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에 불려가 "다시는 수박 안 먹겠다" 외친 직원들의 사연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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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막말에 멍드는 한국 사회
폭언 서슴지 않는 '오피스 빌런' 등장에 눈살
직장인 10명 중 8명 "회사에 빌런 있다"
폭언 서슴지 않는 '오피스 빌런' 등장에 눈살
직장인 10명 중 8명 "회사에 빌런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https://img.hankyung.com/photo/202210/99.31587888.1.jpg)
지난 19일 울산지방법원 제1행정부는 교직원들에게 상습적으로 폭언과 모욕적 언행을 일삼은 한 초등학교 교감에 대한 정직 처분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놨다. 이번 재판으로 알려진 교감 A 씨의 과거 폭언은 시민들에게 충격을 줬다. A 씨는 2020년 10월 울산시 한 초등학교 교무실에서 조모상을 당해 휴가를 신청한 교사에게 "고작 할머니 돌아가셨는데, 3일이나 애들을 내팽개치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이날 A 씨가 울산광역시 교육감을 상대로 제기한 정직 처분취소 청구를 기각했다.
인신공격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B 씨는 공개석상에서 한 직원의 민머리를 두고 "전국 빛나리협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빛나리다" 등의 막말을 했다. 또 다른 직원에게는 "뚱뚱해서 사무실 공간이 좁겠다" 등의 발언을 했고, 바닥에 서류를 집어 던져 여직원들이 줍고 있는 상황에도 계속 서류를 던지며 "파쇄하라"고도 했다. 용인시는 B 씨의 갑질 의혹이 사실이라고 판단, 시정연구원 이사회에 중징계 처분을 요구했고 시정연구원 이사회는 B 씨의 해임을 의결했다.
같은 날 서울에서는 한 소방서장이 소방재난본부에서 격려차 보내준 수박을 먼저 먹은 직원들에게 폭언해 직위 해제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소방서장 C 씨는 지난 7월 서울소방재난본부가 은평소방서에 직원 격려차 보낸 수박 두 통 중 한 통을 먼저 행정팀 직원들이 먹자 이들을 불러 질책했다. C 씨는 "소방서장 앞으로 온 수박을 왜 너희들 먼저 먹었냐", "수박을 훔쳐먹은 것이나 다름없다" 등의 말을 했다. C 씨는 기분이 풀리지 않은 듯 이들을 다시 서장실로 불러 직원들에게 '다시는 수박을 먹지 않겠습니다'라는 내용의 구호까지 외치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백 명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직장인들이 가장 기피하고 싶은 동료 유형이 '갑질·막말형'인 것으로 나타났다. HR테크 전문기업 인크루트가 직장인 814명을 대상으로 사내 '오피스 빌런'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해 지난 18일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8명 정도가 자신이 다시는 회사에 오피스 빌런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사내에서 기본적인 에티켓을 무시하고 직원들에게 피해를 주는 오피스 빌런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79.5%가 '있다'고 답했다. 오피스 빌런으로 지목된 당사자가 본인이 지목된 걸 인지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74%가 '모르는 것 같다'고 답했다. '아는 것 같다'는 답변은 26%에 그쳤다.
조상욱 법무법인 율촌 노동팀장은 지난 7일 율촌의 '오피스 빌런, 알고 대응하기' 웨비나에서 "직장에서 다른 직원을 상습적으로 괴롭히는 오피스 빌런들은 본인의 행동이 정당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들로 인한 분쟁은 대체로 장기화할 때가 많다"며 "초기부터 철저한 대응을 통해 피해자 등의 고통이 확산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