 음악과 좋은 안무다. 아이돌의 매력도 중요하지만 결국 소비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지 못하면 주목받지 못한다. 에스엠은 국내 연예기획사 중 가장 빠르게 지적재산권(IP) 제작에 관한 시스템을 도입한 곳이다. 이수만 프로듀서의 부재에도 오래 전부터 완성돼 있는 IP 제작 시스템으로 하여금 지금의 명맥을 이어갈 수 있다고 시장이 보는 이유다.
[마켓PRO] 증권가가 '이수만 빠진 SM'도 유망하다 보는 까닭
앞서 에스엠은 2009년부터 다양한 해외작곡가 풀을 만들어왔고, 이들을 국내에 초대해 '송 라이팅 캠프'를 열어왔다. 지금도 송 캠프를 통해 수 백명의 해외 작곡가들을 한 데 모아 협업시킨 뒤 아티스트에 어울리는 히트송을 만들어낸다. 작곡가 입장에서도 자신의 곡이 멋진 군무와 화려한 무대와 결합될 때 쾌감이 크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송 캠프에 참가한다는 후문이다. 케이팝의 위상이 더 높아진 것도 작곡가들의 참여율을 높이는 또 다른 요인이다. 최근 발표된 에스파나 NCT127 등 에스엠 아티스트들의 히트곡 작곡가 구성을 보면 여러명의 이름이 한꺼번에 기재돼 있는 것(위 사진)을 발견할 수 있다. 안무 역시 이젠 기획사 소속 안무가가 직접 다 짜지 않는다. 여러 댄서팀에게 안무 초안을 의뢰한 뒤, 각 초안에서 좋은 부분들만 뽑아서 전체 안무를 만드는 식으로 바뀐 지 오래다.

◆박진영 의존도 줄여 기업가치 높인 JYP

이수만 프로듀서의 의존도를 낮출 경우 에스엠의 기업가치는 크게 제고될 수 있다. 이는 JYP의 사례로 증명된 바 있다. 트와이스 데뷔 이전만 하더라도 JYP 아티스트의 대표곡들과 안무는 대부분 박진영 프로듀서가 주도권을 쥐고 만들었다. 한 명의 맨 파워에 의존한 회사에 대해 시장은 큰 베팅을 하기 어려웠다. 2015년말에만 하더라도 JYP의 시가총액은 1500억원 수준으로, 당시 소녀시대 일본진출 성공 등으로 주가가 고공행진했던 에스엠 시가총액(1조원)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박진영 프로듀서가 JYP의 생산성과 안정성을 높이고자 회사 내 자신의 위상을 낮추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박진영 프로듀서도 자신의 쓴 곡을 트와이스의 타이틀곡으로 만들려면 JYP 내 음악선곡위원회에서 표를 얻어야 한다. 이 위원회에선 평사원 부터 본부장까지 모두 한 표씩 행사한다. 심지어 박진영 프로듀서 본인도 솔로앨범을 내려면 이 위원회의 동의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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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등 재무 개선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실제 작년 에스엠의 매출은 7016억원, JYP는 1939억원을 기록하며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반면 영업이익은 에스엠이 675억원, JYP가 579억원으로 거의 차이가 없다. 작년 JYP의 영업이익률은 29.9%에 육박하지만 에스엠의 영업이익률은 9.6%에 불과하다. 트와이스의 성공과 동시에 해당 시스템이 정착하고 재무구조 개편까지 이뤄지면서 JYP는 시장에서 재평가받기 시작한다. JYP의 시총은 2018년 에스엠을 처음 역전해 이후 대부분의 기간을 앞선다. 현재 에스엠의 시가총액은 1조6100억원으로 JYP 시총(1조9800억원)에 뒤진다.

◆"무난히 JYP 시총 따라잡을 수 있다"

물론 투자자들이 가장 원하는 그림은 이수만 프로듀서가 남아있으면서 개인회사(라이크기획)만 정리되는 것이다. 현재 이수만 프로듀서의 정확한 역할을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이수만 프로듀서의 부재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도 크기 때문이다. 만약 이수만 프로듀서가 이사로서 계속해서 프로듀싱을 해 나간다면 정해진 보수한도에 따라 매년 최대 60억원을 수취하게 된다. 작년 이수만 프로듀서가 라이크기획을 통해 240억원을 받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에스엠 측은 연간 200억원 가까운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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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엠의 지배구조가 개선되면 시가총액 2조원 수준까진 무난하게 바라볼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에스엠의 실적을 감안하면 JYP에 비해 저평가 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한 시장관계자는 "에스엠 시가총액이 JYP 수준이 될 때까지 에스엠 주식을 산다는 건 사실상 아비트라지(차익거래)나 다름 없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자회사 매각과 디어유의 고성장, 첫 번째 배당 등 확실한 체질개선이 나타나고 있다"며 "라이크기획 계약마저 종료된다면 가버넌스 이슈까지 해소되는 것이므로 궁극적인 목표 시가총액은 3조원"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