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오리지널 콘텐츠가 사상 처음으로 해외 시청자들을 만난다. 미국의 OTT 파라마운트플러스를 통해서다. 지금까지 한국 콘텐츠는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의 자금력을 기반으로 전 세계로 파고들었다. 넷플릭스나 애플TV플러스가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는 식이었다. 한국 콘텐츠 제작사들의 판권을 구입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국내 OTT가 만든 작품은 지구촌에 유통되지 못했다. 오리지널 콘텐츠로 미국 등 주요국 시장을 공략한 첫 번째 국내 OTT는 CJ ENM의 티빙이다.

티빙 '욘더' 앞세워 '비욘드 코리아' 속도낸다
21일 OTT업계에 따르면 티빙은 현재 방영 중인 SF 드라마 ‘욘더’를 이르면 내년 상반기 북미와 영국 이탈리아 호주 등에 선보인다. 티빙 관계자는 “파라마운트플러스가 프랑스와 독일 등에 진출하면 욘더를 볼 수 있는 나라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며 “욘더를 포함해 모두 7편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파라마운트플러스를 통해 국제적으로 유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욘더는 영화 ‘왕의 남자’ ‘자산어보’ 등을 만든 이준익 감독의 첫 드라마로 배우 신하균과 한지민이 출연한다. 티빙은 욘더 제작을 주도했으며 파라마운트플러스가 관심을 갖고 투자에 동참했다.

티빙은 오는 12월 공개하는 오리지널 시리즈 ‘아일랜드’도 글로벌 OTT 아마존프라임비디오를 통해 해외 주요 지역에 공개한다. 아일랜드는 영화 ‘웰컴 투 동막골’ ‘조작된 도시’ 등을 만든 배종 감독이 연출한 작품으로 김남길 이다희 차은우 등이 출연한다.

티빙은 콘텐츠를 해외에서 방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글로벌 시장을 노릴 계획이다. 당장 내년부터 일본과 대만에서, 2024년부터는 미국과 유럽에서 사업을 시작한다. 해외에 진출하면 지금처럼 글로벌 OTT의 손을 잡지 않고 한국의 콘텐츠를 곧바로 전달할 수 있게 된다.

티빙은 OTT 시장에서 성장이 느린 편이었다. 모회사인 CJ ENM이 방송에 집중했던 영향이 컸다. 넷플릭스가 2016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에도 한참 동안 정체기를 겪었다. 하지만 2020년 10월 물적분할을 기점으로 OTT 사업에 본격적으로 매진하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난달에는 월간 활성이용자 수(MAU)가 418만 명을 기록해 처음으로 웨이브(413만 명)를 따돌리고 토종 OTT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티빙 관계자는 “새로운 가입자를 확보하려면 해외 시장 진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