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타다'가 '멍 때리는 영상 ASMR' 만든 까닭
지난 2020년 한 기업의 서비스가 법으로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국내 최초 11인승 승합차를 호출하는 서비스 ‘타다’의 이야기다. 타다 운영사 VCNC는 서비스 시작 1년 만에 회원 170만명 이상을 모으며 인기를 끌었다.

문제는 기존 산업과의 갈등이었다. 갈등은 겉잡을 수 없이 커졌고, 위기가 찾아왔다. 택시 업계는 “택시면허없이 사실상 택시 영업을 하는 타다는 불법”이라며 검찰에 고발했고 국회는 이른바 ‘타다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는 서비스를 결국 중단했다.

일련의 사태로 업계에서 ‘비운아’로 꼽히게 된 타다가 지난 4월 7~9인승 대형 택시 호출 서비스 ‘타다 넥스트’로 돌아왔다. 이전과 달리 면허를 보유한 택시기사를 대상으로 한 사업으로 전환한 것. 지난해 10월 토스라는 새로운 파트너를 만나 실탄도 장전했다.

큰 부침을 겪고 재기에 성공해야하는 타다에게 마케팅은 사업의 일부 정도가 아니었다. 브랜드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혁신 이미지와, 편안함 등 장점은 부각하고 서비스 중단 사태 등 부정적 인식은 보완해 재탄생시켜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주어졌다.

상황 1 업계 선도에서 후발주자로
도전 1 웰컴 키트로 바이럴 유도

타다가 재정비를 하는 사이 시장은 많은 것이 달라졌다. 지난 2년간 불어닥친 코로나19는 택시 업계를 위축시켰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카페 및 식당 이용시간 제한으로 이동 수요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타다는 중형 가맹택시인 ‘타다 라이트’와 준고급 세단을 이용한 고급택시 ‘타다 플러스’를 출시했지만, 기존 서비스와 차별화 되지 않아 두각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토스와의 협력이 도약의 기회였다. 토스의 투자금을 토대로 승합차 기반의 이동 서비스를 택시 면허 기반으로 운행하는 타다 넥스트를 출시하게 됐다. 넥스트는 이용자들이 기억하는 타다의 모습과 상징성을 그대로 간직한 채 제도권에서 운행할 수 있는 서비스였지만 비슷한 승합차 택시들이 이미 시장에 진출해 있는 상황이었다. 시장의 불황과 기존 업체들과의 심화된 경쟁 등 각종 위기가 맞물린 가운데 잊혀진 타다의 존재감을 되찾아야 했다.

‘타다가 돌아왔다’는 인식을 제고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 타다는 ‘타다 넥스트’ 탑승 경험을 유도하기 위해 첫 탑승 고객을 대상으로 ‘웰컴 어메니티’를 제작해 5000명의 탑승객에게 배포했다.

웰컴 어메니티는 ‘호텔처럼 편안한 이동 경험을 제공한다’는 의미를 담아 Do NOT Disturb 문고리와 마우스워시(일회용가글), 커피백으로 구성됐다. 깔끔하고 모던한 디자인으로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바이럴이 됐고, 타다 넥스트 베타 론칭 한 달 만에 5만명에 가까운 신규 가입자가 발생했다.

상황 2 치열한 유저 확보 경쟁
도전 2 토스와의 시너지

타다가 넥스트로 돌아왔지만 이미 카카오벤티라는 업계의 확고한 1위 업체가 굳어진 상황이었다. 여기에 아이엠택시도 공격적으로 증차를 예고했다. 이 가운데 ‘긍정적인 첫 경험’을 만드는 것은 큰 숙제였다. 높은 이동 경험이 타다만의 차별점이 되기 위해선 실제 고객들의 경험이 발생해야 했기 때문이다.

타다는 타다 넥스트 첫 이용객에게 허들이 될 수 있는 장치 중 하나가 ‘결제’라고 봤다. 가장 첫 번째로 타다 넥스트 론칭 기념 탑승 요금의 50%를 할인해주는 쿠폰을 전 고객에게 발급했다. 50% 할인 쿠폰 발급은 기존 타다 유저들에게 큰 영향을 줬다. VCNC에 따르면 타다 넥스트를 론칭한 12월 한 달 간 타다 넥스트 이용객의 80%가 기존 가입자였다고 한다.

문제는 신규 가입자였다. 쿠폰도 결제 수단을 등록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는 혜택이기 때문이다. 타다는 토스와의 시너지를 활용해 12월 초 토스페이 연동 작업을 진행하고, 토스페이 연동 고객 중 넥스트 첫 탑승객에게 최대 6000원 캐시백 이벤트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결제 수단 등록률을 30% 가까이 향상시킬 수 있었다.

실제로 신규 유저 토스페이 등록률은 평균 40% 수준이다. 캐시백 이벤트를 이용한 유저만 해도 4만명 이상이다. 토스를 통해 유입되는 신규 고객의 비중도 10%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MOVELOG] 여의도의 밤은 외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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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 3 거리두기 해제로 시장 활성화
도전 3 참여형 콘텐츠로 차별화된 경험

지난 4월 중순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시민들의 이동 수요가 급증했다. 타다 넥스트 MPU(Monthly Paying User)는 3월 대비 4월에 33% 증가했고, 4월 대비 5월에도 17% 이상 증가했다. MPU는 한 달 간 실제 차량을 하차하고 비용을 지불한 유저 수의 합으로 호출만 하고 탑승은 하지 않거나 하는 허수가 빠진 순수 이용객 규모를 볼 수 있는 주요 지표 중 하나다. 호출 수도 3월 대비 4월 30% 이상 증가했다.

이동 수요가 증가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차별화’였다. 이용자들이 다른 서비스가 아닌 타다 넥스트를 이용하게끔 만들어야 했다. 타다는 타다의 핵심 차별점인 ‘높은 이동 경험’을 전달할 수 있는 콘텐츠로 ‘무브로그’ 영상 웹페이지를 제작해 자체 채널을 통해 바이럴했다.

무브로그(MOVELOG)는 타다 넥스트를 탑승했을 때 이용자의 시각으로 서울 도심 곳곳의 낮과 밤을 고루 담은 18분 분량의 영상 캠페인이다. 약 10개월 간 촬영한 80여 편의 영상으로 구성됐다. 무브로그 웹사이트에서 리드미컬한 음악에 공원 소리, 도시 소음이나 빗소리 같은 엠비언트 사운드를 얹을 수 있어 개개인별 취향에 맞는 힐링 영상을 볼 수 있게 제작했다. 타다가 나오는 장면 없이 순수하게 ‘편안한 이동 경험’을 직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영상이었다.

무브로그는 공개된 지 2개월 만에 66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단순 사이트 방문자 수와 페이지 접속 수는 7배 이상 차이가 났는데, 이는 고객 인게이지먼트의 증거로 접속자가 1명당 최소 7번 이상 여러 페이지를 눌러보며 놀다 갔다는 의미다.

■ 마케터를 위한 포인트

타다는 이동을 ‘경험’으로 접근하고 이와 관련된 굿즈와 콘텐츠를 꾸준히 제작해 이용자와 드라이버에게 전달했다. 고객 경험의 폭을 확장함으로써 타다가 전달하고자 하는 브랜드 가치를 각인하는 효과를 낼 수 있었다.

업계에서는 “브랜딩과 스토리가 그로스 전략이 될 수 있다는 걸 타다가 보여줬다고 생각한다”며 “타다 유저들의 LTV와 리텐션은 다른 서비스에 비해 상당히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또, 페이먼트 사업을 하는 토스와의 시너지로 결제 수단 등록의 장벽을 완화하고, 이것을 하나의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해 캐시백 이벤트로 신규 가입자를 빠르게 유치하고 실제로 탑승 및 결제로 이어지도록 했다.

최다은 기자

■ 전문가 코멘트


□ 천성용 단국대 교수

과거 길거리에서 택시를 잡기 위해 하염없이 기다리던 때가 있었다. 잠시 한눈을 팔았다가는 순식간에 지나가는 택시를 놓칠 수도 있기 때문에, 뚫어져라 지나가는 차들을 쳐다봐야 했다.

출퇴근 시간, 연말연시와 같은 때에는 택시를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기도 했다. 눈치 싸움도 치열했고, 간혹 서로 택시를 먼저 잡았다며 싸움을 벌이는 승객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처럼 과거에는 너무 당연했던 우리의 일상적 모습이 어느 순간 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바로 “채널 이노베이터(channel innovator)”가 등장했을 때이다. 채널 이노베이터는 소비자의 니즈를 새로운 방법으로 해결해 과거의 소비자들이 특정 제품, 서비스에 접근하던 방식을 혁신적으로 바꾼다.

예를 들어, 과거 우리는 음악을 듣기 위해 CD 판매점에 갔지만, 이제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한다. 여행을 가기 위해 여행사를 찾았지만, 이제 온라인 호텔예약 서비스를 이용한다. 이제 우리는 비디오 대여점에 갈 필요 없이 집에서 IPTV로 편리하게 영화를 선택한다. 음악스트리밍 서비스, 호텔예약 서비스, IPTV 모두 전형적인 채널 이노베이터들이다.

택시 호출 플랫폼 역시 새로운 채널 이노베이터이다. 이들의 등장으로 인해 이제 길거리에서 무작정 택시를 기다리는 소비자들은 없어졌다. 택시를 이용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는 그대로이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혁신적으로 바뀐 것이다.

그런데 채널 이노베이터 역시 시장이 성숙해지면 결국 치열한 경쟁에 대응해야 한다. 특별히 택시 호출 서비스의 경우 브랜드 충성도를 유도하기 쉽지 않은 특징이 있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택시를 호출할 수 있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택시 호출이 필요할 때 두번째로 떠오르는 대안은 큰 의미가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타다 넥스트 마케터는 타다만의 차별화된 “가치제안(Value proposition)”을 반드시 전달할 필요가 있다. 대형 승합차를 이용해 이동한다는 것은 단지 ‘실제 상품(actual product)’일 뿐이다.

소비자들이 대형 승합차를 이용하면서 ‘진짜로 사는 것’이 무엇인지, 왜 카카오T, 우티가 아니라 타다 서비스를 꼭 이용해야 하는지, 즉 타다만의 차별화된 핵심 혜택(core benefit)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현재 카카오T가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가진 상황에서, 습관처럼 형성된 소비자의 행동을 바꾸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소비자의 습관적 구매를 깰 수 있는 타다만의 충분한 가치제안, “택시 호출=타다”라는 강력한 브랜드 연상, 다음번에도 타다를 꼭 이용하게 만드는 브랜드 충성도 형성 전략이 반드시 필요하다.


□ 최현자 서울대 교수

촉촉하게 내리는 빗소리, 한적한 바닷가 파도소리, 어린 시절 어머니가 귀를 파주던 경험…. 사람들은 저마다 기분좋게 느꼈던 경험이 있다. 이런 경험이나 추억을 시청각적으로 재현해 심리적 안정감이나 좋은 느낌을 주는 것이 바로 ASMR이다.

ASMR은 자율 감각 쾌락 반응(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의 약자로 2010년 ASMR 리서치 프로젝트의 설립자 제니퍼 앨런이 처음 소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ASMR의 종류는 빗소리 파도소리 같은 자연의 소리, 속삭이는 소리, 물건을 두드리는 소리 등 매우 다양하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자극이 다르기 때문이다. 여러 해외 연구들에 따르면 ASMR 영상이 뇌를 쉬게 하고, 과거의 좋았던 기억을 되살려 안정감과 편안함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됐으며 ASMR을 시청하면 심박수가 하락하는 것도 확인됐다.

마케팅에서는 소비자의 감각을 통해 소비자의 인식, 판단, 행동에 영향을 주는 감각 마케팅의 하나로 ASMR이 활용되고 있다. 소비자의 시각과 청각에 초점을 맞춘 ASMR 콘텐츠가 활발하게 쓰이고 있는데 국내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보면 응답자의 93.3%가 ASMR 콘텐츠를 접해봤다고 응답했고, 이들 중 대부분이 주기적으로 ASMR 콘텐츠를 이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타다는 무브로그를 통해 ASMR 콘텐츠를 선보였다. 무브로그는 공개된 지 2개월 만에 66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할 정도로 성공을 거뒀다. 그만큼 ASMR 콘텐츠를 반기는 소비자가 많았다는 의미다.

유튜브에서 구독자 1만~10만명을 보유한 매크로 등급의 ASMR 인플루언서를 대상으로 수행된 연구에서는 “시청자들이 ASMR 콘텐츠에서 소개된 제품 보다 빗소리 파도소리 등 ASMR 촉매에 더 집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하였다. 즉 소비자의 관심인 ASMR촉매와 제품이나 서비스가 연결되어야만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ASMR로 소비자의 관심을 확보했다면, 그 관심을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로 연결할 수 있는 전략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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