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성시와 양주시 등 두 지역이 다음달 30일까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돼 신규 분양 보증심사가 강화된다. 경기도 미분양 물량의 절반가량이 이들 지역에 집중돼 있다. 경기 양주시 옥정지구의 아파트 공사현장.    한경DB
경기 안성시와 양주시 등 두 지역이 다음달 30일까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돼 신규 분양 보증심사가 강화된다. 경기도 미분양 물량의 절반가량이 이들 지역에 집중돼 있다. 경기 양주시 옥정지구의 아파트 공사현장. 한경DB
수도권에서 2년 만에 미분양 관리 지역이 등장했다. 지방에서 시작된 미분양 한파가 수도권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상반기 미뤄뒀던 수도권 신규 공급이 하반기 이후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수도권 미분양도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양주·안성 ‘미분양 관리 지역’ 수모

2년 만에 수도권에 등장한 '미분양 관리지역'
18일 업계에 따르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최근 경기 양주와 안성을 미분양 관리 지역으로 지정했다. 수도권에서 미분양 관리 지역이 나온 건 2020년 10월 이후 2년 만이다. 지난달 21일 부동산 규제 지역인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됐지만 침체된 시장이 살아나지 못하면서 다음달 30일까지 HUG로부터 미분양 관리를 받게 됐다.

미분양 관리 지역은 미분양 가구 수가 500가구 이상인 시·군·구에서 미분양 증가, 미분양 해소 저조, 미분양 우려, 모니터링 필요 등 4개 요건 중 1개 이상을 충족한 지역을 대상으로 HUG가 지정한다. 미분양 관리 지역에서 주택을 공급할 목적으로 사업 부지를 매입하려는 사업자는 분양 보증 예비심사를 거쳐야 한다. 이미 토지를 매입했더라도 분양 보증을 받기 위해선 사전 심사를 거쳐야 한다. 까다로운 절차로 신규 공급 물량을 조절하려는 취지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올 8월 말 기준 경기 지역 미분양 아파트는 총 3180가구다. 이 중 양주가 914가구로, 전체 미분양 물량의 28.74%를 차지하고 있다. 안성이 565가구(17.76%)로 그 뒤를 이었다. 양주·안성의 미분양 물량만 1479가구(46.50%)로 수도권 미분양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HUG 관계자는 “양주는 평균 초기 분양률이 저조하고, 예년에 비해 미분양 가구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안성은 올 1월만 해도 제로(0)였는데 단기간 내 미분양 물량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양주·안성은 규제 지역에서 풀리면서 대출·세제·청약 규제가 해제됐지만 집값 하락세는 여전히 가파른 상황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10월 둘째 주 양주의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주보다 0.44%, 안성은 0.06% 떨어졌다. 경기 지역의 아파트값은 같은 기간 0.30% 하락했다.

양주시 적정 수요의 7배나 공급

2년 만에 수도권에 등장한 '미분양 관리지역'
전문가들은 양주·안성의 미분양 상황이 앞으로 더 심화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미 적체된 물량이 많은 데다 신규 공급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서다. 올해 양주에 공급되는 물량은 8763가구다. 적정 수요로 분석되고 있는 1196가구의 7배를 웃돈다. 안성은 내년에만 2909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는데 적정 수요인 948가구보다 세 배 많다.

이처럼 미분양 우려가 가중되고 있지만 신규 아파트 분양가는 상승 추세다. HUG의 민간 아파트 분양 가격 동향에 따르면 올 9월 말 기준 수도권의 3.3㎡당 분양가는 전월 대비 2.08% 오른 2073만600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선 4.45% 상승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국토교통부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주택의 분양가 산정에 활용되는 기본형 건축비를 올 7월과 지난달에 각각 1.53%, 2.53% 인상한 영향이다. 여기에 인건비 상승까지 겹치면서 공사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유례없는 한국은행의 연이은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으로 차입자의 금융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져 주택 매수세 자체가 크게 위축됐다”며 “서울과 수도권 지역이라도 입지 여건이나 분양가 등에 따라 분양 성적이 크게 격차가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