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 장비에 AI 솔루션 넣어 판매
대기업과 이력 쌓고 해외 진출
패널토론서 전문가들 제언
"美·中 연구기관 협력 유도해야
투자 혹한기 넘을 지원 시급"
서범석 루닛 대표는 19일 ‘코리아 AI 스타트업 100 콜로키움’ 행사의 기조 발표에서 “루닛의 성장 비결은 글로벌 판매 채널을 보유한 ‘빅 플레이어와의 협업’에 있다”고 했다. 루닛은 지난해 ‘코리아 AI 스타트업 100’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7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면서 올해 행사에선 ‘졸업 기업’으로 단상에 올랐다.
발표자로 함께 나선 최재식 인이지 대표(KAIST 교수)가 “각 분야 1위 대기업을 통해 AI 도입 성과를 쌓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주요 산업이 AI와 급속도로 결합하고 있는 만큼 해당 산업 분야에서 탄탄한 영업망과 기술력을 갖춘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잘하는 대기업과 함께 가라
루닛은 국내 1호 딥러닝 스타트업으로 꼽힌다. KAIST 출신 동문 6명이 2013년 설립했다. 서 대표가 강조한 파트너십 전략은 ‘끼워 팔기’다. 그는 “AI 제품을 사려고 단독 예산 편성을 하는 곳은 찾기 어렵다”며 “신차를 구매한 후 굳이 새 차량형 스피커를 사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루닛은 의사의 암 진단을 보조하는 AI 솔루션을 만드는데, GE·필립스 등 업체의 엑스레이·유방촬영장치 등에 적용돼 팔리고 있다. 바이오마커(단백질 등으로 몸의 변화를 측정하는 지표)의 정확성을 끌어올리는 AI 신사업 역시 제약사와의 협업을 염두에 뒀다.최 대표가 이끄는 인이지 역시 비슷한 전략을 취한다. 2019년 설립된 인이지는 제조 업체 대상 공정 최적화 AI를 만든다. 포스코의 스마트고로에 AI 솔루션을 적용하며 이름을 알렸다. 용광로 쇳물 온도의 예측 오차를 줄여 연간 647억원 상당의 연료비를 아낀 것이다. 최 교수는 “국내에서 가장 잘하는 곳과 사업 이력을 쌓고 해외로 나간다는 ‘초격차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며 “포스코 이외 SK그룹 화학 계열사·LG에너지솔루션·KT 등에도 AI 솔루션을 적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 발주 줄이고 해외 공략 유도해야
이어진 패널토론에선 AI 스타트업 성장을 위한 각계 전문가의 제언이 이어졌다. 코리아 AI 스타트업 100 선정위원장인 이경전 경희대 교수는 “AI 스타트업의 글로벌화를 중요 목표로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5년간 한국 정부가 데이터 바우처 사업 등 국민 세금으로 AI 스타트업을 육성해낸 측면이 있다”며 “이제 국산 AI 업체가 정부 사업에 의존하는 것을 막고, 미국 중국 등의 연구기관과 협력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지윤 퓨처플레이 이사는 “이제 AI는 곳곳에 활용되는 범용 기술이 되고 있다”며 “기술에 집착하기보다 어떤 응용 서비스로 혁신에 나설지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캡스톤파트너스의 송은강 대표는 “내년에도 유동성을 필요로 하는 스타트업이 많을 텐데, 모태펀드 예산이 줄어든 만큼 국가의 추가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시은/최다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