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내 조업한 해역에 돌아오면 같은 자리 조업 가능
바닷물 들어차거나 닻 올리다 급격히 기울어졌을 가능성

제주 서귀포시 마라도 해상에서 뒤집혀 4명의 실종자를 낸 마라도 어선 사고 원인은 무엇일까.

마라도 어선 '갈치잡이 명당 지키려다' 뒤집힌 듯
18일 서귀포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 40분께 서귀포 선적 갈치잡이 근해연승어선 A(29t)호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선주와 같은 선단 어선의 신고가 잇따라 해경에 접수됐다.

해경이 오전 5시께 A호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신호가 마지막으로 잡힌 사고 해역에 도착했을 때어선은 이미 뒤집혀 바닥만 보이는 상태였다.

다만, 닻이 바닥에 고정돼 있어 조류에 떠밀려 내려가지 않았다.

A호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신호는 전날인 17일 오후 4시까지 잡혔다.

이에 따라 해경은 이 시간을 전후해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왜 갑자기 닻을 내리고 정박해 있던 배가 뒤집혔을까.

연합뉴스가 취재한 서귀포 어선 업계 관계자들은 강한 바람과 함께 높은 파도가 치면서 정박해 있던 어선에 갑작스럽게 물이 들어찼을 가능성을 꼽았다.

닻을 내리면 파도가 이는 방향으로 선수가 향하게 된다.

흔히 우리가 서프보드를 탈 때 정면으로 파도를 맞는 이치다.

하지만 사고 당시 동쪽에서 서쪽으로 파도가 일었던 것과 달리 북서풍이 강하게 불면서 선수가 돌아 좌현이나 우현으로 바닷물이 들어찼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사고 해역에 전날 낮 12시 이후부터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파도가 3∼4m로 높게 일었다.

사고 해역은 제주에서도 물살이 세기로 악명 높다.

궂은 날씨에 닻을 올리다 기울어져 전복됐을 가능성도 있다.

한 어민은 "4명으로는 갈치를 잡을 수 없다"며 "일단 조업할 자리를 잡고 나머지 승선원을 데리러 가려고 했을 가능성이 있다.

사고 과정에서 닻은 다시 바닥에 박혔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어민은 "한 어선이 선점한 자리에 24시간 내로 다시 돌아오면 그 어선이 계속해서 해당 자리에서 조업을 이어갈 수 있는 선단 간 암묵적인 규칙이 있다"며 "이로 인해 A호가 그날 당장 조업하지 않더라도 자리를 잡으려고 나갔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고 해역은 갈치 어장이 형성돼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암묵적인 규칙에 따라 A호가 자리를 먼저 확보하면 나중에 온 어선은 A호에서 최소 1.8㎞ 떨어져 조업해야 한다.

A호가 지난 15일 오전 11시 6분께 서귀포항에서 출항해 이튿날 7시 26분께 모슬포항으로 입항했다가 같은 날 오후 5시 59분께 또다시 출항한 이유도 이 때문으로 추측되고 있다.

A호 승선원 명부에는 8명이 올라가 있지만, 사고 당시에는 4명만 타고 있었다.

아울러 사고 당시 A호는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나 SOS 구조 신호조차 보내지 못할 정도로 급박한 상황에 놓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해경은 현재 사고 해역과 수중을 수색하고 있지만, 사고 당시 어선에 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선장 B(52)씨와 기관장 C(52)씨, 베트남 선원 D(30)씨, 인도네시아 선원 E(26)씨 등은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

사고 발생 시간을 선박자동식별장치 신호가 마지막으로 잡힌 17일 오후 4시께로 추정하면 해경이 현장에 긴급출동해 수색을 시작한 18일 오전 5시께에는 이미 배가 뒤집힌 지 13시간이 지난 뒤였다.

해경은 뒤집힌 어선 선실 내부에 대한 수색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dragon.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