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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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카카오·토스(네카토)로 대표되는 국내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대형 핀테크가 무서운 속도로 금융시장을 점령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금융 혁신과 소비자 편익 제고 등 취지로 시장 진출을 허용하고 각종 규제를 완화해준 결과다. 그러나 행보가 순탄치만은 않다. 몸집을 불린 빅테크·대형 핀테크가 규제가 빈약한 틈을 파고들며 이익을 취하는 문제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어서다. 이에 전통 금융사와 빅테크·대형 핀테크 간 '동일 기능 동일 규제'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미 해외시장에서는 빅테크·대형 핀테크의 금융시장 진입과 사업 운영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된 상태다. 국내 빅테크·대형 핀테크 사업 현황, 규제 차익 문제, 전문가 진단 등을 총 3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카카오뱅크·토스뱅크, 전통 은행의 패러다임을 깨부수다

국내 은행권의 프로세스 혁신을 이끈 하나의 사건을 꼽으라면 단연 카카오뱅크의 등장이다. 카카오뱅크는 출범 3년 만에 흑자 전환하며 세계 인터넷전문은행 중 가장 폭발적인 성장세를 증명한 성공 사례로 떠올랐다. 명실상부 국내 최대 금융 플랫폼으로 부상한 카카오뱅크의 고객 수는 현재 2000만명에 육박한 상태다. 올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역대 최다인 1542만명을 기록하면서 국내 대형 시중은행을 모두 제치고 뱅킹앱 1위 자리를 차지했다.

'노란 메기' 카카오뱅크가 인터넷·모바일뱅킹 등 국내 금융권 비(非)대면 거래 확산 속도를 높인 일등공신이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카카오뱅크 출범 이후 모바일뱅킹을 통해 예·적금 등 수신상품에 가입하는 건 당연해졌고 일부 대출을 비대면으로 신청하는 행위는 일상화됐다. 카카오뱅크의 등장이 금융시장 생태계 전체를 뒤흔드는 변화를 이끈 것이다. '점포 없는 은행' 대표격인 카카오뱅크에 대한 위기의식은 국내 은행이 지점 정리 및 폐쇄 속도를 높이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7년 이후 올해 8월까지 폐쇄된 국내 은행 지점은 총 1112개로 집계됐다.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카카오뱅크의 실적은 순항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상반기 최대 순이익을 거뒀다.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8% 증가한 123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628억원으로 같은 기간 21.7% 늘었다. 이자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61.6% 급증한 5571억원을 기록한 것이 호실적을 견인했다.
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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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가 은행권 프로세스 자체의 변화를 이끌었다면 토스뱅크는 혁신으로 무장한 상품과 서비스로 시장에 새바람을 일으켰다. 스타트업 출신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최초로 은행 라이선스를 획득한 토스뱅크의 성장 속도는 무서울 정도다. 국내 3호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는 출범 1년 만인 이달 가입자 수 480만명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는 지난해 말(110만 명) 대비 4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올해 영업을 정상화한 여신은 잔액 7조2000억원을 달성하는 성과를 냈다. 이는 지난해 말(5315억원) 대비 1254% 급증한 수치다.

토스뱅크는 출범 당시 '무제한 송금 수수료 폐지'라는 카드를 꺼내 들면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토스에서 은행, 증권사, 상호금융, 저축은행 등 여러 계좌를 연결해 돈을 부칠 수 있단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모든 금융사 송금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결정이었다. 아울러 어떠한 조건도 따지지 않고 연 2.0% 이자를 주는 수시입출금식 통장을 선보인 것 또한 파격적 행보였다. 이는 당시 업계 최고 금리였다. 지난해 수시입출금식 통장 금리는 은행권에서 연 0% 초반대, 저축은행에서 연 1% 초중반 수준에 그친 바 있다.

수시입출금식 통장 금리가 낮은 것은 정기예금, 적금 대비 유동성 관리가 까다롭기 때문인데 토스뱅크가 이를 감수한 선택에 나선 것이다. 이는 시장 내 안일한 서비스·상품 혁신 행태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로 작용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카카오뱅크의 등장이 은행 업무와 관련된 흐름 전체를 변화시켰다면 토스뱅크의 행보는 상품과 서비스 혁신을 제고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두 은행이 과거로부터 이어오던 영업방식, 조직형태, 상품구조를 모두 변화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이들의 시장 장악력은 무서울 정도"라고 말했다.

네카토의 세력 확장은 지금부터…신용카드 시장 출격 준비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의 금융시장 정복기는 비단 은행권에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에는 여신전문금융회사 고유 영역인 신용카드 시장 진출 준비에 돌입했다. 현재 두 은행 모두 신용카드업 겸영 라이선스 취득을 위한 검토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앞서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는 자체 체크카드 발급을 통해 수시입출금 계좌 고객을 유인해왔다. 신용카드의 경우 제휴 금융사를 통한 발급을 이어왔는데, 앞으로는 라이선스 취득을 통해 자체 신용카드를 출시하겠다는 게 이들의 구상이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신용카드업 진출 의지를 드러낸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카카오뱅크는 2018년 신용카드업 라이선스 취득을 시도했다가 보류 결정한 바 있다. 신용카드 시장 수익성 악화, 자사 자본 여력 불충분 등이 당시 카카오뱅크가 밝힌 신용카드업 진출 보류 사유였다. 이후 흑자 전환, 기업공개(IPO)에 잇따라 성공하면서 지속 성장을 위한 여유 자본을 확보해놓은 것이 카카오뱅크가 약 4년 만에 다시 신용카드 진출 의지를 밝힌 배경이다.

두 은행이 신용카드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데에는 소비·결제 데이터 활용 가치를 높게 평가한 영향이 크다. 신용카드 인허가를 취득한 국내 금융사의 경우 전국 가맹점 소비·결제 데이터를 대량 축적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국내 민간 소비의 70% 이상이 카드 결제로 이뤄지는 만큼 소비·결제 데이터를 활용한 사업화 가능 범위가 넓은 편이다. 신용카드 소비·결제 데이터가 축적되면 마이데이터 연계를 통해 맞춤 금융상품 추천, 신용평가모형 고도화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위)카카오뱅크 체크카드와 (아래)토스뱅크 체크카드의 모습. 사진=한경DB
(위)카카오뱅크 체크카드와 (아래)토스뱅크 체크카드의 모습. 사진=한경DB
최근 신용카드업 겸영을 둘러싼 규제 환경이 개선된 만큼, 인터넷전문은행이 시장에 진입하는 데 무리는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신용카드업 겸영 허가 요건을 일부 완화했다. 은행이 신용카드 영업을 하기 위해 대주주 자기자본이 출자금액의 4배 이상이어야 하는 규제를 완화한 것이 핵심이다. 물론 신용카드업 겸영 허가 요건이 완화됐다고 해서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가 당장 라이선스 취득에 나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신용카드업 겸영이 전례 없는 사안인 만큼 사측의 라이선스 신청 준비 기간과 당국의 인허가 기간을 감안하면 2년 안팎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용카드처럼 외상으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후불결제(BNPL·buy now pay later) 서비스는 빅테크·핀테크가 선점한 지 오래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해부터 월 30만원 한도의 후불결제 서비스를 시범 운영 중이다. 올해 상반기 금융위로부터 후불결제 서비스 기간 2년 연장을 승인받은 만큼, 자사 기술을 통한 소비자 동향 분석 과정을 거쳐 서비스 대상을 대폭 확대한다는 게 네이버파이낸셜의 계획이다. 카카오페이도 후불결제 서비스 확대를 구상 중이다.

카카오페이는 버스·지하철·택시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선불 충전형 모바일 교통카드 기능의 후불결제 서비스를 일부 사용자 대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소비자 동향 분석 및 안정성 검증 과정을 거쳐 소액결제 시장 전체를 대상으로 후불결제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3월 후불결제 서비스를 시작한 토스는 올해 대안신용평가시스템 고도화를 추진해 사업 규모를 확대한다. 소비자 동향 분석 작업을 거쳐 일부 가맹점과 사용자로 제한된 후불결제 제공 규모를 순차적으로 확대한다는 게 토스 측 계획이다.

'빅테크 최초' 카카오페이, 보험 문까지 열었다…종합 금융 플랫폼 성장 '속도'

금융권의 마지막 보루였던 보험시장도 빅테크·핀테크 공습에 무너지는 모양새다. 빅테크가 만든 최초의 보험사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이 출범하면서다. 카카오페이손보는 이달 첫 자사 상품인 금융안심보험을 출시하면서 본격적인 영업에 나섰다. 이는 지난 4월 금융위가 정례위원회를 열어 카카오페이손보의 보험업 진출을 공식 허가한 지 6개월 만이다. 카카오페이손보는 출범 초기 생활밀착형 미니보험(소액단기보험)을 중심으로 고객 확보에 나선다. 증권사 출범 당시 펀드부터 시작해 취급 영역을 넓혀갔듯 사업 초기 소비자 접근성이 좋은 상품에 힘을 쏟겠다는 전략에서다.

카카오 계열사인 카카오모빌리티 연계 택시 안심·바이크·대리기사 보험, 카카오커머스 연계 반송 보험, 카카오키즈 연계 어린이 보험 등도 구상 중이다. 아울러 카카오톡·카카오페이를 통한 간편 가입, 플랫폼을 통한 간편 청구,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보험금 지급 심사 기간 단축 등 보험 영업 전 과정에서의 편의성 확대 사업도 추진한다. 업계 기반을 다진 뒤 자동차보험, 장기보험으로 사업을 점차 확대한다는 게 카카오페이의 구상이다. 카카오페이의 시장 진입이 본격화하면서 보험업계는 잔뜩 긴장하는 모양새다. 은행, 간편결제, 증권 등 금융사업 영역을 줄곧 확대해온 카카오가 결국 보험시장에도 대대적인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이란 예상에서다.
사진=카카오페이손해보험
사진=카카오페이손해보험
카카오페이에 이어 네이버파이낸셜과 토스도 보험업계 진출을 노리고 있다. 토스는 2018년 법인보험대리점 자회사인 토스인슈어런스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보험 분석 매니저를 통해 개인영업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보험을 추천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게 토스의 구상이다. 네이버파이낸셜도 2020년 7월 법인보험대리점 자회사인 NF보험서비스를 설립하고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토스 모두 전 금융권을 아우르는 종합 금융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껏 제휴 등으로 소극적 진입을 모색하던 네이버파이낸셜이 올해 필요시 금융 라이선스를 획득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단 입장을 밝혔다는 점 또한 괄목할만한 사안이다.

국내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대형 핀테크가 무서운 속도로 금융시장 내 세력을 확장하면서 이들이 향후 국내 거대 금융그룹을 위협하는 존재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거대 플랫폼을 기반으로 성장한 빅테크·대형 핀테크는 소비자 접점이 넓은 만큼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금융이 대표적인 정보 비대칭 시장이란 점을 고려하면 빅테크·핀테크가 향후 더 빠르게 세력을 확장할 가능성은 높다"며 "정보 처리에 있어 기술적 우위를 지닌 국내 빅테크·대형 핀테크가 금융서비스 제공의 범위를 지속 확대하게 될 경우 각 금융사를 넘어 금융그룹과 경쟁하는 형태로 시장 판도가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계속)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