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3사 노조가 사상 처음으로 공동 파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을 맞아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불거진 뜻밖의 악재로 업계 전체에 비상이 걸렸다. 노조의 요구 수준이 높아 타협점을 찾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매년 100만원의 치과 보철 치료비 지급을 요구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2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삼호중공업 노조는 회사에 전날까지 노조 측 요구에 대한 제시안을 달라고 통보했지만, 회사 측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노조는 이날 운영위원회와 대의원 회의를 열고 쟁의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에 이어 현대삼호중공업까지 파업권 확보를 위한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3사 노조는 오는 24~26일 3일간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 투표를 할 예정이다.

3사 노조가 공동 움직임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차원에서다. 노조 관계자는 “교섭을 22차례나 했는데도 회사가 제시안을 내지 않아 공동으로 목소리를 내자고 협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임금 14만23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노동이사제 조합 추천권 도입 △치과 보철 치료비 연 100만원 지원 △부모 육아휴직 시 6개월간 평균 임금 20% 지원 △개인연금 통상임금 3% 지원 △중·고생 자녀에 대한 교육보조금 분기별 40만원 지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모두 수용하면 연간 2500억원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회사 측은 추산하고 있다.

조선업계에서 매년 반복돼온 파업 전례를 볼 때 투표에서 부결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노조는 파업권을 확보하더라도 실제 파업을 실행할지는 신중하게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쟁의 절차와 별개로 노사 간 실무 교섭은 계속해서 이뤄질 전망이다. 현대중공업 측은 “대화를 통해 교섭을 최대한 빨리 마무리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