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어민 북송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소환 조사했다. 검찰 수사가 문재인 정부 대북·안보라인 윗선으로 빠르게 뻗어나가는 모양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공수사3부(부장검사 이준범)는 19일 노 전 실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들여 조사를 벌였다. 지난 8월 국민의힘 국가안보문란 실태조사 태스크포스(TF)가 직권남용과 불법체포·감금 등의 혐의로 노 전 실장 등을 검찰에 고발한 지 약 두 달 만이다.

탈북 어민 북송사건은 2019년 11월 정부가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는 탈북 어민 2명을 북한에 강제로 보냈다는 의혹이다. 검찰은 당시 청와대와 통일부, 국가정보원 등이 어민들이 귀순 의사를 밝혔음에도 합동조사를 조기에 종료하고 이들을 북측에 넘겼다고 의심하고 있다.

수사팀은 노 전 실장이 어민 북송 과정에 관여한 정황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노 전 실장은 정부의 북송 방침 결정일로 알려진 2019년 11월 4일 청와대 대책 회의를 주재했다. 이 회의를 기점으로 정부 방침이 급격히 바뀌었다. 이틀 전인 11월 2일만 해도 국정원은 어민들이 귀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국가안보실에 전달했다. 하지만 회의 후 국정원은 합동조사보고서에서 ‘귀순 의사 표명 및 강제수사 건의’라고 적힌 내용을 삭제하고 ‘대공 혐의점 없음 결론’이라고 적어 통일부에 전달했다.

북송 당일인 11월 7일에도 법무부가 “(북송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판단을 내놨음에도 청와대가 추방 조치를 강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있다. 수사팀은 이와 관련한 진상 조사를 위해 8월 대통령기록관실을 압수수색하고 서호 전 통일부 차관 등 관련 인물을 줄줄이 소환하며 고강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이 노 전 실장을 소환하면서 이번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윗선 수사에 한층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조만간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 등도 조사를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과 마찬가지로 윗선 수사가 본격화하면 문재인 전 대통령도 검찰 수사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지난 18일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수사를 위해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