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소폭 하락했다. 중국 당국이 올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등 경제 지표 발표를 연기하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1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0.15달러(0.18%) 내린 배럴당 85.4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가격은 지난 이틀 동안에만 4% 이상 하락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12월물 가격은 0.01달러(0.01%) 하락한 배럴당 91.62달러에 마감했다.

중국의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가 막을 올린 가운데 투자자들은 중국 당국의 경기 부양책 발표 여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이날 중국 당국이 주요 경제 지표 발표를 돌연 연기하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커졌다. 당초 18일에 발표될 예정이었지만 중국 당국이 급작스러운 조치에 경제 지표가 예상보다 부정적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 같은 우려가 유가 하방요인으로 작용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차 당 대회 첫날인 지난 16일 중국의 경기둔화를 가져온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당 대회 업무보고에서 "우리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인민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했다"면서다.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는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유지하며 생산 활동이 위축되면 원유 수요가 줄어들면서 유가가 내려간다.
WTI와 브렌트유 가격 추이./사진=오일프라이스닷컴 캡처
WTI와 브렌트유 가격 추이./사진=오일프라이스닷컴 캡처
올레 한센 색소은행 상품전략실장은 오일프라이스닷컴에 "글로벌 성장에 대한 일반적인 위험 외에도 유가 약세의 또 다른 원인은 여전히 중국에 있다"면서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중국 정부의 확고한 믿음이 성장과 소비를 감소시킨 반면 계속되는 부동산 위기는 경제 전망을 어둡게 했다"고 말했다.

예상보다 높게 나온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도 유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9월 CPI 상승률은 8.2%로 전달(8.3%) 보다 낮아졌지만 시장 전망치(8.1%) 보다는 높게 나왔다. BOK파이낸셜의 데니스 키슬러 수석 부사장은 로이터통신에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주요 화두로 남아 있다"면서 "미 중앙은행(Fed)이 최소한 내년까지 기준금리를 인상할 예정이기 때문에 원유 수요 파괴사 확대될 것이란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XTB의 왈리드 쿠드마니 수석 시장 애널리스트는 마켓워치에 "경제적 불확실성과 투자 심리가 가격에 핵심적인 역할을 미치고 있어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