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건조기로 기판 말려…제철소 복구에 이색 아이디어
지난달 태풍 힌남노에 따른 집중호우로 공장 조업이 전면 중단됐던 포스코 포항제철소를 복구하기 위해 직원들이 이색 아이디어를 내놓아 눈길을 끈다.

20일 포스코에 따르면 2제강공장 직원들은 지난달 6일 태풍으로 공장이 침수되는 바람에 공장 전기가 끊겨 복구에 어려움을 겪었다.

제강은 고로(용광로)에서 생산된 쇳물의 불순물을 제거하고 응고시켜 반제품을 생산하는 공정이다.

2제강공장 직원들은 고로 가동 일정에 맞춰 제강 공장도 함께 가동해 쇳물을 처리해야 하지만 조명도 없고 물이 1m 높이까지 차올랐음에도 수중 펌프를 가동하지 못했다.

이때 직원들은 '전기차 전지'를 전원으로 이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김태우 2제강공장 부공장장은 자신의 전기차 전지를 연결해 임시로 공장에 전기를 공급해 불을 밝혔다.

전기차를 소유한 직원들 전지를 활용해 수중 펌프를 가동하고 소형 펌프에 전원을 연결해 전기가 끊긴 상황에서도 배수 작업을 진행했다.

김태우 부공장장은 "낮에는 배수펌프를 가동하고 밤에는 사무실 불을 밝히는 데 전기차 전지를 활용했다"며 "전지가 방전되면 인근 충전소에서 차를 다시 충전해와 시급한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됐다"고 회상했다.

수해로 물에 젖은 전기·전자 제어기판을 신속하게 씻어 말리는 데에도 직원들 아이디어가 빛났다.

시간이 지나면 부식돼 복구가 영구적으로 불가능해질 수 있는 상황이 되자 직원들은 침수된 장치를 분해해 물로 청소하고 헤어드라이어와 온풍기를 활용해 건조작업을 했다.

그러나 제어장치를 수작업으로 말리기에는 작업 속도가 느리고 구석구석에 남은 물기를 완전히 제거하기가 어려웠다.

이때 에어컨 정비 전문협력사인 아이랙스의 김태복 과장이 고추건조기를 활용해 에어컨 내 기판을 건조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그는 고향 집에서 사용하던 농기계인 고추 건조기를 싣고 와 전기 수리공장 한쪽에 설치하고 대량으로 제어용 기판을 건조했다.

이 덕분에 직원들은 기판 세정과 건조를 한 개씩 수작업으로 하던 비효율적 방식에서 벗어나 낮에는 기판 세정 작업에 집중하고 퇴근 무렵 고추건조기에 기판을 넣어 한 번에 대량으로 건조했다.

고추건조기에 넣은 기판은 다음날 아침이면 바싹 말라 있어 설비 건조 효율이 올랐다.

한편 포항제철소는 1냉연, 2·3전기강판 공장을 재가동했고 지난 7일엔 1열연공장을 재가동했다.

이달 중에 3후판공장과 1선재공장 복구를 마칠 계획이다.

고추건조기로 기판 말려…제철소 복구에 이색 아이디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