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안기금 집행 및 연말 계절적 요인 따른 숏커버링 기대”
롯데관광개발·LX세미콘·두산퓨얼셀 등 공매도 잔고 많아
“공매도 적으면 ‘롱’-많으면 ‘숏’ 했더니 연평균 6.6% 수익”
화승엔터프라이즈·박셀바이오, 급등락 과정서 공매도 정리돼 약세장 속에서 공매도 거래가 증시 하방 압력을 가중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지적되면서, 한시적으로라도 공매도 거래를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강화된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 제도 시행에 나섰다. 또 연말의 계절적 요인으로 주식을 빌려 매도한 투자자들이 빌린 주식을 갚기 위해 다시 사들이는 ‘숏 커버링’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공매도 거래가 많았다는 건 해당 종목에 대해 부정적으로 전망한 투자자들이 많다는 의미하기에, 추세적인 반등이 나타나기는 힘들 것이란 의견도 있다.
종합하면 단기적으로는 숏 커버링을 기대하고 공매도 잔고비율이 높거나, 최근 공매도가 많았던 종목을 주목할 수 있다. 반대로 공매도 잔고비율이 낮거나, 최근 공매도 포지션이 빠르게 청산된 종목들에 대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관심을 가질 만하다.
공매도 잔고 비율 톱(TOP)은 롯데관광개발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공매도 거래가 가능한 코스피200·코스닥150 편입종목 중 지난 14일 기준 공매도 잔고비율이 가장 높은 종목은 롯데관광개발이다. 전체 주식의 9.13%가 공매도된 상태다. 최대주주 등의 보유지분을 비롯해 시장에 나오지 않을 주식을 빼고 계산한 유동주식 수와 비교한 공매도 잔고비율은 16.97%에 달한다. 이 종목은 리오프닝에 따른 여행 수요 회복 기대감에 올해 상반기 말 주가가 반등했지만, 이후 급등한 물가를 잡기 위한 공격적인 통화 긴축에 경기가 침체돼 기대만큼 여행수요가 확대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로 급락하는 과정에서 공매도 물량이 쌓인 것으로 보인다. 공매도 잔고비율 상위 10개 종목 중에는 호텔신라도 이름을 올렸다.롯데관광개발에 이어 LX세미콘(6.55%), 두산퓨얼셀(6.37%), 셀리버리(6.28%), 엘앤에프(6.01%) 등도 전체 상장주식수 대비 공매도 물량이 많이 쌓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동주식수 대비 공매도 잔고 비율 상위 10개 종목을 보면 카카오페이, SK바이오사이언스, 대우조선해양이 새롭게 등장한다.
하반기에 들어선 뒤 공매도 잔고비율이 가장 빠르게 늘어난 종목은 바이오니아였다. 상반기말 0.60%에서 이달 14일 기준 5.24%로 4.64%포인트 확대됐다. 이어 심텍(3.59%포인트), HLB생명과학(3.17%포인트), 엘앤에프(2.72%포인트) 등이 뒤를 이었다. 공매도가 많이 쌓인 종목을 주목하는 이유는 연말 계절적 요인으로 공매도 포지션이 청산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김종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2018~2021년 연말 공매도 잔고 금액은 감소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공매도 투자가들의 연말 배당 권리 반환 및 수익 확정 필요성으로 숏커버링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추정했다.
또 올해는 정부가 다음달 증시안정기금 자금을 집행할 예정이라 공매도 포지션을 가진 투자자들의 숏커버링이 빨라질 수 있는 점도 공매도 잔고 비율이 높은 종목을 주목해야 할 이유 중 하나로 꼽혔다.
화승엔터프라이즈, 공매도 잔고 ‘제로’
반면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개별 종목 측면에선 공매도 누적이 많은 종목들의 일시적 주가 반등이 있을 수 있지만, 추세적인 반등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매도가 많은 종목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해당 종목 대한 투자는 더 신중하게 하는 게 합리적”이라며 “반대로 공매도가 적은 종목은 주가에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그러면서 2014년부터 올해 8월까지 매달 공매도가 가장 적은 30개 종목을 매수하고, 공매도가 많은 30개 종목은 매도하는 ‘롱-숏 전략’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연평균 수익률이 6.6%였다고 전했다. 공매도 거래가 금지된 2020년 3월부터 작년 4월까지는 시뮬레이션에서 제외된 결과다. 이에 따라 이달 14일 기준 공매도 잔고 비율이 가장 적은 순으로 종목을 추려보니 화승엔터프라이즈가 가장 위에 자리했다. 이 종목의 공매도 잔고 비율은 ‘제로’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의류를 생산해 아이다스에 납품하는 화승엔터프라이즈는 환율 상승에 따른 호실적 기대감에 지난달 중순까지 주가가 급등한 뒤 급락하는 과정에서 공매도 물량이 청산된 것으로 보인다.
화승엔터프라이즈에 이어 NHN한국사이버결제(0.02%), 티에스이(0.02%), 한섬(0.03%), 스튜디오드래곤(0.03%) 등의 순으로 공매도 잔고 비율이 낮았다. 하반기에 들어선 뒤 공매도 잔고 비율이 가장 빠르게 축소된 종목은 박셀바이오였다. 상반기 말 기준 3.41%이던 공매도 잔고 비율이 0.39%으로 3.02%포인트 낮아졌다. 이 종목은 간암 대상 항암면역세포치료제 후보물질의 임상 2a상 예비연구결과 발표를 앞둔 8월 중순까지 급등했다가, 급락하는 과정에서 공매도 물량이 많이 정리됐다.
에코프로비엠(-2.69%포인트), 현대바이오(-2.64%포인트), HK이노엔(-2.60%포인트), 펄어비스(-2.50%포인트) 등도 하반기 들어 공매도 잔고 비율이 많이 낮아진 종목으로 꼽힌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