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 사태’ 충격으로 국내 금융시장이 패닉 조짐이다. 강원도가 최근 레고랜드 건설을 위해 지급 보증한 205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해 자금난 등을 이유로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하자, 국고채는 물론이고 회사채·단기어음(CP)까지 채권시장 전체가 급속하게 얼어붙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지급 보증하는 최고등급(A1) 금융상품까지 문제가 생기자 채권시장에서 시중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고, 자금 조달 길이 막힌 중소·지방 건설사와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도미노 부도설’까지 나온다. 채권 금리가 연일 10년 사이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그제는 L건설이 높은 금리 조건을 걸고도 회사채 발행(2000억원 규모)에 실패해 결국 유상증자로 돌아섰다. 회복세를 보이던 주식시장도 이런 채권시장 발작에 놀라 맥을 추지 못했다. 그동안 제기됐던 부동산금융발(發) 위기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는 배경이다.

문제는 이게 시작일 수 있다는 데 있다. 금융감독당국의 건전성 규제를 받지 않는 PF와 부동산펀드·신탁 등 부동산 관련 그림자금융 규모가 750조3000억원(지난해 말 기준)에 달한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이 중 28%(202조6000억원)가 부실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금리 인상 기조와 경기 침체, 부동산 경기 위축이라는 세 가지 악재가 맞물릴 경우 제2, 제3의 레고랜드 사태가 언제 어디서든 재연할 수 있다는 경고에 다름 아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실기(失期)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채권시장에서 붙은 불이 주식시장, 실물시장으로 옮겨붙지 않도록 초기에 빠르고 과감한 진화로 투자심리를 회복시켜야 한다. 정부는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 10조원,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20조원 재가동 계획 등을 밝혔으나 충분하지 않아 보인다. 필요할 경우 2020년 코로나 사태 발생 때처럼 한국은행을 통한 무제한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비은행 금융회사 대출 등에도 나설 준비를 해야 한다. 모두 한 부처가 처리하기 힘든 일이다. 위기 때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범부처를 아우르는 컨트롤타워를 만들어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