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작은 아씨들' 정서경 작가 "모든 대사에 의미 담으려 노력했죠"
“저의 작품을 두고 해외에서 여러 반응이 나오니 신기할 따름이에요. ‘헤어질 결심’이 오스카 주요 후보가 된다면 굉장히 영광스럽고 기쁠 것 같습니다.”

영화 ‘헤어질 결심’, 드라마 ‘작은 아씨들’ 등을 집필한 정서경 작가(사진)는 17일 온라인 화상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 작가의 작품은 최근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호평받고 있다. 박찬욱 감독과 공동 집필한 ‘헤어질 결심’은 칸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데 이어 오스카 주요 부문 후보에 오를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지난 9일 막을 내린 tvN 드라마 ‘작은 아씨들’은 종영 이후에도 넷플릭스 글로벌 순위 상위권에 머물고 있다. 17일 기준 글로벌 5위를 기록하고 있다.

정 작가는 해외의 호평이 어색한지 짐짓 엉뚱한 이유를 들이댔다. “어렸을 때부터 세계 문학 전집을 가까이 두고 자랐어요. 그래서인지 제가 대사를 약간 번역투로 쓰거든요. 이런 점까지 영향을 미쳐 해외 팬들이 제 작품을 편하게 느끼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정 작가는 명대사 제조기로도 유명하다. 그는 “대사를 쓸 때 거의 모든 대사마다 의미를 담으려고 노력한다”며 “여기에 대사의 의미를 앞뒤 맥락과 매끄럽게 연결지어 생각해 주는 시청자가 많아 대사들이 더 사랑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작가의 명대사는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헤어질 결심’의 “내가 그렇게 나쁩니까”부터 시작해 ‘작은 아씨들’의 “가난은 겨울옷에서 티가 난다” “가난하게 컸어? 하도 잘 참아서” 등이 큰 화제가 됐다. ‘가난 혐오’라는 논란도 있었지만 ‘이보다 더 정곡을 찌를 수 없다’는 평가가 많았다.

정 작가는 영화 시나리오를 주로 집필해 왔다. 박 감독과 2005년 ‘친절한 금자씨’부터 ‘아가씨’ ‘헤어질 결심’까지 함께 썼다. 그러다 2018년 ‘마더’를 시작으로 단독으로 드라마 집필을 시작했다. 이어 4년 만에 ‘작은 아씨들’을 써 많은 인기를 얻었다.

작품은 가난하지만 우애 있게 자란 인주(김고은 분), 인경(남지현 분), 인혜(박지후 분) 세 자매가 부유한 권력층 집안과 얽히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시청자를 끌어당기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차별화된 캐릭터다.

정 작가는 인주가 지독한 가난 속에서 돈에 대한 강렬한 갈망을 드러내는 것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너는 왜 캐릭터를 처음부터 호감형으로 그리지 않냐’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러고 보니 저는 이야기를 캐릭터가 가진 ‘결함’으로부터 시작하는 것 같아요. 이 결함에도 불구하고 극이 진행되며 캐릭터가 점점 사랑받길 원하는 거죠.”

‘작은 아씨들’은 인주 등의 활약에 힘입어 첫 회 6.4%로 시작한 시청률이 마지막 회 11.1%까지 끌어올리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