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동 아파트 2억5000만원 전세 살았는데…" 2030 눈물 [임대차법 그 후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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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는 '월세'…저무는 전세시대
무너지는 2030 주거 사다리
치솟은 전세값에 금리까지 껑충
2억 빌리면 월 이자 100만원
전세 대출 못 갚은 세입자 증가세…2030이 절반 이상
부담 적은 월세 거래 늘고 있지만…"자산축적 어려워"
무너지는 2030 주거 사다리
치솟은 전세값에 금리까지 껑충
2억 빌리면 월 이자 100만원
전세 대출 못 갚은 세입자 증가세…2030이 절반 이상
부담 적은 월세 거래 늘고 있지만…"자산축적 어려워"
집값이 내려가면서 전셋값도 하락하고 있다. 2020년 시행된 주택 임대차 2법(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으로 예고됐던 '8월 전세대란'은 현실화하지 않은 셈이다. 그렇다면 임대차법의 도입 취지대로 임대차 시장이 안정되고 '세입자 보호'도 제대로 되고 있을까. 세입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새로 전세를 구해야 하는 세입자들은 진작에 올라버린 전셋값을 감당해야 하는 데다, 금리 인상에 '전세의 월세화'를 실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대차법 대신 금리와 같은 경제 상황이 전세대란을 잡은 꼴이 됐다. 이에 여전한 임대차 시장의 불안 상황을 짚어보고 해결책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2030 청년들의 주거 안정성이 악화하고 있다. 지난 집값 상승기 덩달아 오른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해 서울 외곽·수도권으로 밀려났던 청년들이 다시 전세에서 월세로 내몰리는 처지가 됐다. 최근 전셋값이 약세를 보인다고는 하지만, 이전 계약 당시와 비교하면 크게 올랐고 대출 이자 부담까지 심해진 여파다.
서울 도봉구 창동의 한 아파트에 전세로 살던 박모씨(37)는 최근 단지 내 같은 면적 월셋집으로 이사했다. 2018년 대출 1억원을 끼고 보증금 2억5000만원에 성동구 성수동에서 전세를 살던 박씨는 2020년 도봉구 창동으로 이주했다가 최근 다시 월세를 구했다. 보증금 1억원에 월세 80만원짜리 집이었다. 그는 "신규 계약을 하려 보니 같은 면적 전세 시세가 4억원에 육박했다"며 "계약갱신청구권은 쓰지도 못했다. 임대차법으로 세입자 형편이 나아질 거라더니 전셋값만 올랐다"고 푸념했다.
박씨는 새 전셋집을 구하려면 추가 대출을 일으켜야 했는데, 이자가 월 100만원에 달할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담이 늘어 저축을 줄이게 됐지만, 이자 100만원 전세보다는 80만원 월세가 그나마 낫다"고 말했다.
임대차법 시행에도 상승한 전셋값…금리도 고공행진
임차인들이 월세로 밀리고 있다. 금리 상승에 전세대출 이자를 부담하기 어려운 게 가장 큰 이유다. 25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전국 월세 거래량은 107만2370건이었다. 월세 거래량은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연간 기준 100만건을 돌파했다.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월세 거래 가운데 월세 비중도 높아지는 추세다. 올해 1~9월 전·월세 가운데 월세 비중은 약 52%로 절반을 넘어섰다. 2018년만 하더라도 같은 기간 전세 비중은 약 59%에 달했다. 60%에 육박했던 전세 비중은 2020년 임대차법이 시행되면서 2020년 59%, 2021년 56%, 2022년 48%로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전세의 월세화가 진행되며 올해 1~9월 월세 100만원이 넘는 서울 소형 아파트 거래량도 7190건에 달했다. 2018년 2545건에 비해 3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세입자들이 월세를 찾는 이유는 간단하다. 전세보다 월세 부담이 덜해서다. 금리 인상으로 '전세대출 이자>월세'로 공식이 바뀌면서 세입자들은 월셋집으로 밀리고 있다. 실제 금액을 따져봐도 그렇다.
남양주 다산동의 한 아파트에서 5억원짜리 전세를 사는 황모씨(39)는 보증금 가운데 1억8000만원이 대출이다. 올해 1월까지는 매달 이자가 40만원대에 그쳤지만, 금리가 거듭 상승하며 대출 이자도 두 차례 올라 지난달부터는 85만원을 내고 있다.
황씨는 "이자가 몇 달 만에 두 배로 뛰어 부담인데, 그나마도 내년이면 더 오를 것 같다"며 "직장 출퇴근 등을 감안하면 이사도 어려워 월세로 넘어갈까 고민 중"이라고 토로했다. 인근 같은 면적 반전세 시세는 보증금 3억원에 월세 50만원 수준이다. 매달 85만원이던 이자가 50만원 월세로 바뀌는 것이다. 대출금리는 1년 새 두 배가량 상승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시중은행 전세대출 금리는 연 4.540∼7.057%를 기록하며 7%까지 치솟았다.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가 이달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0.44%포인트 올라 3.4%가 된 영향이다.
전세자금 2억원을 연 6% 금리로 대출하는 경우 월 이자 부담은 100만원가량이다. 만약 연말 금리가 8%까지 오르면 월 133만원으로 늘어난다. 전세대출은 통상 변동금리형이기에 금리 인상에 따라 주거 부담이 급격히 증가한다.
"목돈 부담 적은 월세" 떠올랐지만…청년 주거 안정성은 악화
목돈 부담을 감수하고 전세를 유지하다 불어난 대출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한 세입자도 늘고 있다. 지난 7월까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자금보증 대위변제액은 1727억원(3687건)을 기록했다. 전세자금보증은 대위변제액은 세입자가 은행에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해 공사가 대신 갚은 금액이다.액수 기준으로 지난해 2166억원(5475건)의 80% 규모인데, 이 가운데 53.4%인 922억원은 2030 청년 차주가 빌린 돈으로 드러났다. 대위변제 금액 중 2030 청년 차주가 차지하는 비율은 △2020년 41.3% △2021년 46.7% △2022년 7월 53.4%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주거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2030세대가 무너지면서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서라는 임대차법 도입 취지도 무색해졌다.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기가 쉬운 것만은 아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 8월 전국 전·월세전환율은 5.8%다. 올해 초 5.6%던 것이 0.2%포인트 높아진 것인데, 5억원짜리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면 5억원의 5.8%(2900만원)를 12개월로 나눈 약 243만원을 셋 값으로 내야 한다는 의미다. 전세자금대출 금리보다 낮다고는 하지만, 점차 높아지는 전·월세전환율은 세입자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하면 무주택 청년들의 주거 안정성은 크게 악화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전세는 종잣돈을 차곡차곡 모아 내 집 마련으로 가는 '주거사다리' 역할을 했다. 하지만 전셋값이 오르면서 전세보증금 대부분을 대출로 충당하게 됐고, 급기야는 다시 월세로 유턴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장은 "월세에서 내 집 마련으로 넘어가는 비중은 10%가 채 되지 않는데 비해 전세에서 내 집 마련으로 넘어가는 비중은 50%가 넘는다"며 "사라지는 돈이나 다름없는 월세를 내다보면, 청년들의 주거 안정성은 나빠질 수 밖에 없고 이는 사회적인 문제로 확대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계속)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