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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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청사가 위치한 세종시로 출장가는 공무원들에게 제공되던 저렴한 숙소인 '아름관'이 지난 6월 폐지됐다. 가뜩이나 박봉에 시달리는 공무원들에게 출장업무가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최근 급격히 오른 물가와 집값 등으로 인해 타지역에 정주하는 가족과 떨어져 세종시 '두집 살림'을 하는 공무원들의 생활비 부담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공무원의 열악한 처우를 접한 우수 인재들이 공직을 기피하는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2만5천원 숙소' 폐쇄…출퇴근 버스도 없애

18일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공무원 단기 숙소인 '아름관'이 지난 6월 폐쇄됐다. '아름관' 사업은 정부 소유 아파트를 방 별(아파트 당 3개)로 단기 출장 공무원들에게 하루 2만5000원의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던 사업이다. 아파트 34세대(방 102개)가 아름관으로 활용돼 왔으나, 2020년 11월부터 단계적으로 공무원 가족들에게 분양하면서 축소됐고 이후 13세대 39실로 감축 운영해 왔다. 폐쇄 이후 전체 공무원에게 '폐쇄 공지' 문자가 발송됐다.

아름관은 매일 침구가 교체되고 수건, 우산 등 가재 도구도 대여할 수 있어 지방 관서가 많은 부처의 공무원들에게 특히 수요가 높았다. 하지만 아름관은 정부의 재정 긴축 기조에 발 맞춰 폐쇄된 것으로 전해졌다. 공무원 연금관리공단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활용률이 떨어진 것도 감안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가뜩이나 박봉에 시달리던 공무원들이 비싼 돈을 주고 주변 호텔이나 숙소를 이용해야 할 상황이다. 특히 단기 출장의 경우 숙박비가 따로 지급되지 않는다. 한 정부부처 공무원은 "세종시에는 주로 호텔이 들어서 있고 그나마 숫자도 적어, 저렴한 숙소를 구하려면 조치원까지 나가야 한다"며 "내년엔 호텔이 추가로 들어선다고 새로 들어서는 국회를 겨냥한 것이라 저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서울 지역 출퇴근 버스 노선까지 폐지되면서 귀가도 어려워졌다.

◆월급에서 생돈 100만원 사라져…"가족들에 미안"

한편 물가와 집값 상승으로 인해 세종시 생활비가 크게 늘어나면서 연단위로 장기 파견됐거나 가족들과 떨어져서 세종시에 혼자 거주하는 공무원들의 부담도 만만치 않게 늘었다.

일부 부서에서는 순환복무를 해야 하고, 승진을 하려면 세종시에서 의무복무해야 하는 규정이 있어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장기 파견생활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세종시 근무 기간이 길지 않다 보니 전세 계약이 여의치 않아, 어쩔 수 없이 원룸 생활을 이어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가족들과 떨어져 혼자 사는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다.

5급 사무관 승진을 위해 세종에 거주했던 50대 사무관은 "혼자 세종에 살려면 숨만 쉬어도 월 100만원이 나간다"며 "남는 월급으로 경기도에 있는 가족들이 살림을 꾸리는 걸 보는 심경이 좋지는 않다"고 하소연했다. 오피스텔 등 소형주택 한달 임대료는 50만~60만원대로 오른데다, 식료품 등 생활비 부담도 고물가로 크게 늘었다.

실제로 지난 9월 정부가 발표한 세종시 '서비스요금 시세표'에 따르면 세종시는 주변 지역에 비해 생활 물가가 높은 편이다. 시세표에 따르면 인근 조치원에선 1인분 돈가스가 9000원이지만, 세종시 종촌동은 1만2500원에 달한다. 주택관리비도 조치원은 13만원 수준이지만 세종시는 18만9100원으로 조사됐다.

이에 비해 공무원 임금은 거의 동결 수준이다. 정부는 내년도 5~9급 공무원의 보수를 1.7%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공무원 보수 인상률은 3년째 1%대 이하를 기록하고 있다. 2021년에는 0.9%, 올해는 1.4% 인상됐다. 공무원 연봉 표에 따르면 올해 10년차 5급 사무관의 월급이 360만원을 조금 웃돈다. 월급의 1/3정도는 고스란히 혼자 사는 정주비로 지출이 되는 셈이다.

이런 모습은 부처에 파견된 공공기관 근로자들과도 비교되면서 상대적으로 더 부각된다. 한 과장급 공무원은 "부처에 파견 온 공공기관 직원들의 경우 파견 수당은 물론이고 사택이 나오는 데다, 세종시에서 운용할 차량 렌트비까지 지원해 준다"며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했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젊은 직원들도 선배들의 모습을 다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며 "우수 인력들이 공직을 피하고 기업으로 향하는 현상을 가중시켜, 결국 공공서비스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 높다"고 지적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