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억 달러 손해 면해

美 법원, 크레디트스위스 외환시장 조작혐의 무죄 평결
최근 위기설에 휩싸인 스위스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가 미국 법원에서 외환시장 조작 혐의에 대해 무죄 평결을 받았다.

블룸버그·로이터 통신은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관련 재판에서 배심원들이 크레디트스위스의 외환시장 통화 가치 조작 혐의에 대해 이같이 평결했다고 보도했다.

이 재판은 연기금 등 투자자들이 2007∼2013년 온라인 채팅방을 활용한 통화가치 조작으로 손해를 봤다고 크레디트스위스 등 세계 16개 IB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크레디트스위스와 함께 피소된 다른 IB들은 2017년 투자자들과 합의해 총 23억달러(약 3조3천억원)를 지급하기로 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협상에 참여하긴 했으나 이 중 유일하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재판의 쟁점은 온라인 채팅방을 기반으로 한 '조작 공모 네트워크'가 실제로 있었는지와 크레디트스위스가 그 네트워크에 고의로 참여해 외환 시장 조작을 모의했는지 여부였다.

배심원들은 통화 가치 담합을 위한 업계의 조작 네트워크가 있었으나, 원고 측이 크레디트스위스가 그 조작 네트워크의 일부였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문제가 된 온라인 채팅방에서는 거래 가격 정보 외에도 뉴스와 가십, 상스러운 농담 등 대화 2천500개가 오고 갔다.

채팅방들의 이름은 '카르텔', '강도 클럽', '마피아' 등이었다.

원고 변호인은 크레디트 스위스 트레이더들이 100개 이상의 채팅방에 참여해 이틀에 한 번씩 통화의 매매가격 간 차이(스프레드)에 대한 정보를 공유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크레디트스위스 측 변호인은 문제가 되는 채팅 대화를 허세나 농담이라고 변론했다.

피고 측 변호인은 외환 시장이 너무 크기 때문에 온라인 채팅방에 있는 소수의 거래자가 이를 조작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배심원들은 피고의 손을 들어줬다.

만약 크레디트스위스가 이번 소송에서 졌다면 190억달러(약 27조3천억원)의 금전적 손해를 부담할 수도 있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잇따른 악재로 위기설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파산한 영국 그린실 캐피털과 한국계 투자자 빌 황의 아케고스 캐피털에 대한 투자 실패로 막대한 손실을 봤으며, 지난 7월까지 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비밀 역외 계좌를 통해 미국 고객들의 탈세를 도왔는지 여부와 관련해 미국 법무부로부터 탈세 혐의 수사도 받고 있다.

위기설을 타개하기 위해 크레디트스위스는 일부 부문을 매각하는 등의 구조조정과 중동 자본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