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화재로 ‘서비스 먹통 사태’가 발생한 카카오 그룹주의 시가총액이 하루 새 2조원 넘게 증발했다. 카카오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는 최악의 사건이 발생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주가는 이미 고점 대비 70~80% 급락했지만 하방은 여전히 열려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카카오그룹, 하루 새 시총 2조 날아갔다

카카오 그룹주 시총 하루 새 2조 증발

17일 카카오는 5.93% 하락한 4만83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카카오뱅크(-6.29%)와 카카오페이(-4.16%), 카카오게임즈(-2.22%) 등도 급락세를 기록했다. 오전 장중 8~9%씩 하락하면서 카카오게임즈를 제외한 카카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3개사는 모두 개장 직후 52주 신저가를 다시 썼다.

이날 카카오 그룹주 4개의 시가총액 합은 37조1099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14일(39조1660억원) 대비 2조561억원이 증발했다.

15일 경기 성남시 판교 SK C&C 데이터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카카오톡과 페이 등 서비스가 멈춘 영향이다. 서비스 장애가 장기화하면서 실시간 데이터 백업 체계와 재난 장애 대응이 미비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증권가는 이번 사고로 카카오 매출이 150억~220억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카카오 국내 사업의 하루 평균 매출 수준이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16일까지 비즈보드 광고 판매가 중단됐고 선물하기 기능과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페이지 등도 1~2일간 매출 발생이 없었다”며 “4분기 매출은 최대 1~2% 감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피해 보상 규모는 유료 사용자를 대상으로 가정할 때 약 120억원 수준으로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브랜드 가치 훼손…주가 하방 열려”

그러나 매출 피해나 보상금 지급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카카오 브랜드 가치가 크게 훼손됐다는 점이라는 게 증권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골목상권 침해, 자회사 대표의 회사 상장 직후 스톡옵션 기습 매각, 이중 상장 논란 등으로 인해 지난해부터 카카오 그룹주의 주가가 이미 70~80% 급락한 상황에서 ‘서비스 먹통’이라는 최악의 사건까지 발생했기 때문이다.

카카오톡 메신저 사용자 이탈 가능성이 열린 데다 카카오게임즈와 페이, 멜론 등 카카오톡 로그인을 기반으로 한 각종 서비스 매출도 연쇄적으로 감소할 수 있다. 정의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 카카오 오픈채팅을 수익화하는 등 톡비즈 부문 매출 성장에 주력하려 했지만 사업영역 확장에도 제동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날 유진투자증권은 카카오 목표주가를 10만6000원에서 6만5000원으로, 한국투자증권은 10만원에서 8만원으로 하향했다. 오 연구원은 “카카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39.4배 수준으로 지난 10년간 평균 PER 상단이 30배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이날 인터넷 네트워크 관련 기업은 반사이익을 얻었다. 이번 사고로 정보기술(IT)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확충 필요성이 대두되면서다. 데이터 스토리지 시스템 공급 기업인 데이타솔루션은 상한가를 기록했다. 네트워크 통합 솔루션 전문 업체인 콤텍시스템(15.91%), 인터넷 기반 네트워크 솔루션 업체인 오픈베이스(10.50%), 오파스넷(4.50%) 등도 줄줄이 상승했다.

사고 당일 서비스 복구를 대부분 완료한 네이버는 0.91% 상승한 16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두 회사의 화재 대처가 비교된 데다 카카오 서비스 먹통으로 인한 반사이익까지 기대되면서 주가는 대조를 이뤘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