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현대자동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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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내년 하이브리드카 생산량을 올해보다 15%가량 늘리기로 했다. 세타2 가솔린 엔진 리콜 충당금 확충으로 불거진 과거형 악재와 미국 전기차 보조금 중단이라는 미래형 문제 사이에서 지금 당장 가장 잘 팔리는 모델에 집중해 실탄을 비축하겠다는 전략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울산공장은 최근 엔진사업부 직원을 대상으로 내년 울산 엔진공장 생산계획을 설명했다. 엔진 생산 대수를 올해 124만 대에서 내년 142만 대로 15%(18만 대) 늘리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증산분은 대부분 하이브리드 엔진이다. 울산 엔진공장은 현대차 국내 전체 물량의 60%를 차지해 내년 사업계획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현대차가 하이브리드카 대량 증산에 나서는 것은 글로벌 시장 수요가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갈아타기 전 수요가 하이브리드카에 몰리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9월까지 글로벌 하이브리드카 판매량이 17만9406대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0.5% 늘었다. 기아는 19만1210대로 105.2% 급증했다. 현대차의 9월 누적 글로벌 판매량이 1.0% 감소하고, 기아가 2.0%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하이브리드카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여파로 전기차 사업의 손익구조가 악화하고, 수요가 위축된 것도 현대차가 하이브리드카 대량 증산에 나선 배경이다. 전기차 전환 과도기가 예상보다 길어짐에 따라 하이브리드카 점유율이 2026년 10%를 넘어설 전망이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하이브리드카는 전기차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손익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우선 살아남아야 전기차 투자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일규/박한신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