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트러스 총리 취임 44일만에 퇴진…후임은 28일 선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역사상 최단명 총리 오명
경제 실책으로 금융시장 혼란 초래
보수당 혼란 잠재우려 후임 인선에 속도전
경제 실책으로 금융시장 혼란 초래
보수당 혼란 잠재우려 후임 인선에 속도전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20일(현지시간) 사임을 발표했다. 취임한 지 44일 만에 물러나며 영국 역사상 최단명 총리가 됐다.
이날 트러스 총리는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찰스 3세 국왕에게 사임한다고 밝혔다”라며 “선거 공약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이라서 물러난다”고 말했다. 지난달 6일 총리로 취임한 지 44일 만에 실각했다.
트러스 총리는 전날까지 자리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그는 전날 “나는 싸우는 사람이지 그만두는 사람이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보수당의 다수 의견이 총리 사퇴로 기울었다. 수엘라 브레이버먼 내무장관이 사임하며 내각이 흔들리자 트러스 총리도 버틸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트러스 총리가 무너진 이유는 경제정책 실패 때문이다. 지난달 23일 발표한 대규모(약 70조원) 감세안은 한 달 동안 세계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트렸다. 파운드화 가치는 사상 최저인 1.03달러로 떨어졌고 영국 국채 가격이 폭락했다. 국채에 레버리지 투자를 한 영국 연기금의 디폴트(채무불이행)와 마진콜(추가증거금 요구) 우려가 커졌다. 감세안을 사실상 백지화했지만, 신뢰는 회복되지 않았고 트러스 총리는 실각했다.
영국 집권당인 보수당은 경제 실책으로 신뢰가 흔들리자 후임 선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일주일 안에 후임을 뽑겠다는 것이다. 이날 보수당 평의원 모임인 ‘1922 위원회’는 경선 규정을 발표했다.
규정에 따르면 24일 후보 등록이 마감된다. 등록 조건은 동료 의원 100명 이상의 추천이다. 종전(20명)보다 장벽이 높아졌다. 후보 난립을 막겠다는 심산이다. 보수당 의원이 357명인 걸 감안하면 후보는 최대 3명까지 나올 수 있다.
최종 후보지명은 예비경선과 당원 온라인 투표 등을 통해 후보를 2명으로 압축하고, 늦어도 28일까지 차기 총리(당 대표 겸직)를 선출할 전망이다. 등록 요건을 갖춘 후보가 1명일 경우에는 나머지 절차 없이 24일에 해당 후보를 당선자로 선출한다.
영국 현지에선 차기 총리 자리를 놓고 두 후보가 맞부딪힐 것으로 점쳐진다. 트러스 총리와 경합했던 리시 수낵 전 재무장관을 비롯해 페니 모돈트 보수당 하원 원내대표의 맞대결이 될 가능성이 높다,
‘파티 게이트’와 잇따른 거짓말로 불명예 퇴진한 존슨 전 총리가 변수로 꼽힌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이날 트러스 총리가 사퇴 선언을 한 지 90분 만에 존슨 전 총리가 총리직 재도전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존슨 전 총리의 측근은 가디언에 “보수당 중진들은 존슨이 부당하게 총리직을 잃었다고 본다”며 “(그는) 아직 총리로서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가족과 카리브해 여행 중인 존슨 전 총리는 급히 귀국길에 오른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영국으로 돌아와 보수당 의원들과 연쇄 회동을 할 전망이다. 가망 없는 도전은 아니다. 유고브가 지난 17~18일 보수당원 53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차기 총리 선호도 조사에서 존슨 전 총리는 가장 많은 32%의 지지를 받았다.
다만 오는 24일까지 의원 100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만 입후보 자격을 부여하기로 한 보수당 새 규정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존슨 전 총리가 퇴진할 때 내각 각료가 줄사퇴할 정도로 당내 인심을 크게 잃었기 때문이다. 영국 가디언은 “‘파티 게이트’와 관련해 거짓말을 했는지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60명 안팎의 지지를 얻는 데 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이날 트러스 총리는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찰스 3세 국왕에게 사임한다고 밝혔다”라며 “선거 공약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이라서 물러난다”고 말했다. 지난달 6일 총리로 취임한 지 44일 만에 실각했다.
트러스 총리는 전날까지 자리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그는 전날 “나는 싸우는 사람이지 그만두는 사람이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보수당의 다수 의견이 총리 사퇴로 기울었다. 수엘라 브레이버먼 내무장관이 사임하며 내각이 흔들리자 트러스 총리도 버틸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트러스 총리가 무너진 이유는 경제정책 실패 때문이다. 지난달 23일 발표한 대규모(약 70조원) 감세안은 한 달 동안 세계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트렸다. 파운드화 가치는 사상 최저인 1.03달러로 떨어졌고 영국 국채 가격이 폭락했다. 국채에 레버리지 투자를 한 영국 연기금의 디폴트(채무불이행)와 마진콜(추가증거금 요구) 우려가 커졌다. 감세안을 사실상 백지화했지만, 신뢰는 회복되지 않았고 트러스 총리는 실각했다.
영국 집권당인 보수당은 경제 실책으로 신뢰가 흔들리자 후임 선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일주일 안에 후임을 뽑겠다는 것이다. 이날 보수당 평의원 모임인 ‘1922 위원회’는 경선 규정을 발표했다.
규정에 따르면 24일 후보 등록이 마감된다. 등록 조건은 동료 의원 100명 이상의 추천이다. 종전(20명)보다 장벽이 높아졌다. 후보 난립을 막겠다는 심산이다. 보수당 의원이 357명인 걸 감안하면 후보는 최대 3명까지 나올 수 있다.
최종 후보지명은 예비경선과 당원 온라인 투표 등을 통해 후보를 2명으로 압축하고, 늦어도 28일까지 차기 총리(당 대표 겸직)를 선출할 전망이다. 등록 요건을 갖춘 후보가 1명일 경우에는 나머지 절차 없이 24일에 해당 후보를 당선자로 선출한다.
영국 현지에선 차기 총리 자리를 놓고 두 후보가 맞부딪힐 것으로 점쳐진다. 트러스 총리와 경합했던 리시 수낵 전 재무장관을 비롯해 페니 모돈트 보수당 하원 원내대표의 맞대결이 될 가능성이 높다,
‘파티 게이트’와 잇따른 거짓말로 불명예 퇴진한 존슨 전 총리가 변수로 꼽힌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이날 트러스 총리가 사퇴 선언을 한 지 90분 만에 존슨 전 총리가 총리직 재도전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존슨 전 총리의 측근은 가디언에 “보수당 중진들은 존슨이 부당하게 총리직을 잃었다고 본다”며 “(그는) 아직 총리로서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가족과 카리브해 여행 중인 존슨 전 총리는 급히 귀국길에 오른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영국으로 돌아와 보수당 의원들과 연쇄 회동을 할 전망이다. 가망 없는 도전은 아니다. 유고브가 지난 17~18일 보수당원 53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차기 총리 선호도 조사에서 존슨 전 총리는 가장 많은 32%의 지지를 받았다.
다만 오는 24일까지 의원 100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만 입후보 자격을 부여하기로 한 보수당 새 규정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존슨 전 총리가 퇴진할 때 내각 각료가 줄사퇴할 정도로 당내 인심을 크게 잃었기 때문이다. 영국 가디언은 “‘파티 게이트’와 관련해 거짓말을 했는지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60명 안팎의 지지를 얻는 데 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