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지슈터.’

자신의 나이와 같거나 그 아래 스코어를 기록한 골퍼를 뜻한다. 70세라면 70타 이하를 쳤다는 얘기다. 골프계에서는 “에이지슈팅이 홀인원보다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나이가 들어서도 골프 실력과 체력, 재력을 갖추고 있음을 뜻하기에 에이지슈터는 홀인원과 함께 많은 골퍼의 꿈으로 꼽힌다.

미국 남자프로골프(PGA) 챔피언스투어에서 에이지슈터가 탄생했다. 63세 ‘백전노장’ 프레드 커플스(미국)다. 그는 16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캐리의 프레스턴우드GC(파72)에서 열린 SAS챔피언십 최종 3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12개 잡아내며 12언더파 60타를 쳤다. 자신의 나이보다 3타나 적은 스코어다.

그는 최종 합계 20언더파 196타로 우승하며 상금 31만5000달러(약 4억5000만원)를 품에 안았다.

5연속·7연속 ‘줄버디 쇼’

이날 커플스는 화려한 버디쇼를 펼쳤다. 4번홀까지 파를 이어가며 숨고르기를 한 그는 5번홀부터 9번홀까지 내리 5개의 버디를 몰아쳤다. 후반 10번·11번홀에서도 파로 잠시 숨을 고른 뒤 12번홀부터 마지막 18번 홀까지 7연속 버디를 만들어냈다. 보기는 단 한 개도 없었다.

그는 이날 에이지슈팅으로 다소 길었던 부진도 날렸다. 1980년 프로로 데뷔해 1992년 마스터스를 포함해 PGA 투어 통산 15승을 거둔 커플스는 프레지던츠컵 미국 팀 단장을 세 차례나 맡았을 정도로 후배들에게 존경받는 ‘전설’이다. 시니어투어인 챔피언스투어에서도 13번 우승컵을 들어올렸지만 최근 5년3개월 동안 우승 소식이 없었다. 그사이 준우승만 5번 했다.

하지만 이날 무결점 플레이에 에이지슈팅까지 해내며 커플스는 자신의 건재를 세상에 알렸다. 에이지슈팅은 골프전설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나 60대 초반 선수라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커플스 역시 자신의 스코어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오늘은 내 최고의 라운드이자 가장 낮은 스코어를 기록한 날”이라고 말했다.

에이지슈터 비결은 ‘버터 스윙’과 퍼팅

63세의 나이로 60타를 친 커플스의 비결은 힘들이지 않는 부드러운 스윙에 있다. 그 모습이 버터처럼 부드러워서 그에게는 ‘버터 스윙’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이를 무기로 지독한 허리 부상을 딛고 전설적인 커리어를 만들어냈고 60대 초반에 에이지슈터가 됐다.

버터 스윙의 핵심은 힘을 뺀 손이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어드레스 자세를 취하고 있을 때 누구나 손에서 쉽게 클럽을 빼앗을 수 있을 정도의 강도로 클럽을 쥐라”고 조언했다. 그리고 스윙은 드라이버가 아니라 미들 아이언으로 연습하는 것도 버터 스윙을 이룬 중요한 요건이다. 5번이나 6번 아이언을 잘 치면 드라이버 역시 잘 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드라이버 같은 긴 클럽으로 스윙하면 일관된 템포를 만들기 매우 어렵다”고 덧붙였다.

퍼팅도 그의 최대 무기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시니어 골퍼일수록 퍼팅에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비거리가 줄어드는 것을 피할 수 없는 만큼 정교한 쇼트게임으로 커버하면 타수를 지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커플스 역시 퍼팅의 중요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퍼팅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성공의 기회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에이지슈팅을 만들어낸 이번 대회에서도 퍼팅이 빛을 발했다. 정교한 아이언샷으로 잡은 버디 찬스를 놓치지 않고 모두 성공했다. 이날 커플스에게 6타 뒤진 14언더파로 준우승을 차지한 스티븐 알커는 “커플스는 정말 신들린 듯 퍼팅했다”며 “퍼팅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12언더파는 물론 11언더파도 치기 어렵다. 정말 환상적인 플레이였다”고 찬사를 보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