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우유라고 불리는 수입산 멸균우유, 진짜 저렴할까?
우유는 대표적인 신선식품이다. 즉, 신선한 상태로 유통되는 식품을 의미한다.

실제로 국내산 우유는 착유 후 살균‧균질화 처리 등 최소한의 과정만 거쳐 2~3일 내 유통된다. 반면, 최근 인터넷 등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수입산 멸균우유는 국내로 들어오는 과정만 한 달 이상이 소요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입산 멸균우유는 ‘반값 우유다’, ‘품질이 우수하다’ 등 소비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는 무분별하고 근거 없는 정보가 쏟아지고 있어 우려스럽다. 또, 수입산 멸균우유의 95% 이상은 B2B시장으로 유통되지만 일각에서는 대다수의 소비자들이 수입산 멸균우유를 찾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어 문제로 지적된다.

더욱이 수입산 멸균우유는 국산 우유처럼 원유등급을 확인할 수 없어 품질 면에서도 신뢰도가 낮다는 단점이 있다. 국산 우유는 우유 뒷면에 체세포수 기준 1급, 세균수 기준 1A등급이라는 원유등급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반면, 수입산 멸균우유에는 원유등급에 대한 어떠한 표기사항도 찾아볼 수 없다.

게다가 국산 신선우유의 유통기한은 11~14일, 국산 멸균우유의 유통기한은 12주로 수입산 멸균우유의 유통기한(1년)에 비해 매우 짧은 편이다. 국산 멸균우유도 유통기한을 1년으로 설정할 수 있지만, 안전성화 품질을 고려해 소비자에게 질 좋은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유통기한을 12주 내외로 설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건국대학교 동물자원학과 이홍구 교수는 “먼 거리에서 장시간의 운송시간을 소요하는 수입산 멸균우유의 경우 유통기간이 길 수밖에 없어 흰 우유 본연의 신선함을 느낄 수 없을뿐더러 부패를 막기 위한 처리를 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을 밝혔다.

덧붙여 “국내 우유는 세균수 1A, 체세포 1등급 원유를 사용해 제품에 표기하지만, 수입산 멸균우유는 원유 등급을 확인할 방법도 없고 안전성도 검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수입산 멸균우유가 정말로 저렴할까?

수입산 멸균우유의 국내 시판현황을 살펴보면 폴란드, 독일, 이탈리아, 영국, 호주,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 7개국에서 아르보리아를 비롯한 28개 제품의 멸균우유가 시판되고 있다. 수입산 멸균우유는 유통기한이 약 1년으로 길고, 우수한 원유를 사용했다며 소비자를 현혹시킨다.

이러한 수입산 멸균우유의 가격을 살펴보았더니 ‘이탈리아의 아르보리아’의 경우 1L기준 2,580~2,883원대였으며, ‘독일 작센 멸균우유’는 1L기준 1,950~2,200원대, ‘영국의 Skimmed Milk’는 1L기준 15,650~20,725원대로, 국산 우유인 ‘서울우유 멸균우유’ 1L기준 1,740~2,100원대, ‘매일유업 멸균우유’ 1L기준 1,850~2,150원대에 비해 오히려 가격이 비싼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해외 낙농선진국들의 우유는 국산 멸균우유보다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일반적으로 낙농선진국으로 알려져 있지 않은 ‘폴란드의 멸균우유’인 MLEKOVITA는 1L기준 1,350원, HAPPY BARN은 1L기준 1,590원으로 국산 멸균우유의 가격보다 다소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멸균우유의 수입량은 늘고 있는 것이 사실이나, 전체 수입물량 중 1%도 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우리가 마시는 음용유는 거의 국내에서 생산되는 원유로 만들어져 소비되고 있으나, ‘자급률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등의 선정적인 내용으로 극히 일부를 전체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한편, 자급률은 국내 소비량 대비 국내 생산량 비중을 뜻하며, 수입 유제품이 빠른 속도로 점유율을 높여 자급률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유를 포함한 유제품은 UN식량농업기구 5대 관리 품목에 포함된 만큼 우리의 삶에서 떼 놓을 수 없는 필수식품이다. 수많은 제품들이 시중에 쏟아지고 있고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지만, 식량위기가 곧 안보위기로 이어질 수 있기에 식량안보적 차원에서의 접근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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