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건설, 방배 신동아 재건축 '무혈 입성'하나
서울 서초구 방배동 신동아 아파트(사진) 재건축사업 시공사 선정 입찰이 무산됐다. 하이엔드 브랜드 ‘오티에르’의 서울 강남권 첫 입성을 노리는 포스코건설만 입찰에 참여한 가운데 나머지 건설사들은 악화된 시장 여건 속에서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18일 주택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진행된 방배동 신동아 아파트 재건축 사업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 포스코건설 이외 건설사는 참여하지 않아 절차가 무산됐다. 방배동 신동아재건축 조합은 재공고를 내고 오는 12월 재입찰을 시행하기로 했다.

방배동 신동아는 지하철 2호선 방배역 역세권 대로변에 자리잡은 439가구 규모 아파트다. 재건축 사업을 통해 최고 35층 아파트 7개 동에 843가구와 주민공동시설 등을 짓는다. 일반분양 가구수가 많아 강남권 알짜 사업지로 평가된다.

지난 8월 열린 시공사 선정 현장설명회에는 포스코건설과 현대건설을 비롯해 삼성물산 대우건설 등 15개 건설사가 참여했다. 이 가운데 포스코건설과 현대건설이 사업 참여에 높은 관심을 보이며 경쟁 구도가 형성되기도 했으나 현대건설이 돌연 ‘포스코건설이 사전 홍보 등 부정행위를 했다’는 등의 이유로 입찰을 포기했다.

올 들어 주택경기 하락세가 뚜렷해지고, 건설 원자재 가격이 급상승하자 건설사들은 선별수주 전략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의 시행사 택지지구·도시개발 사업을 비롯해 재건축·재개발 시공사 입찰이 무산되는 사례가 잇따랐다. 그러나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공사 선정에 차질이 빚어진 것은 이례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강남권은 주거 선호지역인 만큼 미분양 위험이 낮기 때문이다. 재건축 사업은 토지와 수분양자 대부분이 이미 확보돼 있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조달 여건도 비교적 양호하다.

업계에선 포스코건설이 7월 출시한 ‘오티에르’ 브랜드 안착을 위해 예상을 뛰어넘는 좋은 조건을 제시해 다른 건설사들이 물러선 것으로 분석했다.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이미 수주한 주변 재건축 단지와의 형평성을 고려하면 포스코건설 조건을 따라가기 어려울 것”이라며 “무리해서 신동아 재건축을 수주해도 이미 계약한 다른 재건축 단지 주민들의 항의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