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희진 전 대신자산운용 대표.
구희진 전 대신자산운용 대표.
금융투자 업계를 대표할 제6대 금융투자협회장 선거가 다음 달 본격적으로 막이 오른다. 구희진 전 대신자산운용 대표가 20일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선거는 5파전 구도를 띠게 됐다. 출마 의사를 공식화하지 않은 나재철 현 협회장을 포함하면 6파전 양상이다.

구희진 전 대신자산운용 대표는 기자와 통화에서 "출마 준비는 일찍이 시작했지만 지금의 저를 키워준 대신금융그룹과 나재철 현 협회장에 대한 예의를 지키고자 시기를 기다리다가 더는 늦추기 어려울 것 같아 출마 결심을 굳혔다"고 밝혔다.

구 전 대표는 스스로를 '실무형 협회장'이라 칭하며 협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처럼 자산가격 변동성 위험이 커지는 때 협회 차원에서 나서 액션을 취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선제적이고 자율적인 금융투자협회의 리스크관리와 실질적인 투자자보호가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협회장이 할 말을 하고 업계와 소통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상황이다. 지금의 금융투자업계는 그렇게 한가하지 않다"며 "발생할 수도 있는 위험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협회장이 된다면 실무중심으로 철저히 준비하며 해법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 전 대표는 구체적인 업무 추진 계획으로 △협회 주도 '미래 혁신금융개발위원회' 구성 △ATS(대체거래소) 성공적 정착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도입 △기 진행된 디폴트옵션 보완 △신NCR의 활용도 확대 보강 △수탁사선정 어려움 등 펀드설정의 난제 해결을 위한 신규진입 확대와 자율규제 추진 △회원사 정책참여 전담조직 구성 등을 언급했다.

구 전 대표는 1989년 대신경제연구소에 입사한 뒤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로 활동했다. 이후 리서치센터장, 기획본부장, 글로벌본부장을 거쳐 사업단장, 부사장을 역임한 뒤 대신자산운용으로 적을 옮겼다.
(왼쪽부터) 서명석 전 유안타증권 사장,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 전병조 전 KB증권 사장
(왼쪽부터) 서명석 전 유안타증권 사장,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 전병조 전 KB증권 사장
구 전 대표에 앞서 서명석 전 유안타증권 사장과 전병조 전 KB증권 사장, 서유석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 김해준 전 교보증권 대표 등 네 명의 인물이 출마 의사를 전한 바 있다.

서명석 전 사장은 유안타증권(동양증권) 애널리스트로 첫 경력을 시작해 수장직까지 올라섰던 인물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모교인 충암고 출신의 여의도 모임 '충여회'에서 적극 활동한 이력도 있다.

제29회 행정고시 출신인 전병조 전 사장은 대통령비서실 행정관과 해양수산부, 기획재정부 등을 거쳐 NH투자증권과 KB투자증권에서 기업금융(IB) 파트 사업을 총괄했다.

서유석 전 사장은 미래에셋증권에서 마케팅·리테일·퇴직연금 사업 등을 경험한 뒤 2016년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을 맡았다. 후보군 가운데 유일한 자산운용사 수장 출신이지만 증권사 경력이 더 길다.

김해준 전 대표는 2008년부터 13년 간 교보증권을 이끌어 증권가 최장수 최고경영자(CEO)로 꼽힌다. 1983년 대우증권에 입사해 투자은행(IB)사업과 법인사업, 자산관리영업 등 여러 부문에서 본부장을 역임하다가 교보증권으로 옮겨갔다.

하지만 최대 변수인 나 회장의 연임 도전 여부는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다. 후보 등록이 마감되는 내달께 관련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금투협은 내달 초 임시 이사회를 열고 제6대 회장을 선출하기 위한 회장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를 꾸린 뒤 선거 일정을 결정할 방침이다. 제6대 회장의 임기는 내년 1월 1일부터 3년간이다.

현재 금투협의 정회원사는 증권사 59곳, 자산운용사 308곳, 신탁사 14곳, 선물사 4곳 등 총 385개사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