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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 집중탐구

"라이온하트스튜디오, 상장 철회 아닌 '연기'"
LG화학 물적 분할 사태처럼…모기업 디스카운트 불가피
논란에도 상장 강행 이유 살펴보니…풋옵션 발목
사진=뉴스1
사진=뉴스1
카카오게임즈가 최근 자회사 라이온하트스튜디오(라이온하트)의 중복 상장 논란과 관련해 한발 뒤로 물러났습니다. 시장에서 '쪼개기 상장' 논란이 불거지자 추진 중이던 상장 계획을 중단한 것이죠.

라이온하트의 코스닥 상장 계획은 '철회'가 아닌 '연기'입니다. 카카오게임즈는 라이온하트 상장을 내년 상반기에 재추진한다는 방침입니다. 시장에선 모회사 디스카운트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사업부나 자회사 분할 상장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되면서 분사를 시도하는 업체들의 주가 흐름이 나빠지고 있기 때문.

연초 사업부 쪼개기 상장을 진행했던 LG화학도 디스카운트 논란에 휩쌓였죠. LG화학에서 성장 잠재력이 큰 배터리 부문(LG에너지솔루션)이 떨어져 나가면서 기업가치 할인 이슈가 불거진 것. 당시 증권가에선 LG화학에 대해 LG에너지솔루션의 물적 분할 상장에도 밸류에이션에는 문제가 없다는 분석이 제기됐지만, LG화학 주가는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직후 계속해서 하향 조정됐습니다.

실제로 작년 1월15일 장중 100만원을 돌파했던 LG화학 주가는 LG에너지솔루션 물적 분할 상장 추진 소식과 함께 떨어졌습니다. 작년 말 종가 기준 61만5000원까지 주가가 추락했죠. 1년 만에 주가가 고점 대비 2분의 1 수준이 된 것.

이후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첫날인 1월27일 하루에만 8% 넘게 주가가 빠지기도 했습니다. 특히 지난 달 LG에너지솔루션이 주당 50만원대를 회복할 때도 LG화학은 주당 6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한때 100만원을 웃돌던 LG화학 주가는 배터리 사업부 물적 분할 직후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국 시장이 우려했던 모회사 디스카운트가 발생한 것이죠.

일부 전문가들은 추후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 상장이 LG화학 물적 분할 사태처럼 모회사 디스카운트를 야기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라이온하트가 카카오게임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보니 주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란 설명입니다.

우선 우리는 라이온하트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회사는 지난해 국내를 강타한 '오딘: 발할라라이징'을 만든 개발사입니다. 오딘은 지난해 6월 출시 직후부터 돌풍을 일으키며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1위에 등극한 게임이죠. 관련 업계에서 몇 년간 1위였던 리니지M과 리니지2M을 제치면서 주목받았습니다.

카카오게임즈는 2018년 라이온하트에 50억원을 초기 투자해 지분 8.33%를 확보했습니다. 이후 추가 매입을 통해 지분을 21.58%까지 높였죠. 투자와 함께 지난해 오딘의 게임 유통(퍼블리싱)을 맡아 출시 후 4개월간 4000억원 넘는 매출을 올렸습니다. 지난해 연결 기준 카카오게임즈 매출액이 1조124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거의 절반 수준에 달하죠.

카카오게임즈는 오딘이 흥행한 이후 자사 유럽법인을 통해 라이온하트 주식 22만5260주(30.37%)를 인수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게임즈는 선급금 4500억원과 잔금 7541억원을 지급했죠. 기존 보유지분을 합치면 약 52%에 달합니다.

'풋옵션' 때문에 상장 강행?

카카오게임즈가 인수한 지 1년도 안 된 라이온하트 상장을 강행한 이유는 최소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달하는 주식매수청구권(풋옵션) 계약 때문입니다. 앞서 카카오게임즈는 라이온하트 인수 과정에서 경영진들의 나머지 지분(36%)의 투자금 회수를 약속했습니다.

카카오게임즈가 상장을 철회하면 라이온하트의 현 임원이자 옛 최대주주인 김재영 의장 등 경영진의 지분을 비싼 가격에 모두 사들여야 합니다. 최소 수천억원(카카오게임즈와 라이온게임즈 양쪽 합의)에서 수조원(카카오게임즈만 라이온하트 상장을 철회할 경우)의 자금이 필요하게 됩니다.
[마켓PRO] 라이온하트 상장 연기…카카오게임즈 주가 영향 없을까?
그렇다고 라이온하트 상장을 강행하게 되면 카카오게임즈 주주들의 반발이 예상됩니다. 라이온하트 상장 시 모회사인 카카오게임즈 주주들의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죠.

상장 과정에서 라이온하트 가치상승이 모회사인 카카오게임즈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는 '모회사 디스카운트'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카카오게임즈의 전유물이던 라이온하트 가치가 분산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죠. 과거 SK케미칼, LG화학 등은 사업부문 쪼개기 상장 후 되레 주가가 하락했습니다.

안 그래도 계속된 기준 금리 인상 등으로 성장주인 카카오게임즈 주가도 지지부진한 상황인데, 중복 상장 논란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꼴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게다가 카카오게임즈의 주가가 라이온하트 인수 이후 크게 뛰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미 모기업 시가총액에 자회사 몸값이 상당히 반영돼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IPO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상 같은 회사를 증시에 중복해서 진입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 쉬운 상황"이라면서 "만약 카카오게임즈가 여러 이유로 라이온하트 상장을 재추진하면, 단기적으로 주가 조정이 있을 것으로 본다. 라이온하트 IPO 흥행에 따라 변수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모회사 '카카오게임즈' 디스카운트 불가피하다?

실제로 라이온하트 상장이 재추진될 경우 상장 흥행에 따른 모회사 디스카운트 외에도 여러 변수가 생길 것으로 보입니다. 자칫 라이온하트가 IPO 흥행에 실패할 경우 카카오게임즈의 지분가치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죠.

라이온하트의 기업가치 평가에 부정적인 요소로는 '원 게임 리스크'가 있습니다. 성공작이 사실상 오딘 하나밖에 없기 때문이죠. 실제로 게임 하나를 성공시킨 후 성급하게 상장한 기업들은 주가가 좋은 흐름을 보인 적이 거의 없습니다.

대표적으로 베스파가 있습니다. 이 회사는 2017년 모바일 게임 '킹스레이드'를 흥행시킨 뒤 2018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했죠. 하지만 킹스레이드 성공 이후 흥행작을 내놓지 못하면서 사세가 급격히 기울었습니다. 결국 올해 7월 초 임직원 3분의 2 이상인 1000명이 권고사직을 받고 회사를 떠났습니다.

일각에선 라이온하트가 IPO로 성장이 가속화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기도 합니다. 확보한 공모 자금을 통해 차기 작품 개발에 더 많은 자본 투입이 가능해지기 때문이죠. 오딘을 이은 후속작이 성공한다면 라이온하트는 사세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퀀텀 점프' 계기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마켓PRO] 라이온하트 상장 연기…카카오게임즈 주가 영향 없을까?
앞서 라이온하트는 상장을 통해 총 1140만주를 발행할 계획이였습니다. 공모가 밴드는 3만6000~5만3000원으로, 공모가 최상단 기준으로 예상 시가총액은 4조5000억원에 달합니다. 한국거래소 규정상 상장예비심사 승인 뒤 6개월 안에 상장해야 합니다. 이는 라이온하트가 내년 3월까지 언제든 다시 상장을 추진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게임즈의 영업이익 중 라이온하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라이온하트가 상장하면 모회사인 카카오게임즈와 필적하는 시가총액이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는 결국 단기적으로 모회사 주가가 내리는 모회사 디스카운트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습니다.

📂카카오게임즈 프로필(10월17일 종가기준)
현재 주가: 3만7400원
PER(12개월 포워드): 13.16배
적정주가: 6만5500원(최근 3개월 내 증권사 평균 목표가)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 2722억원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