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시장 냉각기가 이어지고 있다 / 한경DB
한국은행의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시장 냉각기가 이어지고 있다 / 한경DB
지방에서 시작된 미분양 한파가 수도권까지 덮치고 있다. 수도권 일부 지역은 미분양 관리 지역으로 지정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수도권에서 미분양 관리 지역이 나온 건 2년 만에 처음이다.

한국은행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이자가 치솟으면서 매수 심리가 크게 얼어붙은 데다 기존 아파트 매물까지 적체되면서 집 값 하락 전망이 확산되고 있는 영향이다.

정부가 수도권 외곽 지역과 지방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규제 지역을 대거 해제했지만 좀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이후에도 신규 공급이 줄줄이 예정돼 있어 당분간 이같은 미분양 공포가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HUG, 양주·안성 '미분양 관리 지역' 지정

18일 업계에 따르면 HUG(주택도시보증공사)는 최근 경기 양주와 안성을 미분양 관리 지역으로 지정했다. 수도권에서 미분양 관리 지역이 나온 건 2020년 10월 이후 2년 만이다. 양주·안성은 지난달 21일 부동산 규제 지역인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됐지만 침체된 시장이 살아나지 못하면서 다음달 30일까지 HUG로부터 미분양 관리를 받게 됐다.

미분양 관리 지역은 미분양 가구 수가 500가구 이상인 시·군·구에서 미분양 증가, 미분양 해소 저조, 미분양 우려, 모니터링 필요 등 4개 요건 중 1개 이상을 충족한 지역을 대상으로 HUG가 지정하고 있다. 미분양 관리 지역에서 주택을 공급할 목적으로 사업 부지를 매입하려는 사업자는 분양 보증 예비 심사를 거쳐야 한다. 이미 토지를 매입했더라도 분양 보증을 받기 위해선 사점 심사를 거쳐야 한다. 절차를 까다롭게 해 신규 공급 물량을 조절하려는 취지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올 8월 말 기준 경기 지역의 미분양 아파트는 총 3180가구다. 이중 양주가 914가구로 전체 미분양 물량의 28.74%를 차지했다. 안성이 565가구(17.76%)로 그 뒤를 이었다. 양주·안성의 미분양 물량만 1479가구(46.50%)로 전체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HUG 관계자는 "양주의 경우 평균 초기 분양률이 저조하고, 예년에 비해 미분양 가구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안성은 올 1월만 해도 제로(0)였는데 단기간 내 미분양 물량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양주·안성은 규제 지역에서 풀리면서 대출·세제·청약 족쇄에서 벗어났지만 집값 하락세는 여전히 가파른 상황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10월 둘째 주 양주의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주에 비해 0.44%, 안성은 0.06% 떨어졌다. 경기 지역의 아파트 값은 같은 기간 0.30% 하락했다.

신규 물량에 분양가 상승까지…'엎친데 덮친 격'

전문가들은 양주·안성의 미분양 상황이 앞으로 더 심화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미 적체된 물량이 많은데 공급을 앞두고 있는 신규 물량들이 줄줄이라서다. 올해 양주에 공급되는 물량은 8763가구다. 적정 수요로 분석되고 있는 1196가구의 7배를 웃돈다. 안성은 내년에만 2909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는데, 적정 수요인 948가구보다 3배 가량 많다.

이처럼 미분양 우려가 가중되고 있지만 신규 아파트 분양가는 상승 추세다. HUG의 민간 아파트 분양 가격 동향에 따르면 올 9월 말 기준 수도권의 3.3㎡당 분양가는 전월에 비해 2.08% 오른 2073만600원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선 4.45% 올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국토교통부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주택의 분양가 산정에 활용되는 기본형 건축비를 올 7월과 지난달에 각각 1.53%, 2.53% 인상한 영향이다. 인건비가 급등하면서 공사비가 커진 영향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유례없는 한국은행의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 등으로 차입자들의 금융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져 주택 매수세 자체가 크게 위축됐다"며 "서울과 수도권 지역이라도 입지 여건이나 분양가 등에 따라 분양 성적이 크게 격차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까진 이같은 분위기가 달라지기 어려워 실수요자 위주로만 시장이 재편되면서 미분양 이슈가 더 광범위하게 확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