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활짝 웃은 미국 은행들…BoA '어닝 서프라이즈'
고금리에 미국 대형은행들이 웃었다. JP모간, 씨티그룹, 웰스파고에 이어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시장 기대를 웃돈 3분기 실적을 내놨다. 시장 한파로 쪼그라든 주식 거래 수익을 메꾸고도 남는 이자 수익을 낸 덕분이다. 경기 둔화가 나타나고 있지만 미국 민간 경제는 건재하다는 낙관론이 은행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이자 수익 전년 比 24% 늘어

BoA는 "지난 3분기 매출이 245억달러(약 34조8500억원)를 기록했다"고 1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시장정보업체 팩트셋이 조사한 월가 추정치(235억달러)와 전년 동기 매출(228억달러)을 모두 웃돌았다. 순이익은 71억달러(10조1000억원)로 집계됐다. 마찬가지로 시장 추정치(64억달러)를 상회했다. 호실적 발표에 이 회사 주가는 이날 전일 대비 6.1% 오른 33.62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BoA는 지난달 기준 총자산이 3조734억달러(약 4400조원)에 달하는 미국 2위 규모 은행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기조로 이자 수익이 급등한 덕을 봤다. 지난 3분기 BoA의 순이자수익(NII)은 전년 동기보다 24% 늘어난 138억달러를 기록했다. 매출의 56%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이에 맞춰 시중 은행이 금리를 올리는 과정에서 대출 금리가 예금 금리보다 빠르게 오르면서 은행들이 얻는 이자 수익이 늘어난다. 조달 비용 대비 이자 수익률을 나타내는 지표인 순이자수익률은 지난 3분기 2.06%로 전년 동기(1.68%)보다 0.38%포인트 늘었다.

BoA의 대출 잔고도 전년 동기 대비 12% 늘었다. 상업 대출과 가계의 신용카드 사용이 늘어나서다. 주식 거래 수익(15억달러)은 전년 동기보다 4% 줄었지만 채권 거래 수익(26억달러)이 27% 늘었다. 브라이언 모이니한 BoA 최고경영자(CEO)는 "사업 전반에 걸쳐 고객이 늘었다"며 "미국 소비자들은 강력한 지출 수준과 재정 회복력을 유지하면서도 여전히 많은 돈을 예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BoA는 경기침체에 대비해 대손충당금 3억7800만달러를 배정했다. 전년 동기에 11억달러를 차입했던 상황과 비교하면 자금 사정이 개선됐다.

JP모간, 웰스파고, 씨티그룹도 호실적

다른 월가 은행들도 금리 인상 수혜를 보고 있다. 지난 14일 실적을 발표한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간은 지난 3분기 매출 327억 달러(약 46조5200억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매출(296억5000만달러), 팩트셋 추정치(321억달러)를 모두 웃도는 성과다. NII가 176억달러로 같은 기간 34% 늘어난 덕을 봤다. 같은 날 실적을 발표했던 웰스파고도 3분기 매출이 195억달러(약 27조7300억원)로 팩트셋 추정치(188억달러)를 뛰어넘었다. 씨티그룹 3분기 매출(185억달러)도 팩트셋 추정치(183억달러)를 상회했다.


월가 은행들은 경기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만 민간 전반의 재무 건전성이 양호하다고 보고 있다. 찰리 샤프 웰스파고 CEO는 "사업군 전반에 걸쳐 연체율이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라며 "결국엔 연체율과 신용 손실 규모가 늘겠지만 그 시기가 언제일지는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CEO도 "영국과 유럽은 위기에 놓여있지만 미국 경제는 회복력이 있다. 공급망 제약은 완화되고 있고 노동시장은 여전히 건재하다"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투자전문매체 배런스는 17일 "주식시장에서 기업공개(IPO) 활동이 위축되면서 줄어든 이익이 금리 인상에 따른 NII 증가로 상쇄됐다"며 "은행들은 고금리로 인한 경기 침체 국면에서도 고통을 견딜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재무 여건을 갖고 있음을 시장에 확신시켜줬다"고 평가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