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억 베팅한 LG화학 '깜짝 M&A'…美 아베오로 노린 것은?
LG화학이 미국 나스닥 상장 바이오회사인 '아베오 파마슈티컬스(AVEO Pharmaceuticals)' 인수를 깜짝 발표하면서 이 회사의 경쟁력에 관심이 모아진다.

경영권 프리미엄 43% 준 LG

19일 LG화학 등에 따르면 아베오는 2002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 설립됐다. 아베오의 주가는 LG화학 인수합병(M&A) 발표 직전 거래일인 지난 17일(현지시간) 종가로 주당 10.48달러다. 3억4583만달러(약 5000억원)의 시가총액을 형성하고 있다.

LG화학은 주당 15달러, 총 5억6600만달러(약 8000억원)에 아베오를 인수하기로 했다. 종가 대비 43%의 경영권 프리미엄(웃돈)을 얹었다.

인수 소식에 나스닥 시장에서 아베오 주가는 18일 42.37% 급등한 14.92달러에 장을 마쳤다. 다만 상장 초반인 2010~2012년에 비하면 주가가 크게 낮은 수준이다. 당시만 해도 100달러 이상이었다.

LG화학 관계자는 "2015년 이후 항암 신약을 가진 기업에 대한 M&A를 보면, 프리미엄이 50~110%이고 평균이 70%"라며 "(43% 프리미엄은) 유리한 가격에 인수 협상을 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번 인수는 LG화학이 보스턴 소재 생명과학 자회사인 ‘LG Chem Life Science Innovation Center(LG CBL)’에 인수 자금을 출자하면 LG CBL이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우고, 이 SPC가 아베오와 합병하는 구조로 진행된다.

이렇게 되면 아베오는 LG화학의 손자회사(LG화학-LG CBL-아베오)가 되고 나스닥 시장에서는 상장 폐지된다.

이를 위해 LG CBL는 전날 주주 배정 방식으로 8131억원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공시했다.

부침 겪은 '포티브다' FDA 승인

아베오의 간판 제품은 신장암(RCC) 표적치료제 '포티브다'(성분명 티보자닙)다. 혈관내피성장인자수용체(VEGFR) 타이로신 키나제 억제제(TKI)다.

특허 만료는 2028년이고, 2039년까지 이를 연장할 수 있다. SVB증권의 앤드류 베런스 애널리스트는 "포티브다의 확장된 특허 권리(IP)는 주당 12달러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포티브다는 지난해 3월 신장암 3차 치료를 목적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허가받았다. 유럽에서는 2017년 8월 협력사인 'EUSA 파마'를 통해 승인됐다.

외신에 따르면 포티브다는 올해 3900만달러(약 55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 2분기에만 2500만달러의 매출을 냈다. 아베오의 매출이 2022년 1억1000만달러(약 1550억원)에 이를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LG화학은 5년 후인 2027년엔 매출이 5000억원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고 전했다.

포티브다는 FDA 승인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었다. 2012년 바이엘의 항암제 넥사바(소라페닙)와의 비교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FDA에 승인을 신청했지만, 이듬해 불승인 통보를 받았다. FDA 종양학자문위원회(ODAC)는 13대 1의 표결로 승인 반대 의견을 냈다. 당시 주가가 급락했다.

이 과정에서 법적 이슈가 불거지며 창업자이자 MD앤더슨암센터장(2011~2017년)이었던 로널드 델핀호 박사가 2012년 말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이후 회사는 미국 증권위원회(SEC) 조사를 받는 등 부침을 겪었다.

피어스파마 등에 따르면 FDA가 임상 환자 사망에 우려를 표하며 추가 시험을 권고했고, 아베오는 권고대로 추가 임상을 계획하고 있었다. SEC는 아베오가 이 같은 사실을 투자자들에게 충분히 제공하지 않았다고 의심했다.

아베오와 SEC 간 분쟁에서 보스턴 연방법원은 아베오 일부 경영진에 대한 벌금 판정을 내리기도 했다. 당시 경영진은 아베오를 떠난 상태다.

10년 가까운 노력 끝에 아베오는 지난해 3월 포티브다의 FDA 승인을 얻어냈다.

적응증 확장 중인 포티브다

아베오는 포티브다의 적응증 확장을 진행 중이다.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면역항암제 '옵디보'(니볼루맙)와 병용으로 임상 3상(TiNivo-2) 중이다. 포티브다 단일 요법과 비교하는 임상이다.

포티브다는 미국 델라웨어주에 있는 니캉테라퓨틱스(NiKang Therapeutics)와도 병용요법을 임상개발을 하고 있다. 니캉의 'HIF2α' 저해 저분자 화합물(NKT2152)과의 임상 2상이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임핀지(더발루맙)와도 임상 1b·2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간세포암(HCC)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8000억 베팅한 LG화학 '깜짝 M&A'…美 아베오로 노린 것은?
또 다른 파이프라인(후보물질)은 항체 치료제인 피클라투주맙(Ficlatuzumab)이다. 간세포성장인자(HFG) 단백질과 간세포성장인자수용체인 'C-Met'을 표적한다.

불응성 두경부암 환자를 대상으로 얼비툭스와 병용 임상 2상을 진행 중이고, 췌장암을 대상으로는 아브락산(nab paclitaxel)과 젬시타빈 병용으로 2상 중이다.

이밖에 임상 1상 파이프라인 2개(AV-380, AV-203)와 전임상 파이프라인 1개(AV-353)가 있다. 이들은 모두 항체 치료제다.

임상 파이프라인은 각각 'GDF15'와 'ERBB3' 표적이고, 전임상 파이프라인은 'Notch3'를 표적한다.

마이클 베일리 아베오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인수합병(M&A)으로 우리의 유망 파이프라인의 잠재력을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될 상당한 자금과 개발 자원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LG는 왜 아베오를 인수했나

업계에서는 LG화학의 아베오 인수가 포티브다의 경쟁력뿐만 아니라, 향후 미국에서 항암 사업을 전개하는 데 필요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헬스케어 산업의 중심지인 보스턴 현지의 네트워크 확보 등을 위해서다.

보스턴에서 활동하는 헬스케어 투자업계 관계자는 "LG는 가격을 좀 더 주더라도 FDA 승인을 받은 신약을 확보한 회사를 중심으로 M&A 대상을 물색했다"며 "리스크는 낮추면서 미국 현지 항암제 허가를 위한 프로토콜과 병원 등 유통 네트워크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고 전했다.

FDA 허가 전 임상 2~3상 단계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회사를 상대적으로 더 낮은 가격에 M&A 할 수 있었지만, FDA 허가 신약이 있는 아베오를 인수한 건 이런 배경 때문이란 설명이다. 다른 관계자는 "아베오 자체보다는 'FDA 허가 신약 보유'에 더 끌렸을 수 있다"고 했다.

실제 LG화학은 "단기간에 미국 내 항암 상업화 역량을 확보했다"며 "미국에서 다양한 자체 개발 신약을 출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