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테슬라 쇼크, 스냅 충격…다음 주 애플·아마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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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뉴욕 증시 마감 직후 테슬라가 3분기 차량 인도 대수가 예상에 못 미쳤다고 공개하면서 밤새 주가지수 선물은 마이너스권에 머물렀습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해외 입국자에 대한 격리 기간을 10일에서 7일로 줄이는 걸 검토하고 있다는 블룸버그 보도에 손실 폭을 크게 줄였습니다. 그리고 영국에서 논란 끝에 리즈 트러스 총리가 사임하고 여기에 금융시장이 긍정적(파운드 상승, 영국 국채 금리 하락)으로 반응하면서 20일(미 동부시간) 주요 지수는 보합세로 출발한 뒤 상승 폭을 키웠습니다. 오전 내내 나스닥은 1% 이상 오름세를 지켰습니다.
하지만 지난 13일 9월 소비자물가(CPI)가 발표된 뒤 계속해서 상승해온 금리가 또 꿈틀대자 주가는 상승 폭을 반납했습니다. 결국, 다우는 0.30%, S&P500 지수는 0.80% 내렸고 나스닥은 0.61% 하락했습니다.
미 국채 금리는 사실 영국 국채 시장이 안정되면서 오전 8시 반께 전날과 비슷한 수준에서 움직였습니다. 하지만 이후 상승세를 지속해서 또다시 2008년 이후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오후 4시 23분께 10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10.1bp 오른 4.240%, 2년물은 6.4bp 상승한 4.619%에 거래됐습니다.
금리의 상승 원인은 전날과 비슷합니다. 나쁘지 않은 미국의 경제 지표와 미 중앙은행(Fed) 위원들의 매파적 발언, 그리고 유동성이 모자란 채권 시장 탓입니다.
1. 나쁘지 않은 경제 지표
오전 8시 30분에 발표된 주간(~15일) 실업급여 청구 건수는 전주보다 1만2000건 감소한 21만4000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예상(23만5000건)보다 훨씬 적었으며, 팬데믹 이전인 2019년 평균(21만8000건)보다도 낮습니다. 리처드 번스타인 어드바이저스는 "현실적으로 Fed는 실업급여 청구 건수가 이처럼 매우 적을 때 전환은 고려조차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라스무센은 "이는 계속 빡빡한 노동 시장을 가리킨다. 임금 상승에 대한 우려로 Fed가 해야 할 일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필라델피아 연방은행의 제조업 지수는 -8.7로 하락했습니다. 예상(-5%)보다 낮았습니다. 판테온 이코노믹스는 "실망스러운 수치지만 절망적 수준은 아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9월 기존주택 판매는 전월 대비 1.5% 감소해 2020년 봄을 제외하고는 지난 2012년 9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예상과 같았습니다. 그러나 공급이 빡빡한 탓에 주택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기존주택 매매 중앙값은 전년 동기보다 8.4% 상승한 38만4800달러로 집계됐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우리 예상보다 약간 적은 기존주택 판매 수치는 우리의 3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2.0%에서 2.1%로 높인다"라고 밝혔습니다. 최근 경제 지표들은 이처럼 나쁘지만, 예상보다 좋게 나오는 게 많습니다. 이들 경제 지표들을 반영해 추산하는 애틀랜타 연방은행의 GDP 나우는 3분기 성장률을 2.9%로 내다봅니다. 계속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물론 전망은 좋지 않습니다.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한 9월 경기선행지수(LEI)는 1.45% 추가 하락했습니다. 콘퍼런스보드 측은 "선행지수가 최근 몇 달간 지속해서 하락하는 추세이고 이는 올해 말 이전에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을 시사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침체가 아닌 것은 확실합니다. 웰스파고는 "소비자 지출은 여전히 회복력이 있고 경제는 아직 침체에 있지 않지만 경기선행지수는 곧 우리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주장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2. Fed의 매파적 발언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연행 총재는 오늘 "내년 어느 시점에는 금리 인상을 중단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제약적 수준의 금리를 상당 기간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데이터에 따라 필요하다면 더 높일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내년까지 금리 인상을 계속하고 전환은 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입니다. 하커 총재는 “우리는 당분간 금리를 계속 인상할 것”이라며 "솔직히 실망스러운 인플레이션 억제에 대한 진전이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올해 말까지 4%를 훨씬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Fed 워치 시장에서는 최종금리 예상이 이제 내년 2분기 5%를 약간 넘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3. 채권 시장의 수요 부족
아메리벳 증권의 그렉 파라넬로 채권 전략가는 "10년물 금리는 지금 약간의 자유 낙하 상태에 있다. Fed가 물러설 수 없다는 사실에 구매자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면서 "차트를 보면 금리 상승세가 여기서 멈출 것이라고 알려주는 게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채권 시장의 3대 수요자는 Fed, 미국 상업은행, 그리고 일본 등 해외 투자자였습니다. 이중 Fed는 양적 완화(QE)에서 양적 긴축(QT)으로 돌아서 채권 보유량을 줄이고 있습니다. 미국 상업은행들은 예금 감소에 대비해 채권 매수를 꺼리고 있습니다. 해외 투자자들은 환 헤지 비용이 많이 들어 미국 채권을 사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환 헤지 비용은 기본적으로 양국 간 금리 차에 기반하는, 미국 금리가 높아져 헤지 비용이 치솟은 상태입니다.
특히 월가에선 해외 투자자들의 채권 매도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영국 연기금들은 부채연계투자(LDI)로 인한 마진 콜에 처하자 미국 채권, 주식을 팔고 있습니다. 일본 엔화는 오늘 달러당 150엔까지 떨어져 1990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습니다. 일본이 환율 방어에 나서려면 달러가 필요합니다. 당장은 Fed의 역레포 창구 등에서 운용 중인 달러 현금을 동원할 수 있지만, 시장 개입이 길어진다면 미국 국채를 팔아야 할 것입니다. 일본은 1조 달러 이상의 국채를 가진 세계 1위 보유국입니다. 오안다의 크레이그 얼람 전략가는 "엔화에 대한 하락 압력이 살아있고 결국 일본 당국은 무언가를 내놓아야 할 것"이라며 "150엔 수준에서 상당한 규모의 환 시장 개입 추측이 있지만, 아직 나오지는 않았다. 정부의 구두 경고는 더는 트레이더들에게 들리지 않기 때문에 실제 조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본 10년물 채권 금리도 0.25%를 넘으면서 일본은행은 긴급히 채권 매입에 나서야 했습니다. 다음 주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수익률 곡선 제어(YCC) 정책을 수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월가 관계자는 "일본의 물가가 높은 게 아니어서 당장 YCC를 수정하지는 않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라며 "YCC를 포기한다면 일본 국채 금리가 급등해서 최악의 경우 일본 국채를 대거 보유한 일본 금융사들이 영국처럼 마진콜에 처해 미 국채를 팔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8월 1일 2.572%였습니다. 55거래일 동안 170bp가 넘게 치솟았습니다. 워낙 단기에 상승 폭이 크다 보니 거의 정점에 왔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더블라인 캐피털의 제프리 건들락 최고 투자 책임자는 10년, 30년물 금리가 4.1%대에 함께 머무는 것을 지적하면서 "이렇게 수익률 곡선의 끝부분이 평평한 것은 금리 상승세가 지쳐간다는 것을 뜻한다"라면서 "국채 수익률이 지금부터 연말 사이에 정점에 도달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물론 건들락은 지난 8월 초 10년물이 3.2%에서 2.5%대로 내려가자 "채권이 바겐이었던 것 같다"라고 말하기도 했었던 사람입니다.
또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도 "최종금리에 대한 예상이 5%를 넘었다. 이것은 일종의 이정표다. 올라가지 않기보다는 더 올라가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지난 18개월 동안 이미 400bp 이상 상승했다. 이는 확실히 이번 금리 인상 주기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상승분이다"라고 밝혔습니다.
JP모건은 최근 연말 10년물 국채 금리 전망치를 4.25%로 높이면서 "Fed의 과도한 금리 인상 가능성, 국채 시장의 약한 유동성 문제, 외국인 투자자의 약한 수요를 고려할 때 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Fed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에 가까워지고 있으며 지금까지 더 짧은 듀레이션으로 편향된 국채 포지션을 약간 중립적으로 바꾸는 걸 권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즉 장기 채권 일부를 매수하라는 것이죠. JP모건은 "금리의 상승 위험이 더 큰 상황에서 단기 듀레이션 비중확대를 유지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지만 30년물 수익률은 4% 이상으로 높아진 데다 더 깊은 경기 침체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면 장기물 매수가 효과적인 보험이 될 수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Fed가 매파적 입장을 견지하고 금리 상승이 지속하자 주식 시장은 하락 압력을 받고 있습니다. 헤지펀드 그린라이트의 데이비드 아인혼은 고객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Fed의 목표는 주가 하락 및 자산 가치 감소다. 증시를 흔들고 수요를 억제하려는 목적이 분명하다”라며 “지금은 주식을 매수할 때가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Fed는 자산 가치가 실질적으로 하락할 때까지 강경한 태도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 주택 시장이 둔화하는 모습을 보면 명확하게 나타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현재의 인플레이션 위기는 곧 국가 부채 위기로 전이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금값이 약세를 보일 수 있지만, 장기로 보면 금이 유망하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린라이트 펀드의 수익률은 올해 17.7%에 달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도 연말까지 향후 3개월간 주식에서 비중축소를 유지할 것으로 권하고 있습니다. 투자자 심리와 주식 포지셔닝이 다소 약세이지만 아직 이런 약세 심리의 정점에 도달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골드만은 "베어마켓에서 약세 심리는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다"라면서 " 주가의 하락 위험은 내년까지도 여전히 높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오늘 주식 시장이 약간 흔들린 것은 괜찮았던 3분기 어닝시즌에서 약간의 균열(?)이 나타난 탓이기도 합니다. 우선 테슬라가 매출이 사상 최고치에 달했지만, 월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특히 매년 차량 인도 대수를 50%씩 증가시키겠다고 해왔지만, 올해 목표는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작년에 93만6000대를 인도한 테슬라가 약속을 지키려면 올해 140만대를 인도해야 합니다. '테슬라 불'(테슬라 강세론자)로 유명한 웨드부시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도 목표가를 기존 360달러에서 300달러로 낮추면서 "장미와 무지개가 있는 분기는 아니었다. 어느 다른 자동차 회사보다 테슬라에 대해 높은 기준을 가진 투자자들의 기대를 다 채워주지 못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테슬라는 오늘 6.65% 떨어져 207.28달러로 마감했습니다. 지난 한 달간 31.09%나 급락했습니다. 시카고옵션거래소에 따르면 오늘 정오에 가장 활발하게 거래된 개별 주식 옵션이 행사가 200달러짜리 테슬라 풋옵션이었습니다. 만기는 내일입니다.
알루미늄 생산업체인 알코아는 3분기 7억4600만 달러 적자를 냈다고 발표했습니다. 시장 예상(2600만 달러 흑자)보다 훨씬 못한 것입니다. 알루미늄 가격이 하락한 데다, 비용이 급증한 탓입니다. 알코아의 적자 전환은 알코아로부터 알루미늄을 공급받아 쓰는 건설, 항공우주, 포장 등 관련 업체들에 대한 실적 우려를 부르고 있습니다.
또 다른 우려스러운 신호는 철도회사 유니온퍼시픽에서 나왔습니다. 3분기 실적은 예상보다 나았지만, 화물 수요 둔화를 이유로 향후 가이던스를 낮췄습니다. 유니온퍼시픽의 랜스 프리츠 CEO는 "우리는 여전히 성장을 기대하지만 3분기 초에 기대했던 것만큼의 성장을 보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소비자들이 구매 속도를 늦추고 있으며 높은 인플레이션과 다가오는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블랙스톤의 경우 3분기 순이익이 230만 달러(주당 1센트 미만)에 그쳐 작년 동기의 14억 달러(주당 1.94달러)에 크게 못 미쳤습니다. 아디다스도 중국 소비 둔화를 이유로 가이던스를 낮췄습니다.
장 마감 뒤 스냅은 3분기 3억5950만 달러 적자를 보고했습니다. 주당 22센트 적자로 작년 동기(5센트 적자)보다 크게 악화했습니다. 월가 예상(24센트 적자)보다는 나았죠. 하지만 매출은 11억3000만 달러로 예상(11억4000만 달러)을 밑돌았습니다. 작년보다는 6% 성장했는데, 이는 가장 저조한 기록입니다. 스냅은 "매출 성장세가 3분기에도 둔화했고, 플랫폼 정책 변화나 거시 경제 역풍, 경쟁 강화 등 지난 1년 동안 언급했던 여러 이슈로 인해 타격이 지속하는 상황"이라며 4분기 실적 가이던스를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시간 외에서 25%까지 폭락하고 있습니다. 이는 실적 발표를 앞둔 다른 기술주에 우려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애플과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은 다음 주 실적을 공개합니다.
바클레이스는 애플이 매출, 이익 등에서는 예상을 넘겠지만 가이던스가 보수적으로 나올 것 같다고 예상했습니다. 거시 경제의 역풍, 광고 비용 감소, 제품 교체 주기의 확장, 재택근무의 감소 등을 이유로 제시했습니다. 애플은 오는 28일 실적을 공개합니다. 아마존의 경우 27일 실적을 내놓습니다. 제프 베이저스는 어제 트위터를 통해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CEO의 '경기 침체가 임박했다'라는 발언을 리트윗하면서 "지금 경제의 가능성은 당신에게 위기에 대비하라고 말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사토리 펀드의 댄 나일스는 베저스의 발언에 대해 "실적 발표에 들어가는 아마존에 대해 나를 조심하게 만든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투자자인 마이클 스미스는 전날 뛰어난 실적을 발표한 P&G를 보면 "지금 미국 증시와 경제의 문제를 알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경영을 잘하는 세계적인 소비재 기업 P&G는 3분기 주당순이익(EPS)이 1.57달러를 기록해 월가 컨센서스(1.54달러)를 웃돌았고, 매출도 206억1000만 달러로 예상치(202억8000만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이에 대해 스미스는 "P&G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7% 증가했다. 판매량은 3% 감소했지만, 가격을 10%가량 올린 덕분이다. 그렇지만 비용 증가로 인해 마진은 1.6%로 떨어졌다. 그리고 분기 주당순이익(EPS)은 0.2센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기업은 판매량이 감소할 때 가격을 올려 몇 분기 동안 이익을 유지하거나 증가시킬 수 있지만 얼마나 오래 그렇게 할 수 있겠나? 게다가 Fed는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금리를 계속 올려 총수요를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1. 나쁘지 않은 경제 지표
오전 8시 30분에 발표된 주간(~15일) 실업급여 청구 건수는 전주보다 1만2000건 감소한 21만4000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예상(23만5000건)보다 훨씬 적었으며, 팬데믹 이전인 2019년 평균(21만8000건)보다도 낮습니다. 리처드 번스타인 어드바이저스는 "현실적으로 Fed는 실업급여 청구 건수가 이처럼 매우 적을 때 전환은 고려조차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라스무센은 "이는 계속 빡빡한 노동 시장을 가리킨다. 임금 상승에 대한 우려로 Fed가 해야 할 일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필라델피아 연방은행의 제조업 지수는 -8.7로 하락했습니다. 예상(-5%)보다 낮았습니다. 판테온 이코노믹스는 "실망스러운 수치지만 절망적 수준은 아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9월 기존주택 판매는 전월 대비 1.5% 감소해 2020년 봄을 제외하고는 지난 2012년 9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예상과 같았습니다. 그러나 공급이 빡빡한 탓에 주택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기존주택 매매 중앙값은 전년 동기보다 8.4% 상승한 38만4800달러로 집계됐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우리 예상보다 약간 적은 기존주택 판매 수치는 우리의 3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2.0%에서 2.1%로 높인다"라고 밝혔습니다. 최근 경제 지표들은 이처럼 나쁘지만, 예상보다 좋게 나오는 게 많습니다. 이들 경제 지표들을 반영해 추산하는 애틀랜타 연방은행의 GDP 나우는 3분기 성장률을 2.9%로 내다봅니다. 계속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물론 전망은 좋지 않습니다.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한 9월 경기선행지수(LEI)는 1.45% 추가 하락했습니다. 콘퍼런스보드 측은 "선행지수가 최근 몇 달간 지속해서 하락하는 추세이고 이는 올해 말 이전에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을 시사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침체가 아닌 것은 확실합니다. 웰스파고는 "소비자 지출은 여전히 회복력이 있고 경제는 아직 침체에 있지 않지만 경기선행지수는 곧 우리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주장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2. Fed의 매파적 발언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연행 총재는 오늘 "내년 어느 시점에는 금리 인상을 중단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제약적 수준의 금리를 상당 기간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데이터에 따라 필요하다면 더 높일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내년까지 금리 인상을 계속하고 전환은 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입니다. 하커 총재는 “우리는 당분간 금리를 계속 인상할 것”이라며 "솔직히 실망스러운 인플레이션 억제에 대한 진전이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올해 말까지 4%를 훨씬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Fed 워치 시장에서는 최종금리 예상이 이제 내년 2분기 5%를 약간 넘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3. 채권 시장의 수요 부족
아메리벳 증권의 그렉 파라넬로 채권 전략가는 "10년물 금리는 지금 약간의 자유 낙하 상태에 있다. Fed가 물러설 수 없다는 사실에 구매자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면서 "차트를 보면 금리 상승세가 여기서 멈출 것이라고 알려주는 게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채권 시장의 3대 수요자는 Fed, 미국 상업은행, 그리고 일본 등 해외 투자자였습니다. 이중 Fed는 양적 완화(QE)에서 양적 긴축(QT)으로 돌아서 채권 보유량을 줄이고 있습니다. 미국 상업은행들은 예금 감소에 대비해 채권 매수를 꺼리고 있습니다. 해외 투자자들은 환 헤지 비용이 많이 들어 미국 채권을 사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환 헤지 비용은 기본적으로 양국 간 금리 차에 기반하는, 미국 금리가 높아져 헤지 비용이 치솟은 상태입니다.
특히 월가에선 해외 투자자들의 채권 매도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영국 연기금들은 부채연계투자(LDI)로 인한 마진 콜에 처하자 미국 채권, 주식을 팔고 있습니다. 일본 엔화는 오늘 달러당 150엔까지 떨어져 1990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습니다. 일본이 환율 방어에 나서려면 달러가 필요합니다. 당장은 Fed의 역레포 창구 등에서 운용 중인 달러 현금을 동원할 수 있지만, 시장 개입이 길어진다면 미국 국채를 팔아야 할 것입니다. 일본은 1조 달러 이상의 국채를 가진 세계 1위 보유국입니다. 오안다의 크레이그 얼람 전략가는 "엔화에 대한 하락 압력이 살아있고 결국 일본 당국은 무언가를 내놓아야 할 것"이라며 "150엔 수준에서 상당한 규모의 환 시장 개입 추측이 있지만, 아직 나오지는 않았다. 정부의 구두 경고는 더는 트레이더들에게 들리지 않기 때문에 실제 조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본 10년물 채권 금리도 0.25%를 넘으면서 일본은행은 긴급히 채권 매입에 나서야 했습니다. 다음 주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수익률 곡선 제어(YCC) 정책을 수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월가 관계자는 "일본의 물가가 높은 게 아니어서 당장 YCC를 수정하지는 않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라며 "YCC를 포기한다면 일본 국채 금리가 급등해서 최악의 경우 일본 국채를 대거 보유한 일본 금융사들이 영국처럼 마진콜에 처해 미 국채를 팔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8월 1일 2.572%였습니다. 55거래일 동안 170bp가 넘게 치솟았습니다. 워낙 단기에 상승 폭이 크다 보니 거의 정점에 왔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더블라인 캐피털의 제프리 건들락 최고 투자 책임자는 10년, 30년물 금리가 4.1%대에 함께 머무는 것을 지적하면서 "이렇게 수익률 곡선의 끝부분이 평평한 것은 금리 상승세가 지쳐간다는 것을 뜻한다"라면서 "국채 수익률이 지금부터 연말 사이에 정점에 도달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물론 건들락은 지난 8월 초 10년물이 3.2%에서 2.5%대로 내려가자 "채권이 바겐이었던 것 같다"라고 말하기도 했었던 사람입니다.
또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도 "최종금리에 대한 예상이 5%를 넘었다. 이것은 일종의 이정표다. 올라가지 않기보다는 더 올라가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지난 18개월 동안 이미 400bp 이상 상승했다. 이는 확실히 이번 금리 인상 주기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상승분이다"라고 밝혔습니다.
JP모건은 최근 연말 10년물 국채 금리 전망치를 4.25%로 높이면서 "Fed의 과도한 금리 인상 가능성, 국채 시장의 약한 유동성 문제, 외국인 투자자의 약한 수요를 고려할 때 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Fed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에 가까워지고 있으며 지금까지 더 짧은 듀레이션으로 편향된 국채 포지션을 약간 중립적으로 바꾸는 걸 권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즉 장기 채권 일부를 매수하라는 것이죠. JP모건은 "금리의 상승 위험이 더 큰 상황에서 단기 듀레이션 비중확대를 유지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지만 30년물 수익률은 4% 이상으로 높아진 데다 더 깊은 경기 침체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면 장기물 매수가 효과적인 보험이 될 수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Fed가 매파적 입장을 견지하고 금리 상승이 지속하자 주식 시장은 하락 압력을 받고 있습니다. 헤지펀드 그린라이트의 데이비드 아인혼은 고객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Fed의 목표는 주가 하락 및 자산 가치 감소다. 증시를 흔들고 수요를 억제하려는 목적이 분명하다”라며 “지금은 주식을 매수할 때가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Fed는 자산 가치가 실질적으로 하락할 때까지 강경한 태도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 주택 시장이 둔화하는 모습을 보면 명확하게 나타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현재의 인플레이션 위기는 곧 국가 부채 위기로 전이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금값이 약세를 보일 수 있지만, 장기로 보면 금이 유망하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린라이트 펀드의 수익률은 올해 17.7%에 달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도 연말까지 향후 3개월간 주식에서 비중축소를 유지할 것으로 권하고 있습니다. 투자자 심리와 주식 포지셔닝이 다소 약세이지만 아직 이런 약세 심리의 정점에 도달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골드만은 "베어마켓에서 약세 심리는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다"라면서 " 주가의 하락 위험은 내년까지도 여전히 높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오늘 주식 시장이 약간 흔들린 것은 괜찮았던 3분기 어닝시즌에서 약간의 균열(?)이 나타난 탓이기도 합니다. 우선 테슬라가 매출이 사상 최고치에 달했지만, 월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특히 매년 차량 인도 대수를 50%씩 증가시키겠다고 해왔지만, 올해 목표는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작년에 93만6000대를 인도한 테슬라가 약속을 지키려면 올해 140만대를 인도해야 합니다. '테슬라 불'(테슬라 강세론자)로 유명한 웨드부시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도 목표가를 기존 360달러에서 300달러로 낮추면서 "장미와 무지개가 있는 분기는 아니었다. 어느 다른 자동차 회사보다 테슬라에 대해 높은 기준을 가진 투자자들의 기대를 다 채워주지 못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테슬라는 오늘 6.65% 떨어져 207.28달러로 마감했습니다. 지난 한 달간 31.09%나 급락했습니다. 시카고옵션거래소에 따르면 오늘 정오에 가장 활발하게 거래된 개별 주식 옵션이 행사가 200달러짜리 테슬라 풋옵션이었습니다. 만기는 내일입니다.
알루미늄 생산업체인 알코아는 3분기 7억4600만 달러 적자를 냈다고 발표했습니다. 시장 예상(2600만 달러 흑자)보다 훨씬 못한 것입니다. 알루미늄 가격이 하락한 데다, 비용이 급증한 탓입니다. 알코아의 적자 전환은 알코아로부터 알루미늄을 공급받아 쓰는 건설, 항공우주, 포장 등 관련 업체들에 대한 실적 우려를 부르고 있습니다.
또 다른 우려스러운 신호는 철도회사 유니온퍼시픽에서 나왔습니다. 3분기 실적은 예상보다 나았지만, 화물 수요 둔화를 이유로 향후 가이던스를 낮췄습니다. 유니온퍼시픽의 랜스 프리츠 CEO는 "우리는 여전히 성장을 기대하지만 3분기 초에 기대했던 것만큼의 성장을 보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소비자들이 구매 속도를 늦추고 있으며 높은 인플레이션과 다가오는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블랙스톤의 경우 3분기 순이익이 230만 달러(주당 1센트 미만)에 그쳐 작년 동기의 14억 달러(주당 1.94달러)에 크게 못 미쳤습니다. 아디다스도 중국 소비 둔화를 이유로 가이던스를 낮췄습니다.
장 마감 뒤 스냅은 3분기 3억5950만 달러 적자를 보고했습니다. 주당 22센트 적자로 작년 동기(5센트 적자)보다 크게 악화했습니다. 월가 예상(24센트 적자)보다는 나았죠. 하지만 매출은 11억3000만 달러로 예상(11억4000만 달러)을 밑돌았습니다. 작년보다는 6% 성장했는데, 이는 가장 저조한 기록입니다. 스냅은 "매출 성장세가 3분기에도 둔화했고, 플랫폼 정책 변화나 거시 경제 역풍, 경쟁 강화 등 지난 1년 동안 언급했던 여러 이슈로 인해 타격이 지속하는 상황"이라며 4분기 실적 가이던스를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시간 외에서 25%까지 폭락하고 있습니다. 이는 실적 발표를 앞둔 다른 기술주에 우려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애플과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은 다음 주 실적을 공개합니다.
바클레이스는 애플이 매출, 이익 등에서는 예상을 넘겠지만 가이던스가 보수적으로 나올 것 같다고 예상했습니다. 거시 경제의 역풍, 광고 비용 감소, 제품 교체 주기의 확장, 재택근무의 감소 등을 이유로 제시했습니다. 애플은 오는 28일 실적을 공개합니다. 아마존의 경우 27일 실적을 내놓습니다. 제프 베이저스는 어제 트위터를 통해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CEO의 '경기 침체가 임박했다'라는 발언을 리트윗하면서 "지금 경제의 가능성은 당신에게 위기에 대비하라고 말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사토리 펀드의 댄 나일스는 베저스의 발언에 대해 "실적 발표에 들어가는 아마존에 대해 나를 조심하게 만든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투자자인 마이클 스미스는 전날 뛰어난 실적을 발표한 P&G를 보면 "지금 미국 증시와 경제의 문제를 알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경영을 잘하는 세계적인 소비재 기업 P&G는 3분기 주당순이익(EPS)이 1.57달러를 기록해 월가 컨센서스(1.54달러)를 웃돌았고, 매출도 206억1000만 달러로 예상치(202억8000만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이에 대해 스미스는 "P&G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7% 증가했다. 판매량은 3% 감소했지만, 가격을 10%가량 올린 덕분이다. 그렇지만 비용 증가로 인해 마진은 1.6%로 떨어졌다. 그리고 분기 주당순이익(EPS)은 0.2센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기업은 판매량이 감소할 때 가격을 올려 몇 분기 동안 이익을 유지하거나 증가시킬 수 있지만 얼마나 오래 그렇게 할 수 있겠나? 게다가 Fed는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금리를 계속 올려 총수요를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