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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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가 오는 2030년까지 ‘탄소 없는 섬’(CFI)을 목표로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는 가운데 제주도의 송배전망이 늘어난 전력을 수용하지 못해 신재생 출력제어 횟수가 2000회에 육박할 것이라는 추산이 나왔다. 출력제어에 따른 보상 비용은 5000억원까지 치솟을 전망이지만 정부는 관련한 보상 대책 마련을 하지 못해 논란이 예상된다.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실이 입수한 ‘제주 재생에너지 합리적 수용을 위한 전력 계통 마스터플랜 수립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30년 제주도가 CFI를 달성한다고 가정할 경우 그해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4085MW, 출력제어량은 87만8000MWh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출력제어 횟수는 1934회에 달한다. 그 해 제주도 전력수요 전망(1321MW) 대비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이 3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은 지난 8월 제주도에서 수요 대비 신재생에너지가 과잉 공급돼 출력제어 횟수 및 제어량이 지속해서 늘어날 것이라고 보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해당 연구를 중앙대 산학협력단에 위탁했다.

보고서는 전력도매단가(SMP)와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의 2020년 가격을 반영하고 이 기간 제주지역 최대발전량, 2030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 2800MW 수용 최적 용량 등의 조건을 토대로 계산한 결과 출력제한 보상비용은 4974억원에 달한다는 계산을 내놨다. 최근 SMP와 REC 가격이 지속해서 치솟고 있어 2030년께 발생할 보상비용은 이보다 더 커질 수 있다.

출력제어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몰리는 시간대에 송배전망에 과부하가 걸려 대규모 정전사태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강제로 민간 발전소 등의 가동을 제어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전국에서 신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이 가장 높은 수준인 제주도에서는 이미 출력제어 문제가 본격화했고 지난달 발표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전국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21.5%에 도달할 경우 출력제어 문제가 전국적으로 확산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제주도는 이미 생산량이 수요보다 많은 시간이 있어 출력제어에 들어간 상태인데, 더 생산한다면 육지에 전기를 보내는 수밖에 없다”며 “문제는 제주도에서 남는 전기를 보내는 전라남도의 경우 이미 재생에너지가 풍족해 처치 곤란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2030년에 재생에너지 비중을 21.5%로 올리면 비중이 현재의 3배에 달하고 이마저도 대부분의 물량이 전남에 몰려 호남에서도 당장 내년부터 출력제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출력제어 문제가 이미 제주도 등 지역이 처한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보상 문제를 놓고 대책을 고심 중이다. 업계에서는 한전의 출력제한 조치에 크게 반발하는 상황이어서 명확한 보상책을 마련하지 않고는 사회적 갈등과 이로 인한 비용이 커질 전망이다. 한 태양광발전 사업자는 “강제로 민간 발전사업자의 출력을 제한하는 것은 명백한 재산권 침해인데 이에 대한 보상책은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며 “안정적인 계통 운영에 대한 고려 없이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늘려놓고 그에 따른 피해를 국민에게 떠넘기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 사업자는 “명확한 보상 방안 없이는 출력제어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전력 당국 관계자는 “현재 출력제어에 대한 보상 논의를 이제 시작하려는 단계”라며 “우리나라 시장 제도의 특수성이나 계통의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해외 사례들을 참조해 맞는 정책을 찾아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한국전력은 ‘신재생 발전기 출력제어 조건에 따른 보상정책에 관한 연구용역’을 의뢰한 결과 수급불균형(과잉 공급)에 의한 출력제한으로 발생한 손실에 대해 보상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권명호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전력 수급 상황에 대한 정밀한 분석 없이 신재생에너지 보급 성과에만 급급한 나머지 제주도의 출력제어가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며 "보다 면밀한 전력수급계획 수립과 출력제어에 대한 법적 근거, 보상 제도 등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