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보릿고개'…저축은행에 손 벌리고 부도까지 내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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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어가는 건설 경기…지역 중견 건설사는 도산 위기
금리인상·원자재값 급등에 건설사 수익성 악화
분양 나서도 미분양 우려…"분양보증 사고 위험"
금리인상·원자재값 급등에 건설사 수익성 악화
분양 나서도 미분양 우려…"분양보증 사고 위험"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건설사들이 보릿고개를 건너고 있다. 대형 건설사는 저축은행에서 자금을 대출받는가 하면 지역 중견 건설사는 도산 위기에 처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저축은행 네 곳(SBI·OK·한국투자·다올저축은행)의 지난 6월 대기업 대출잔액은 지난해 말 7559억원보다 2680억원(35.4%) 늘어난 1조239억원에 달했다. OK저축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을 살펴보면 부동산·건설업 관련 대출 잔액은 958억원에서 1945억원으로 급증했다.
한국투자저축은행도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잔액이 6932억원에서 8899억원으로 늘었다. 대형 건설사들이 저축은행에 손을 벌렸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대기업은 시중은행 대출과 회사채 발행으로 사업 자금을 충당한다. 시중은행보다 비싼 금리에도 불구하고 저축은행을 찾은 것은 그만큼 자금 확보가 어려워졌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달 말까지가 유예기간인데, 상환 여력이 부족해 최종 부도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전의 한 부동산개발 시행사도 자본 잠식 상태에 빠져 수십억원 규모 채무를 불이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조사한 9월 건설기업경기실사지수(CBSI)는 전월 대비 5.6포인트 하락한 61.1을 기록했다. 100 미만이면 건설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비율이 높다는 의미다. 건설업 자금조달지수 역시 72에 그쳤다. 지난 3월만 하더라도 101.5에 달하며 기준선 100을 넘겼던 수치다. 반년 만에 건설사들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도산하는 회사도 늘고 있다.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를 통해 받은 '최근 5년간 주택거래량 및 미분양 주택 증가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2개 사가 도산했는데,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8개 사가 도산한 것으로 집계됐다.
건설사들은 현재 상황을 '총체적 난국'이라고 설명한다. 금리가 오르면서 각종 금융비용이 급격하게 불어났고,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며 공사비도 증가했다. 건물을 짓더라도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이 줄어든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매수심리가 얼어붙으며 미분양 우려도 커졌다. 미분양으로 인해 할인 분양 등이 이뤄지면 수익률은 재차 줄어들게 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단순 시공에서 벗어나 직접 토지를 매입하고 건물을 올린 뒤 분양 수익을 내는 디벨로퍼 사업을 강화해왔다"며 "공사비와 금융비용은 늘어가는데 물량을 모두 판매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사업장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어 "분양을 계속 미루자니 금융비용이 부담이고, 분양하면 미분양을 피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며 "금융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건설사들은 어쩔 수 없이 분양에 나서기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견·중소 건설사가 무리하게 분양에 나섰다가 미분양이 발생하면 분양보증 사고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분양보증 사고는 주택사업자가 파산이나 부도 등으로 더는 주택 건설공사를 진행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2020년 5월 제주도를 마지막으로 발생하지 않고 있지만, 미분양이 늘어나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국 미분양 가구 수가 2018년 12개소 190가구에서 지난 9월 말 기준 168개소 2만9390가구로 155배 늘었다"며 "미분양 사업장이 급증하면 자금력이 약한 중소건설사를 중심으로 분양사고가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저축은행 네 곳(SBI·OK·한국투자·다올저축은행)의 지난 6월 대기업 대출잔액은 지난해 말 7559억원보다 2680억원(35.4%) 늘어난 1조239억원에 달했다. OK저축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을 살펴보면 부동산·건설업 관련 대출 잔액은 958억원에서 1945억원으로 급증했다.
한국투자저축은행도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잔액이 6932억원에서 8899억원으로 늘었다. 대형 건설사들이 저축은행에 손을 벌렸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대기업은 시중은행 대출과 회사채 발행으로 사업 자금을 충당한다. 시중은행보다 비싼 금리에도 불구하고 저축은행을 찾은 것은 그만큼 자금 확보가 어려워졌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대형 건설사도 '자금난'…중견 건설사는 '도산 위기'
그나마 저축은행에 손을 벌릴 수 있는 대형 건설사는 형편이 나은 편이다. 자금 사정이 더 열악한 지역 중견 건설사는 도산 위기에 처했다. 충남 지역 6위 종합건설업체인 우석건설은 지난달 말 납부기한인 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1차 부도가 났다.이달 말까지가 유예기간인데, 상환 여력이 부족해 최종 부도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전의 한 부동산개발 시행사도 자본 잠식 상태에 빠져 수십억원 규모 채무를 불이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조사한 9월 건설기업경기실사지수(CBSI)는 전월 대비 5.6포인트 하락한 61.1을 기록했다. 100 미만이면 건설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비율이 높다는 의미다. 건설업 자금조달지수 역시 72에 그쳤다. 지난 3월만 하더라도 101.5에 달하며 기준선 100을 넘겼던 수치다. 반년 만에 건설사들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도산하는 회사도 늘고 있다.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를 통해 받은 '최근 5년간 주택거래량 및 미분양 주택 증가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2개 사가 도산했는데,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8개 사가 도산한 것으로 집계됐다.
건설사들은 현재 상황을 '총체적 난국'이라고 설명한다. 금리가 오르면서 각종 금융비용이 급격하게 불어났고,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며 공사비도 증가했다. 건물을 짓더라도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이 줄어든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매수심리가 얼어붙으며 미분양 우려도 커졌다. 미분양으로 인해 할인 분양 등이 이뤄지면 수익률은 재차 줄어들게 된다.
155배 늘어난 미분양에 도산 우려…분양 미루는 건설사들
이 때문에 자금 여력이 있는 대형 건설사들은 금융비용을 감수하고 분양을 미루는 추세다. 올해 시공능력평가 10대 건설사는 목표 물량 18만5039가구 중 9만1469가구만 분양했다. 지난달 기준 주택공급 목표 달성률은 47.4%에 그쳤다. 달성률 50%를 넘긴 건설사는 △현대건설(68.9%) △GS건설(61.1%) △포스코건설(51.4%)뿐이다.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단순 시공에서 벗어나 직접 토지를 매입하고 건물을 올린 뒤 분양 수익을 내는 디벨로퍼 사업을 강화해왔다"며 "공사비와 금융비용은 늘어가는데 물량을 모두 판매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사업장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어 "분양을 계속 미루자니 금융비용이 부담이고, 분양하면 미분양을 피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며 "금융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건설사들은 어쩔 수 없이 분양에 나서기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견·중소 건설사가 무리하게 분양에 나섰다가 미분양이 발생하면 분양보증 사고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분양보증 사고는 주택사업자가 파산이나 부도 등으로 더는 주택 건설공사를 진행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2020년 5월 제주도를 마지막으로 발생하지 않고 있지만, 미분양이 늘어나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국 미분양 가구 수가 2018년 12개소 190가구에서 지난 9월 말 기준 168개소 2만9390가구로 155배 늘었다"며 "미분양 사업장이 급증하면 자금력이 약한 중소건설사를 중심으로 분양사고가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