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치솟는 금리, 꺾어진 랠리…채권 시장은 무엇을 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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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9일(미 동부 시간)은 1987년 블랙먼데이의 35주년 기념일이었습니다. 다우 지수가 하루 만에 22.6% 폭락해 하루 하락 폭으로 역대 1위를 기록 중인 날입니다.
하지만 뉴욕 증시의 투자자들은 오늘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컸습니다. 어제 장 마감 후 나온 넷플릭스의 실적이 월가 예상을 뛰어넘은 덕분이었습니다. 매출과 주당순이익(EPS)이 좋았을 뿐 아니라 가입자 수가 지난 분기 241만 명이나 증가했지요. 기존 예상(100만 명)의 두 배가 넘습니다. 또 4분기 450만 명이 추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넷플릭스 주가가 시간 외 거래에서 14%까지 뛰면서 랠리가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컸었습니다. 아침에 실적을 내놓은 유나이티드항공도 매출과 이익 모두에서 예상치를 상회한 후 시간 외 거래에서 7% 이상 상승했습니다. 그런데 뉴욕 증시에 앞서 거래가 시작된 채권 시장에서 금리가 폭등하며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새벽에 4%를 넘었고 증시가 개장할 무렵인 아침 9시 30분께엔 전날보다 8bp가량 치솟아 4.09%에 달했습니다. 2년물 수익률도 비슷한 수준으로 오르며 4.53% 수준에 거래됐습니다. 금리가 치솟자 주식이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주요 지수는 0.2~0.6% 내림세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베스포크 인베스트먼트는 "미국 주가지수 선물이 새벽에 1% 이상 올랐는데, 10년물 금리가 상승하자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넷플릭스의 뉴스는 금리 움직임을 이겨내기에 충분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오후 1시께 S&P500 지수는 1.4%, 나스닥은 1.6% 넘게 내렸습니다. 미 재무부가 실시한 20년물 국채 입찰에서 응찰률은 2.5배(이전 6회 평균 2.58배)에 그치며 발행 금리가 4.395%로 발행 당시 시장 금리 4.370%보다 2.5bp나 높게 형성됐고, 이에 10년물 금리는 한때 4.136%, 2년물은 4.567%까지 치솟은 탓입니다. 지수는 장 막판 하락 폭을 소회 만회하면서 다우는 0.33%, S&P500 지수는 0.67% 하락했고, 나스닥은 0.85% 내렸습니다. 10년물은 오후 3시 55분께 전날보다 11.6bp 오른 4.126%, 2년물은 10.2bp 상승한 4.546%에 거래됐습니다. 10년물 금리는 2008년 6월 이후 최고입니다. 투자자 피터 시프는 "2008년 6월엔 이렇게 높은 금리가 석 달 뒤 금융위기와 리먼브러더스와 페니메, 프레디맥 파산으로 이어졌다. 그 이후 부채는 엄청나게 늘었다. 이번엔 무엇부터 부서질 것인가"라고 말했습니다. 오늘 금리가 이렇게 치솟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① 세계 곳곳에서 앙등하는 물가
영국의 9월 소비자물가(CPI)는 10.1% 상승해 예상을 웃돌았습니다. 밴다리서치의 비라지 파텔 전략가는 "파운드화 약세로 수입가격이 오르면서 식품 물가가 급등한 데 가장 컸다"라며 "더 높은 인플레이션은 영국은행(BoE)이 11월 초 더 높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도록 압박한다. 이는 영국 국채에 좋지 않은 소식"이라고 밝혔습니다. 오안다의 케니 피셔 전략가도 "두 자릿수 인플레이션은 BoE가 바라던 게 아니다. 인플레이션은 정점 징후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BoE가 계속 금리를 인상해야 할 것이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유로존의 9월 CPI도 전년보다 9.9% 올라 전월(9.1%)보다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또 캐나다의 9월 CPI도 예상(6.6%)보다 높은 6.9%로 발표됐습니다. 특히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물가는 6.0%로 전달(5.8%)이나 예상(5.6%)을 크게 상회했습니다. 라스무센은 "근원 물가가 완고하게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는 인플레이션 정점은 지났을 수 있어도 물가 안정을 회복하는 데 시간과 실질적 경제적 고통이 필요할 것이라는 신호"라면서 "캐나다은행은 다음 주 통화정책 회의에서 예상되던 50bp가 아니라 75bp 인상을 발표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네슬레는 오늘 실적 발표에서 올해 들어 9개월 동안 제품 가격을 평균 9.5% 올렸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추가 가격 인상을 예고했습니다. 마크 슈나이더 CEO는 "제품 가격은 여전히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입은 손실을 여전히 따라 잡아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② 더 매파적인 Fed
닐 캐시캐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은행 총재는 오늘 "근원 인플레이션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라며 "이 수치가 상승을 멈출 때까지 나는 금리 인상을 중단하는 것을 추천할 수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서비스와 임금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있는데, 이는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보는 두 가지 핵심 요소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그것들이 상승을 멈췄다는 증거를 찾고 있는데, 아직 보지 못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캐시캐리는 전날 "근원 인플레이션이 내려가지 않는다면 4.5%나 4.75%, 또는 그 이상에서 금리 인상을 중단하는 걸 옹호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라면서 "기준금리를 4.75% 위로 올려야 할 수도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캐시캐리 총재는 서비스와 임금 인플레이션을 지적했지만, 근원 물가에서 가장 큰 비중(40%)을 차지하는 건 주거비입니다. 이와 관련 골드만삭스는 전날 "CPI 주거비 상승률이 지난 9월 연율 6.8%에서 내년 봄 7.5%까지 오른 뒤 점진적으로 하락해 내년 말에나 6%로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주거비는 신규 임대와 기존 임대 모두를 집계하는데, 사람들이 기존 임대를 갱신하면서 주거비 상승 폭' 따라잡기'가 당분간 진행될 것이란 뜻입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도 오늘 "인플레이션 상승세가 놀라움을 지속하고 있다. 물가에 하방 압력을 가하려면 기준금리가 4.5, 4.75%에 가까워져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Fed의 긴축에 주택시장은 엉망이 됐습니다. 어제 미주택건설업협회(NAHB)의 10월 주택시장지수는 전월보다 8포인트 하락한 38로 10년 만의 최저치(팬데믹 제외)를 기록했습니다. 오늘 발표된 9월 주택 착공 건수는 전월 대비 8.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대해 불러드는 "주택시장이 금리 인상의 영향을 느끼고 있다"라면서도 "주택시장이 전체 경제를 대표하지는 않는다. 배가 커서 배를 돌리는데, 시간이 걸린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Fed는 주식 시장의 하락에도 반응해선 안 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주택시장이 침체되어도, 주가가 크게 내려도 긴축하겠다는 말이죠.
오늘 발표된 미 중앙은행(Fed)의 베이지북도 인플레이션이 일부 지역에서는 완화되기도 했지만, 여전히 높은 상태라고 지적했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Fed워치 시장에서 오늘 Fed의 최종금리에 대한 기대치는 4.977%까지 높아졌습니다. 이번 금리 인상 주기에서 가장 높은 추정치입니다. 앞으로 175bp 추가 인상을 예상하는 것이죠. BNP파리바는 한술 더 뜹니다. 오늘 보고서에서 "우리는 이제 최종금리가 5.25%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경기 침체를 부르기에 충분할 정도까지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본다. 이에 따라 경기 침체는 내년 2분기에 시작될 것이고 3~5개 분기 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라고 밝혔습니다.
③ 버티는 미국 경제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 14일로 끝난 한 주간 원유 재고는 전주 대비 172만5000 배럴 줄어든 4억3735만7000배럴로 집계됐습니다. 월가 예상은 170만 배럴 증가였는데, 깜짝 감소한 것입니다. 이는 미국 경제가 여전히 좋다는 뜻입니다. 베이지북에서도 "미국의 경제 활동은 지난 6주 동안 완만하게 확장되었다"라고 총평을 내렸습니다.
최근에 나온 소매판매, 산업생산 등 각종 경제지표도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UBS의 미국 거시경제 지수를 보면 전반적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개선되고 있습니다. 웰스파고는 "올해 연말 쇼핑시즌의 판매액이 전년 대비 6%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장기 평균인 4.6%를 능가하는 것이다. 이번 경제 주기에서 마지막 '만세'를 나타낼 수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렇게 버틴다면 물가가 떨어지기 어렵고 Fed는 더 공격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가 경기 침체가 닥칠 수 있습니다. 만약 침체 발생이 확실해진다면 안전자산 선호로 인해 금리는 떨어질 것입니다.
④ 경기 침체와도 금리는 '0'으로 가지 않는다?
미즈호의 스티브 리치우토와 핌코의 제롬 슈나이더 채권 전략가는 블룸버그TV에서 "Fed의 기준금리는 이번 주기에 (침체가 와도) 0으로 되돌아가기보다는 2% 부근에서 바닥을 칠 가능성이 크다"라고 밝혔습니다. 침체에도 인플레이션이 어느 정도 높게 유지될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월가에는 탈세계화, 전쟁, 노동인구 감소 등이 중장기적 물가 상승 요인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경기 침체가 오면 Fed가 기준금리를 제로까지 낮추는 게 과거 정상적 패턴이었지만, 지금은 인플레이션 지속으로 Fed가 금리를 많이 내릴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고 경기 부양은 정부가 재정 정책을 통해 하게 된다면(채권 발행) 시장 금리는 더 오를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그래서 자금이 채권이 아닌 현금으로 몰리면서 채권 시장 유동성이 더 나빠지고 있다고 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금리가 이렇게 계속 높게 오르면 주가는 상승하기 어렵습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 세계 자산의 벤치마크가 되는 무위험 수익률이기 때문입니다. 위험 부담을 지지 않고 거둘 수 있는 수익률이 높아지면 위험자산인 주식의 밸류에이션이 낮아지는 것이지요. 네드데이비스 리서치는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채권은 주식 시장에 또 다른 문제를 제시하고 있다"라며 "지난 10년간 채권은 주식과 경쟁하지 못했는데, 이제 매력적인 금리는 주식 시장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코스틴 수석 전략가도 "금리 상승은 여전히 주식에 위험하다"라며 "높은 금리가 이번 주 랠리가 더 지속하는 걸 막을 수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주식은 지금까지의 급격한 금리 인상을 아직 완전히 반영하지 않았으며 앞으로 몇 달 동안 금리 움직임을 계속 소화할 것이다. 경제 데이터가 개선될 때까지 우리의 기본 예측은 금리 상승으로 인해 S&P500 주가수익비율(P/E) 멀티플이 15배 정도를 유지하게 되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모두가 4분기 주가가 올랐던 계절성이 다시 한번 발현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Fed가 이렇게 공격적으로 나온다면 계절성에 기댄 상승세도 나타나기 어렵습니다. 르네상스 매크로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4분기 평균 수익률도 Fed가 긴축할 때는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최소 Fed가 중립(금리 유지)을 지켜야 플러스 수익률을 냈습니다. 3분기 어닝은 여전히 괜찮습니다.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지금까지 S&P500 기업중 45개가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이 중 69%가 예상치를 웃도는 이익을 내놨습니다. 장 마감 후 테슬라와 IBM이 실적을 발표했는데 IBM은 예상치를 웃돈 매출과 순이익을 발표해 시간 외 거래에서 4% 이상 상승하고 있습니다. 다만 테슬라는 순이익은 예상치를 웃돌았으나 매출이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3% 이상 하락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Fed가 기준금리를 175bp를 더 높인 내년 실적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JP모건은 오늘 S&P500 기업 이익에 대한 추정치를 하향 조정했습니다. 기존 추정보다 15달러 낮춰 225달러로 떨어뜨린 것입니다. 월가 추정치(239.80달러)보다 낮습니다. JP모건은 "새로운 이익 추정치는 내년 이익 증가율이 평평하리라는 것을 암시한다. 긴축 통화정책의 지연 효과와 빡빡한 금융여건, 줄어든 가계 저축, 그리고 증가한 지정학적 위험 등은 매출 증가율 둔화를 가리킨다"라고 밝혔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조금 더 나갑니다. 최근 보고서에서 2023년 EPS 추정치를 200달러로 제시하면서 현재의 높은 금리에서 공정한 멀티플은 15배라고 밝혔습니다. 200달러에 15배 멀티플을 곱하면 S&P500 지수는 3000이 됩니다. 물론 기업 이익에 기대를 거는 투자자들이 있습니다. 사토리 펀드의 댄 나일스 설립자는 "지난 13일 높은 CPI가 나온 뒤 만들어진 과매도 조건에서 랠리가 시작됐고 은행들의 좋은 실적으로 랠리가 이어지고 있다. 넷플릭스의 실적은 버려졌던 기술주에 낙관론을 가져오면서 바닥을 만들고 있다. 베어마켓 랠리는 빅테크들이 실적을 발표하는 10월 25일까지는 이어질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넷플릭스 주가가 시간 외 거래에서 14%까지 뛰면서 랠리가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컸었습니다. 아침에 실적을 내놓은 유나이티드항공도 매출과 이익 모두에서 예상치를 상회한 후 시간 외 거래에서 7% 이상 상승했습니다. 그런데 뉴욕 증시에 앞서 거래가 시작된 채권 시장에서 금리가 폭등하며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새벽에 4%를 넘었고 증시가 개장할 무렵인 아침 9시 30분께엔 전날보다 8bp가량 치솟아 4.09%에 달했습니다. 2년물 수익률도 비슷한 수준으로 오르며 4.53% 수준에 거래됐습니다. 금리가 치솟자 주식이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주요 지수는 0.2~0.6% 내림세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베스포크 인베스트먼트는 "미국 주가지수 선물이 새벽에 1% 이상 올랐는데, 10년물 금리가 상승하자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넷플릭스의 뉴스는 금리 움직임을 이겨내기에 충분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오후 1시께 S&P500 지수는 1.4%, 나스닥은 1.6% 넘게 내렸습니다. 미 재무부가 실시한 20년물 국채 입찰에서 응찰률은 2.5배(이전 6회 평균 2.58배)에 그치며 발행 금리가 4.395%로 발행 당시 시장 금리 4.370%보다 2.5bp나 높게 형성됐고, 이에 10년물 금리는 한때 4.136%, 2년물은 4.567%까지 치솟은 탓입니다. 지수는 장 막판 하락 폭을 소회 만회하면서 다우는 0.33%, S&P500 지수는 0.67% 하락했고, 나스닥은 0.85% 내렸습니다. 10년물은 오후 3시 55분께 전날보다 11.6bp 오른 4.126%, 2년물은 10.2bp 상승한 4.546%에 거래됐습니다. 10년물 금리는 2008년 6월 이후 최고입니다. 투자자 피터 시프는 "2008년 6월엔 이렇게 높은 금리가 석 달 뒤 금융위기와 리먼브러더스와 페니메, 프레디맥 파산으로 이어졌다. 그 이후 부채는 엄청나게 늘었다. 이번엔 무엇부터 부서질 것인가"라고 말했습니다. 오늘 금리가 이렇게 치솟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① 세계 곳곳에서 앙등하는 물가
영국의 9월 소비자물가(CPI)는 10.1% 상승해 예상을 웃돌았습니다. 밴다리서치의 비라지 파텔 전략가는 "파운드화 약세로 수입가격이 오르면서 식품 물가가 급등한 데 가장 컸다"라며 "더 높은 인플레이션은 영국은행(BoE)이 11월 초 더 높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도록 압박한다. 이는 영국 국채에 좋지 않은 소식"이라고 밝혔습니다. 오안다의 케니 피셔 전략가도 "두 자릿수 인플레이션은 BoE가 바라던 게 아니다. 인플레이션은 정점 징후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BoE가 계속 금리를 인상해야 할 것이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유로존의 9월 CPI도 전년보다 9.9% 올라 전월(9.1%)보다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또 캐나다의 9월 CPI도 예상(6.6%)보다 높은 6.9%로 발표됐습니다. 특히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물가는 6.0%로 전달(5.8%)이나 예상(5.6%)을 크게 상회했습니다. 라스무센은 "근원 물가가 완고하게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는 인플레이션 정점은 지났을 수 있어도 물가 안정을 회복하는 데 시간과 실질적 경제적 고통이 필요할 것이라는 신호"라면서 "캐나다은행은 다음 주 통화정책 회의에서 예상되던 50bp가 아니라 75bp 인상을 발표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네슬레는 오늘 실적 발표에서 올해 들어 9개월 동안 제품 가격을 평균 9.5% 올렸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추가 가격 인상을 예고했습니다. 마크 슈나이더 CEO는 "제품 가격은 여전히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입은 손실을 여전히 따라 잡아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② 더 매파적인 Fed
닐 캐시캐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은행 총재는 오늘 "근원 인플레이션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라며 "이 수치가 상승을 멈출 때까지 나는 금리 인상을 중단하는 것을 추천할 수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서비스와 임금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있는데, 이는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보는 두 가지 핵심 요소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그것들이 상승을 멈췄다는 증거를 찾고 있는데, 아직 보지 못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캐시캐리는 전날 "근원 인플레이션이 내려가지 않는다면 4.5%나 4.75%, 또는 그 이상에서 금리 인상을 중단하는 걸 옹호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라면서 "기준금리를 4.75% 위로 올려야 할 수도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캐시캐리 총재는 서비스와 임금 인플레이션을 지적했지만, 근원 물가에서 가장 큰 비중(40%)을 차지하는 건 주거비입니다. 이와 관련 골드만삭스는 전날 "CPI 주거비 상승률이 지난 9월 연율 6.8%에서 내년 봄 7.5%까지 오른 뒤 점진적으로 하락해 내년 말에나 6%로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주거비는 신규 임대와 기존 임대 모두를 집계하는데, 사람들이 기존 임대를 갱신하면서 주거비 상승 폭' 따라잡기'가 당분간 진행될 것이란 뜻입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도 오늘 "인플레이션 상승세가 놀라움을 지속하고 있다. 물가에 하방 압력을 가하려면 기준금리가 4.5, 4.75%에 가까워져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Fed의 긴축에 주택시장은 엉망이 됐습니다. 어제 미주택건설업협회(NAHB)의 10월 주택시장지수는 전월보다 8포인트 하락한 38로 10년 만의 최저치(팬데믹 제외)를 기록했습니다. 오늘 발표된 9월 주택 착공 건수는 전월 대비 8.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대해 불러드는 "주택시장이 금리 인상의 영향을 느끼고 있다"라면서도 "주택시장이 전체 경제를 대표하지는 않는다. 배가 커서 배를 돌리는데, 시간이 걸린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Fed는 주식 시장의 하락에도 반응해선 안 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주택시장이 침체되어도, 주가가 크게 내려도 긴축하겠다는 말이죠.
오늘 발표된 미 중앙은행(Fed)의 베이지북도 인플레이션이 일부 지역에서는 완화되기도 했지만, 여전히 높은 상태라고 지적했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Fed워치 시장에서 오늘 Fed의 최종금리에 대한 기대치는 4.977%까지 높아졌습니다. 이번 금리 인상 주기에서 가장 높은 추정치입니다. 앞으로 175bp 추가 인상을 예상하는 것이죠. BNP파리바는 한술 더 뜹니다. 오늘 보고서에서 "우리는 이제 최종금리가 5.25%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경기 침체를 부르기에 충분할 정도까지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본다. 이에 따라 경기 침체는 내년 2분기에 시작될 것이고 3~5개 분기 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라고 밝혔습니다.
③ 버티는 미국 경제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 14일로 끝난 한 주간 원유 재고는 전주 대비 172만5000 배럴 줄어든 4억3735만7000배럴로 집계됐습니다. 월가 예상은 170만 배럴 증가였는데, 깜짝 감소한 것입니다. 이는 미국 경제가 여전히 좋다는 뜻입니다. 베이지북에서도 "미국의 경제 활동은 지난 6주 동안 완만하게 확장되었다"라고 총평을 내렸습니다.
최근에 나온 소매판매, 산업생산 등 각종 경제지표도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UBS의 미국 거시경제 지수를 보면 전반적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개선되고 있습니다. 웰스파고는 "올해 연말 쇼핑시즌의 판매액이 전년 대비 6%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장기 평균인 4.6%를 능가하는 것이다. 이번 경제 주기에서 마지막 '만세'를 나타낼 수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렇게 버틴다면 물가가 떨어지기 어렵고 Fed는 더 공격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가 경기 침체가 닥칠 수 있습니다. 만약 침체 발생이 확실해진다면 안전자산 선호로 인해 금리는 떨어질 것입니다.
④ 경기 침체와도 금리는 '0'으로 가지 않는다?
미즈호의 스티브 리치우토와 핌코의 제롬 슈나이더 채권 전략가는 블룸버그TV에서 "Fed의 기준금리는 이번 주기에 (침체가 와도) 0으로 되돌아가기보다는 2% 부근에서 바닥을 칠 가능성이 크다"라고 밝혔습니다. 침체에도 인플레이션이 어느 정도 높게 유지될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월가에는 탈세계화, 전쟁, 노동인구 감소 등이 중장기적 물가 상승 요인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경기 침체가 오면 Fed가 기준금리를 제로까지 낮추는 게 과거 정상적 패턴이었지만, 지금은 인플레이션 지속으로 Fed가 금리를 많이 내릴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고 경기 부양은 정부가 재정 정책을 통해 하게 된다면(채권 발행) 시장 금리는 더 오를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그래서 자금이 채권이 아닌 현금으로 몰리면서 채권 시장 유동성이 더 나빠지고 있다고 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금리가 이렇게 계속 높게 오르면 주가는 상승하기 어렵습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 세계 자산의 벤치마크가 되는 무위험 수익률이기 때문입니다. 위험 부담을 지지 않고 거둘 수 있는 수익률이 높아지면 위험자산인 주식의 밸류에이션이 낮아지는 것이지요. 네드데이비스 리서치는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채권은 주식 시장에 또 다른 문제를 제시하고 있다"라며 "지난 10년간 채권은 주식과 경쟁하지 못했는데, 이제 매력적인 금리는 주식 시장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코스틴 수석 전략가도 "금리 상승은 여전히 주식에 위험하다"라며 "높은 금리가 이번 주 랠리가 더 지속하는 걸 막을 수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주식은 지금까지의 급격한 금리 인상을 아직 완전히 반영하지 않았으며 앞으로 몇 달 동안 금리 움직임을 계속 소화할 것이다. 경제 데이터가 개선될 때까지 우리의 기본 예측은 금리 상승으로 인해 S&P500 주가수익비율(P/E) 멀티플이 15배 정도를 유지하게 되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모두가 4분기 주가가 올랐던 계절성이 다시 한번 발현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Fed가 이렇게 공격적으로 나온다면 계절성에 기댄 상승세도 나타나기 어렵습니다. 르네상스 매크로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4분기 평균 수익률도 Fed가 긴축할 때는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최소 Fed가 중립(금리 유지)을 지켜야 플러스 수익률을 냈습니다. 3분기 어닝은 여전히 괜찮습니다.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지금까지 S&P500 기업중 45개가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이 중 69%가 예상치를 웃도는 이익을 내놨습니다. 장 마감 후 테슬라와 IBM이 실적을 발표했는데 IBM은 예상치를 웃돈 매출과 순이익을 발표해 시간 외 거래에서 4% 이상 상승하고 있습니다. 다만 테슬라는 순이익은 예상치를 웃돌았으나 매출이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3% 이상 하락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Fed가 기준금리를 175bp를 더 높인 내년 실적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JP모건은 오늘 S&P500 기업 이익에 대한 추정치를 하향 조정했습니다. 기존 추정보다 15달러 낮춰 225달러로 떨어뜨린 것입니다. 월가 추정치(239.80달러)보다 낮습니다. JP모건은 "새로운 이익 추정치는 내년 이익 증가율이 평평하리라는 것을 암시한다. 긴축 통화정책의 지연 효과와 빡빡한 금융여건, 줄어든 가계 저축, 그리고 증가한 지정학적 위험 등은 매출 증가율 둔화를 가리킨다"라고 밝혔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조금 더 나갑니다. 최근 보고서에서 2023년 EPS 추정치를 200달러로 제시하면서 현재의 높은 금리에서 공정한 멀티플은 15배라고 밝혔습니다. 200달러에 15배 멀티플을 곱하면 S&P500 지수는 3000이 됩니다. 물론 기업 이익에 기대를 거는 투자자들이 있습니다. 사토리 펀드의 댄 나일스 설립자는 "지난 13일 높은 CPI가 나온 뒤 만들어진 과매도 조건에서 랠리가 시작됐고 은행들의 좋은 실적으로 랠리가 이어지고 있다. 넷플릭스의 실적은 버려졌던 기술주에 낙관론을 가져오면서 바닥을 만들고 있다. 베어마켓 랠리는 빅테크들이 실적을 발표하는 10월 25일까지는 이어질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