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발령 상태인 저성과자를 일정 기간 후 자동 해고한다는 조항이 취업규칙에 있더라도, 해고할 때는 근로자의 개선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근로자 A씨가 대선조선해양을 상대로 낸 해고무효 확인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1997년 입사한 A씨는 2015년 인사고과평가에서 관리직 최하위 등급을 받고 대기발령됐다.

대선조선의 ‘대기발령자 근무수칙’에 따르면 회사는 직원에게 매월 수행 과제를 부여한 뒤 S등급, A등급, B등급 등 5단계 등급 평가를 한다. 근로자가 A등급 이상을 받으면 대기발령을 끝낸다. 회사는 A씨가 3개월 연속으로 낮은 등급을 받자 해고했다. 취업규칙에는 “보직자로서 무보직 처분을 받은 후 3개월이 지나면 해고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A씨는 회사가 인사권을 남용했다며 해고·대기발령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사측 승소 판결했다. 인사 규정에 나온 대로 인사권을 정당하게 행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대기발령은 적법하지만 해고는 위법하다며 2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지난해 2월 대법원은 “근무 성적·능력이 다른 근로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정도를 넘어 상당 기간 최소한의 기대치에 못 미치고 향후 개선 가능성도 없는 등 사회 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에만 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번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2심이 △근무 성적·능력이 부진한 정도와 기간 △근무 능력 개선을 위한 기회 부여 △근로자의 태도와 사업장의 여건 등을 제대로 심리하지 않고 취업규칙만을 근거로 해고에 정당성을 부여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