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일본에 생산 공장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과 대만간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경영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TSMC가 지정학적 위험을 줄이기 위해 일본 공장 확장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재 TSMC는 일본 규슈 구마모토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다만 2024년 말부터 가동될 예정인 규슈 공장에선 첨단 기술을 사용한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센서 등에 사용되는 12나노(1㎚는 10억분의 1m) 수준의 반도체로 고성능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TSMC가 규슈 공장을 확장할 경우 미세공정을 이용한 첨단 반도체가 생산될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WSJ에 "일본 정부는 TSMC가 이미 건설 중인 반도체 공장을 넘어 확장하기를 바란다는 신호를 보냈다"면서 "하지만 아직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고 TSMC는 실현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TSMC가 일본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중국과 대만 사이에 고조되는 지정학적 갈등 때문이다. 지난 8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이들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마크 리우 TSMC 회장은 지난 13일 "미·중 무역갈등과 중국과 대만간 긴장 고조로 반도체 산업을 포함한 모든 산업이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일본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도 배경으로 꼽힌다. 일본은 자국 반도체 산업 재건을 위해 10조원이 넘는 건설비가 투입될 TSMC 공장에 최대 4조5000억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일본엔 지진 발생 위험성 등이 있지만 일본 정부의 지원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TSMC는 미국이 중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함에 따라 미국이나 미국의 우방국에 생산시설을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TSMC는 현재 미국 애리조나주에도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