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이북 대표 골프장'의 얼굴은 예쁘지만 까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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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시그니처 홀
(15) 포천 일동레이크GC
힐코스 8번홀(파4)
"무조건 페어웨이를 사수하라"
아름다움 뒤에 숨어있는 함정들
KLPGA·KPGA 대회 코스
(15) 포천 일동레이크GC
힐코스 8번홀(파4)
"무조건 페어웨이를 사수하라"
아름다움 뒤에 숨어있는 함정들
KLPGA·KPGA 대회 코스
‘북(北)일동, 남(南)화산’. 골프 좀 친다는 사람들 사이에선 꽤나 알려진 말이다. 한강 이북에선 일동레이크GC를, 남쪽에선 화산CC를 제일로 친다는 얘기다. 2000년대 들어 ‘명품’을 내건 럭셔리 골프장이 많이 생겼지만, 일동레이크GC는 처음 문을 연 1995년이나 지금이나 대한민국 톱 클래스 골프장으로 꼽힌다.
그 자신감은 골프장 입구에 서 있는 간판에 그대로 담겨 있다. ‘No.1 Tournament Course(일등 대회코스)’.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삼성월드챔피언십을 시작으로 한국프로골프(KPGA)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대회가 이곳에서 열렸고, 그때마다 명승부가 펼쳐졌다. 올 4월 열린 KLPGA 챔피언십에선 천하의 김효주(27)가 일동레이크의 재물이 됐다. 깊은 벙커와 긴 러프 등 일동레이크가 숨겨놓은 함정에 빠져 최종일 7오버파로 무너졌다.
이런 무자비한 코스에선 평소보다 얼마나 스코어가 더 나올까. ‘백돌이’ 기자는 기가 눌렸고, 나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바위산 안에 자리 잡은 마운틴 코스는 거리와 방향 중 하나만 틀려도 혼을 냈다. 언덕배기에 있는 힐코스는 포근하기는커녕 곳곳에 숨긴 함정으로 응징했다. 빠른 그린(스팀프미터 기준 3.0m)도 부담이었다.
그렇게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16번홀을 끝낸 뒤 17번째 티잉 그라운드에 올랐다. 일동레이크GC의 시그니처홀인 힐코스 8번홀(파4)이다.
일동레이크GC는 척 보면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페어웨이가 널찍한 데다 경사도 심하지 않아서다. 하지만 한두 홀 돌다 보면 왜 어려운지 곧 알게 된다. 우선 길다. 레이디티 기준으로 모든 파4홀이 320야드를 넘는다. 화이트티 기준으로 400야드가 넘는 파4홀이 4개다. 힐코스 3번홀은 레이디티에서는 흔치 않은 500야드짜리 파5홀이다.
시그니처홀답게 힐코스 8번홀은 이런 일동레이크GC의 특징이 그대로 담겨 있다. 화이트티 350야드, 레이디티 322야드. 하지만 티잉구역에 서자 ‘거리에 대한 부담감’을 ‘꽉 짜인 아름다움’이 대신했다. 새파란 페어웨이와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오른쪽 연못, 그 너머에 있는 클럽하우스까지…. 한폭의 그림이다. ‘명문 골프장 그린피의 절반은 풍경 값’이란 말이 떠올랐다.
그동안의 미스샷을 스스로 용서해주려던 찰나, 정철수 일동레이크GC 대표가 흥을 깼다. “페어웨이를 못 지키면 페널티가 큰 홀이에요. 방향이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짧으면 투온이 안 되니, 거리도 내야 하고….”
56도 웨지로 벙커에서 탈출한 다음 8번 아이언으로 그린 앞에 공을 보냈다. 어프로치로 그린에 올린 뒤 투 퍼트. 트리플보기. 낙담한 기자에게 정 대표는 “올해 KLPGA챔피언십 최종일에서 이 홀 버디는 딱 1개(마다솜 프로)뿐이었다. 원래 어려운 홀”이라며 위로했다.
터벅터벅 18번홀로 발걸음을 옮기려던 기자를 정 대표가 돌려세웠다. 그러더니 “티잉구역을 한번 보라”고 했다. 그린에서 뒤돌아 본 힐코스 8번홀은 티잉구역에서 그린쪽을 바라볼 때만큼이나 아름다웠다. 정 대표는 “봄이면 하얀 배꽃밭으로 변신하는 마운틴코스 3번홀(파3)과 웅장한 바위산을 끼고 있는 마운틴코스 9번홀(파4)도 시그니처홀에 버금가는 예쁜 홀”이라고 했다.
클럽하우스는 소박한 편이다. 클럽하우스에 목돈을 들인 ‘요즘 명문’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골프장의 본질에 집중한다”는 생각에 잔디 관리와 경기 운영에 힘을 쏟는다고.
정회원 165명, 주중회원 460명으로 성수기 기준 하루 66팀만 8분 단위로 받는다. 물 흐르듯이 경기를 운영하는 것도 일동레이크GC의 특징이다. 주말에도 한 라운드에 4시간30분 이상 안 걸린다. 신동원 농심 회장이 매주 방문하지만, 앞뒤 팀을 비우는 등 ‘황제골프’는 없다. 내년부터는 최대 64팀으로 줄이고 월 2회 휴장한다.
포천=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그 자신감은 골프장 입구에 서 있는 간판에 그대로 담겨 있다. ‘No.1 Tournament Course(일등 대회코스)’.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삼성월드챔피언십을 시작으로 한국프로골프(KPGA)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대회가 이곳에서 열렸고, 그때마다 명승부가 펼쳐졌다. 올 4월 열린 KLPGA 챔피언십에선 천하의 김효주(27)가 일동레이크의 재물이 됐다. 깊은 벙커와 긴 러프 등 일동레이크가 숨겨놓은 함정에 빠져 최종일 7오버파로 무너졌다.
이런 무자비한 코스에선 평소보다 얼마나 스코어가 더 나올까. ‘백돌이’ 기자는 기가 눌렸고, 나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바위산 안에 자리 잡은 마운틴 코스는 거리와 방향 중 하나만 틀려도 혼을 냈다. 언덕배기에 있는 힐코스는 포근하기는커녕 곳곳에 숨긴 함정으로 응징했다. 빠른 그린(스팀프미터 기준 3.0m)도 부담이었다.
그렇게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16번홀을 끝낸 뒤 17번째 티잉 그라운드에 올랐다. 일동레이크GC의 시그니처홀인 힐코스 8번홀(파4)이다.
한강 이북 대표 골프장
일동레이크GC의 주인은 농심그룹이다. SK그룹이 갖고 있던 것을 2001년 인수했다. 코스 설계를 잘하기도 했지만 골프를 라면만큼이나 사랑한, 그래서 매주 일동레이크GC를 찾은 고(故) 신춘호 농심 회장이 정성을 다해 가꾼 덕분에 곧 수도권 북부 최고 명문이 됐다. 설계는 김학영 씨가 했다. 한국과 일본에서 프로골퍼로 활동하다 양산 에이원, 제주 테디밸리 등을 그린 한국 1세대 설계가다.일동레이크GC는 척 보면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페어웨이가 널찍한 데다 경사도 심하지 않아서다. 하지만 한두 홀 돌다 보면 왜 어려운지 곧 알게 된다. 우선 길다. 레이디티 기준으로 모든 파4홀이 320야드를 넘는다. 화이트티 기준으로 400야드가 넘는 파4홀이 4개다. 힐코스 3번홀은 레이디티에서는 흔치 않은 500야드짜리 파5홀이다.
시그니처홀답게 힐코스 8번홀은 이런 일동레이크GC의 특징이 그대로 담겨 있다. 화이트티 350야드, 레이디티 322야드. 하지만 티잉구역에 서자 ‘거리에 대한 부담감’을 ‘꽉 짜인 아름다움’이 대신했다. 새파란 페어웨이와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오른쪽 연못, 그 너머에 있는 클럽하우스까지…. 한폭의 그림이다. ‘명문 골프장 그린피의 절반은 풍경 값’이란 말이 떠올랐다.
그동안의 미스샷을 스스로 용서해주려던 찰나, 정철수 일동레이크GC 대표가 흥을 깼다. “페어웨이를 못 지키면 페널티가 큰 홀이에요. 방향이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짧으면 투온이 안 되니, 거리도 내야 하고….”
미션 “페어웨이를 지켜라”
마음을 다잡고 드라이버를 휘둘렀다. 146m 날아간 공은 왼쪽 첫 번째 벙커에 떨어졌다. 다행히 벙커는 깊지 않았다. 7번 아이언을 휘둘렀다. 하지만 공을 감싸 안은 고운 모래를 너무 만만하게 봤나 보다. 빗맞은 공은 37m를 날아 바로 앞에 있는 벙커에 떨어졌다.56도 웨지로 벙커에서 탈출한 다음 8번 아이언으로 그린 앞에 공을 보냈다. 어프로치로 그린에 올린 뒤 투 퍼트. 트리플보기. 낙담한 기자에게 정 대표는 “올해 KLPGA챔피언십 최종일에서 이 홀 버디는 딱 1개(마다솜 프로)뿐이었다. 원래 어려운 홀”이라며 위로했다.
터벅터벅 18번홀로 발걸음을 옮기려던 기자를 정 대표가 돌려세웠다. 그러더니 “티잉구역을 한번 보라”고 했다. 그린에서 뒤돌아 본 힐코스 8번홀은 티잉구역에서 그린쪽을 바라볼 때만큼이나 아름다웠다. 정 대표는 “봄이면 하얀 배꽃밭으로 변신하는 마운틴코스 3번홀(파3)과 웅장한 바위산을 끼고 있는 마운틴코스 9번홀(파4)도 시그니처홀에 버금가는 예쁜 홀”이라고 했다.
클럽하우스는 소박한 편이다. 클럽하우스에 목돈을 들인 ‘요즘 명문’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골프장의 본질에 집중한다”는 생각에 잔디 관리와 경기 운영에 힘을 쏟는다고.
정회원 165명, 주중회원 460명으로 성수기 기준 하루 66팀만 8분 단위로 받는다. 물 흐르듯이 경기를 운영하는 것도 일동레이크GC의 특징이다. 주말에도 한 라운드에 4시간30분 이상 안 걸린다. 신동원 농심 회장이 매주 방문하지만, 앞뒤 팀을 비우는 등 ‘황제골프’는 없다. 내년부터는 최대 64팀으로 줄이고 월 2회 휴장한다.
포천=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