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돌아오기만"…마라도 전복 어선 실종자 가족·동료 침통

"오늘 오후나 내일께 동료 선원들과 갈치잡이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배가 뒤집혀 4명이 실종된 갈치잡이 근해연승어선 A호(29t) 사고에 대해 선원 B씨는 18일 오후 서귀포해양경찰서 서귀포파출소 옆에 마련된 사고 상황실을 찾아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전복된 어선의 선원인 B씨는 지난 16일 오전 11시 7분께 A호 선장과 통화한 내용을 보여주며 "제발 돌아오기만 바란다"며 간절히 기원했다.

그는 "실종된 선장과 기관장은 베테랑이고, 베트남 선원은 3년 차, 인도네시아 선원은 5개월 차밖에 안된 신입"이라며 "제 할 일 하러 바다로 나갔을 뿐인데 동료로서 참담하다"고 말했다.

A호 승선원 명부에는 8명이 올라가 있지만, 사고 당시에는 50대 선장과 기관장, 30대 베트남 선원, 20대 인도네시아 선원 등 4명만 타고 있었다.

A호 선장과 기관장은 갈치 조업 자리를 맡기 위해 지난 15일 오전 11시 6분께 서귀포항에서 출항해 이튿날인 16일 오전 7시 26분께 모슬포항으로 입항했다.

이어 같은날 오후 5시 59분께 외국인 선원 2명을 추가로 싣고 출항했다.

이 때는 A호가 조업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출항한 것이어서 B씨는 배에 오르지 않았다.

그는 "갈치 조업이 아닌 자리를 지키러 나갔던 것이라 나는 탑승하지 않았다"며 "선장이 통화 당시 '오늘(16일) 오후나 내일(17일) 조업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으라'고 말해 대기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갈치잡이 어선들은 통상 한 어선이 자리를 먼저 잡았다가 24시간 이내로 돌아오면 해당 해역의 선점권을 인정하는 암묵적인 관행을 이어오고 있다.

나중에 온 어선은 먼저 자리잡은 어선으로부터 1.8km 떨어져 조업한다고 한다.

이날 사고 소식에 실종자 가족들은 가족 대기실 안에서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듯한 울음소리를 연신 손수건으로 막는 모습이었다.

눈과 뺨에는 차마 닦지 못한 눈물이 흘러내렸다.

속절없이 기다리기만 해야 하는 상황에 가슴을 치며 허공만 바라보는 가족들도 있었다.

사고가 난 갈치잡이 어선 선주도 상황실을 찾았지만 어두운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현장을 찾은 서귀포 어선 업계 관계자와 지역 주민 얼굴에도 근심이 드리웠다.

실종자 수색을 위해 사고 해역에 어선을 보낸 선주들은 상황실 주변에 삼삼오오 모여 실종자가 돌아오길 기도했다.

이들은 "조업보다 실종된 이들을 찾는 것이 먼저"라며 "몇십 년간 뱃일한 우리로서도 이처럼 실종자가 생기면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2시 40분께 서귀포 선적 갈치잡이 근해연승어선 A(29t)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선주와 같은 선단 어선 신고가 잇따라 해경에 접수됐다.

해경이 오전 5시께 A호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신호가 마지막으로 잡힌 사고 해역에 도착했을 때 어선은 이미 뒤집혀 바닥만 보이는 상태였다.

A호 AIS 신호가 지난 17일 오후 4시까지 잡히며 해경은 이 때를 전후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경은 현재 수색을 벌이고 있지만, 사고 당시 어선에 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4명의 실종자는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

dragon.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