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수백조원의 재정을 투입하고도 세부 핵심성과지표 중 70%에서 낙제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출산율을 높이거나 고령화 속도를 늦추는 궁극적 목표 달성에 실패한 것은 물론 사업별 직접효과도 미미했다.

20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추진한 3차 기본계획의 핵심 성과지표는 총 13개다. 국공립 등 어린이집 이용 아동 비율, 육아휴직자 중 남성 비율, 사교육비 부담, 임신유지율 등 출산, 자녀양육과 직접 관련이 있는 지표를 비롯해 신혼부부 임대주택 수혜율, 근로자 1인당 연간 근로시간 등 삶에 영향을 주는 지표 등이 포함됐다. 정부는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 기간 240조4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직전 5년간 112조5000억원에 비해 두 배가 넘게 예산 투입을 늘렸다.
5년간 대통령 주재회의 단 1번…저출산고령委 과제 70%가 '낙제'
하지만 이 중 2020년까지 3차 기본계획에서 설정한 목표를 초과한 지표는 3개에 불과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인구정책 재정립’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까지 10.0%를 달성하려던 신혼부부 임대주택 수혜율은 28.16%를 기록해 목표를 크게 웃돌았다.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 비율은 목표치 15.0%를 초과해 24.5%까지 높아졌다. 노인 교통사망률은 10만 명당 16.5명으로 크게 낮아져 목표치인 20명을 밑돌았다.

하지만 나머지 지표는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국공립 어린이집 등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동 비중을 2020년까지 37%까지 높이겠다던 정부는 이를 33.4%까지 끌어올리는 데 그쳤다. 1인당 연간 근로시간은 목표치인 ‘1800시간 이하’에 한참 못 미치는 1908시간이다. 사교육비는 2016년 18조1000억원에서 2020년 17조원으로 줄이겠다는 방침이었지만 외려 19조3000억원대로 늘었고, 작년엔 23조원대로 치솟았다. 청년·여성·노인 고용률은 5년간 제자리걸음 해 목표치를 크게 밑돌았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이 같은 성과와 관련해 “전반적으로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핵심성과지표 대부분을 달성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위원장의 무관심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당연직 위원장은 대통령이다. 하지만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기 중 이 회의를 정식으로 주재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2017년 12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출범식을 겸한 간담회에 한 차례 참석한 것이 전부였다.

위원장의 무관심은 위원들의 직무 유기로 이어졌다.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100여 명의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 산하 분과 회의 참석률은 모두 50~60%대에 머물렀다. 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교수는 “위원회는 논의 내용이 실제 정책에 어떻게 반영됐는지 위원들에게 피드백도 전혀 주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진규/황정환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