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에서 고전하고 있다. 현장 총사령관은 ‘중대 결정’을 할 수 있다며 후퇴 가능성을 내비쳤다. 전쟁 장기화로 화력이 고갈된 러시아가 이란산 무기를 지원받는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는 공식 대응에 나섰다.

세르게이 수로비킨 러시아군 신임 총사령관은 18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TV에 출연해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 주변의 상황이 매우 어렵고 긴박하다”고 말했다. 그는 “어려운 결정을 배제하지 않고 시의적절하게 행동할 것”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군의 진격에 러시아가 헤르손에서 전면 대피 또는 전략적 후퇴를 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헤르손주 러시아 측 관리자는 이날 헤르손주 민간인 일부를 대피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헤르손의 러시아군은 몇 주간 우크라이나군에 밀려 20~30㎞가량 후퇴했으며 현재 우크라이나를 가로지르는 드니프로강 서쪽에 고립될 위험에 처했다.

러시아는 대신 수도 키이우 등 후방에 있는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 미사일과 자폭 드론(가미카제) 공격을 퍼붓고 있다. 주 타깃은 에너지와 수도 등 기반시설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최근 8일간의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발전소의 30%가 파괴돼 나라 곳곳에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겨울이 다가오는 가운데 시민의 생존에 필요한 난방과 온수를 끊는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화력이 떨어진 러시아를 이란이 지원한다는 의혹이 심화하자 서방 국가들은 이를 문제 삼고 나섰다. 이란산 자폭 드론을 활용한 러시아의 공격으로 민간인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이 2015년 핵합의에 따라 무기 수출을 제한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231호를 위반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로이터통신은 이란이 자폭 드론에 이어 단거리 지대지 탄도미사일 ‘파테’ 등을 러시아에 지원하기로 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는 19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공개회의에서 이란의 러시아 무기 지원 정황을 안건으로 제기할 계획이다. 미 국무부는 18일 “이란이 러시아 무기 지원을 중단하도록 공격적이고 실질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제재와 수출 통제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