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경제를 보는 시선이 확 달라진 건 올여름쯤부터다. 우선 물가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늘었다. 정점을 찍고 빠르게 하강할 것이라던 인플레이션은 쉽게 잡히지 않을 것이란 견해로 대체됐다. 실제로 에너지·식품을 뺀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9월에 6.6%(작년 동기 대비)를 기록했다. 4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연착륙을 기대하던 목소리는 작아졌다. 낙관론자들은 여전히 ‘완만한 침체’를 얘기하고 있지만 심각한 불황을 걱정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회장이 대표적이다.

내년 불황 기정사실로 못박아

지난 6월 ‘경제에 허리케인이 오고 있다’고 말한 다이먼 회장은 지난주엔 “연착륙은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불황이 닥칠 시점을 내년 여름까지로 구체화했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도 18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이 고착화하는데 성장률은 뒷걸음질치고 있다”며 내년에 침체를 맞을 확률이 높다고 경고했다.

이게 요즘 월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66명의 경제 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내년 침체를 예상한 비중이 63%에 달했다. 7월의 같은 조사 때(49%)보다 비관론이 급증했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미 중앙은행(Fed)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꼽았다.

미 성장률은 이미 저조하다. 올 1분기 -1.6%에 이어 2분기에도 역성장(-0.6%)을 보였다. 고용이 버텨주고 있다지만, 실업률은 언제 치솟을지 모른다.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스냅 메타 등은 상당한 규모의 감원에 착수한 상태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전망은 더욱 극적이다. 13개 거시 및 금융 지표를 바탕으로 경기를 예측한 결과 내년 10월까지 침체에 빠질 확률을 100%로 계산했다. 블룸버그는 “긴축적인 금융 환경과 고물가, 금리 인상 등에 따라 경기 하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했다.

환율 불안 커지는 한국 더 문제

미국의 최고경영자(CEO)들도 불황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비영리 조사기관 콘퍼런스보드가 130여 명의 CEO를 대상으로 설문해 보니 응답자 중 98%가 “향후 12~18개월 내 닥칠 침체에 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비즈니스에 대한 ‘CEO 자신감’은 글로벌 금융위기 후 최저치였다.

사실 한국이 더 큰 문제다. 해외 의존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미국 등 주요 시장이 부진하면 연쇄 타격을 받는 구조다. 고물가 역시 부담이다. 9월 물가상승률이 5.6%로, 7월(6.3%)과 8월(5.7%)보다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큰데도 기준금리를 올리는 게 만만치 않다. 역대 최고 수준의 가계부채 탓이다. 더구나 한국 가계 대출은 미국과 달리 변동금리 위주다.

미 기준금리는 연말엔 연 4.5~4.75% 수준까지 치솟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 경우 미국과 한국의 금리는 수개월 내 최소 1%포인트 차이로 벌어질 것이다. 글로벌 자금이 미국으로 이동하기 위해 한국을 정리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금리차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더 뛰면 수입 물가를 추가로 자극할 수 있다. 악순환의 고착화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최악을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가 곳곳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