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읽는 세상] "기업 승계, 부의 대물림 아닌 스케일업 발판"
“승계 완료 기업의 경영 성과를 비승계 기업과 비교한 결과, 종업원 증가가 뚜렷해지는 등 기업가정신이 회복되는 모습이 확연했습니다.”(박성민 IBK기업은행경제연구소 팀장)

18일 중소기업중앙회와 기업은행, 홈앤쇼핑이 공동 주관하고 한국경제신문사가 후원해 경북 경주에서 열린 ‘2022 장수기업 희망포럼’에서는 기업 승계의 경제적 효과에 관한 구체적 연구 결과가 제시돼 눈길을 끌었다. 기업 승계를 ‘부의 대물림’으로 폄훼할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대기업과의 임금 격차를 줄이며, 기업 규모를 키우는 중요한 수단이자 목적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기업 승계는 경쟁력 강화 열쇠”

기업 승계에 대한 중소기업인의 의견을 공유하고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포럼에선 기업 승계와 관련해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박성민 팀장은 ‘기업 승계 특별 토론회’ 기조 발표를 통해 기업의 규모와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스케일업’을 이루는 방향으로 기업 승계를 바라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 팀장은 “스타트업, 중소기업의 스케일업을 통해 중견기업이 많아져야 안정적인 고용이 일어나고 대기업과의 생산성 격차도 줄어든다”며 “기업 승계를 기업 스케일업을 위한 핵심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2014~2016년 104개 승계 완료 기업의 경영성과를 비슷한 규모와 업종의 비승계 기업과 비교한 결과 종업원 증가율이 4.6%포인트 더 높았다. 또 승계 완료 기업은 유형자산 증가율이 7.7%에 달하는 등 기업가정신의 귀환이 뚜렷했다고 소개했다. 승계 완료 기업은 유동비율이 낮아졌지만, 이는 승계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기업 승계 전에 막혔던 설비투자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과도한 상속세 개선 시급”

지나치게 높은 상속세 등 기업 승계를 가로막는 법·제도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컸다. 기업 승계의 경우 상속세 증여세를 면제한 일본 사례를 적극 참조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김대홍 숭실대 국제법무학과 교수는 “중소기업의 영속성 및 경영 계속이라는 관점에서 상속세 등의 대책에 기업의 자산이 지나치게 소모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경제 전반에 걸친 기업의 성장과 발전이라는 시각에서 기업 승계에 대한 지원이 실질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박 팀장은 “한국은 독일 일본에 비해 승계의 사전 요건이 너무 엄격하다”며 “승계 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하려면 이런 요건들이 완화돼야 한다”고 했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의 상속세를 현실화해야 한다”며 “승계를 완료한 장수기업의 가장 큰 장점이 장기 투자를 할 수 있다는 것인데 대가 끊기면 장기 계획을 못 세운다”고 거들었다.

정재연 강원대 회계학과 교수는 “기업 승계 활성화를 위해선 단기적으로는 현행 가업상속공제의 요건을 완화해 상속세 부담을 덜어주고 중장기적으로는 공익법인 활용, 자본이득세 과세 방식 도입 등의 활성화 방안을 연구하고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 현장에선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지적이 많았다. 최근 기업 상속 작업을 마친 한방유비스의 최두찬 대표는 “기업 승계 여건이 완화되고 있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상당히 열악한 부분이 많다”며 기업 승계 시 과도한 세금을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최 대표는 “승계한 2세대, 3세대에게는 당장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의 세금이 부과된다”고 했다.

경주=강경주 한국경제신문 기자

NIE 포인트

1. 장수기업과 기업승계 사이의 관계를 주제로 토론해보자.

2. 상속세가 기업 승계에 큰 장애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를 알아보자.

3. 우리나라에는 일본처럼 300년, 400년 된 장수기업이 왜 없는지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