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신약 성과에도 주가 무너진 대웅제약 부활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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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 집중탐구
3분기 실적 전망 하향에도 ‘매수’ 의견은 늘어
강력한 영업력 바탕의 신약 판매 따른 성장 기대감↑
스파르타식 조직 운영에 따른 돌발 변수 가능성도 사관학교, 싸움닭. 일단 저돌적이라는 느낌은 비슷하군요. 사관학교는 교육을 마친 생도를 임지로 떠나보내고, 싸움닭은 가끔 사고를 칩니다. 오늘 이야기할 대웅제약이 꼭 이렇습니다.
대웅제약을 소개하는 이유는 저돌성입니다. 2001년 허가된 국산 2호 신약 이지에프 외용액을 개발한 뒤 20여년동안 한국의 신약 개발사에서 이름을 감췄다가, 작년부터 갑자기 부상했거든요.
대웅제약이 개발한 칼륨경쟁적위산분비차단제(P-CAB)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스클루(펙수프라잔)는 작년 12월30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시판 허가됐습니다. 조만간 ‘살 빠지는 당뇨병약’으로 불리는 나트륨-포도당 공동수송체-2(SGLT-2)억제제 계열의 엔블로(이나보글로진)의 시판 승인도 기대되고요. 업계에서는 다음달께 엔블로의 시판승인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보통 신약의 시판 승인이 임박한 상황에서는 주가가 상승 탄력을 받기 마련인데, 대웅제약 주가는 지난 7월 말부터 내리막을 타고 있습니다. 이달 21일 종가는 15만500원으로, 하락세가 시작되기 직전인 7월28일의 고점(19만2500원) 대비 21.82% 하락한 수준입니다.
약세장의 영향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대웅제약의 낙폭은 매출액 기준 상위 5개 전통제약사 중 녹십자 다음으로 큽니다. 항암신약 후보물질 포지오티닙에 대한 미 식품의약국(FDA)의 시판승인이 불투명해진 악재를 뒤집어 쓴 한미약품과 낙폭이 비슷하죠. 유한양행과 종근당의 낙폭은 각각 3.98%와 13.31%입니다. 문제는 대웅제약에는 이렇다 할 악재도 없었다는 점입니다. 굳이 이유를 찾아내자면 2분기 실적시즌에 호실적 기대감으로 주가가 너무 가파르게 올랐다는 정도입니다. 2분기 실적이 발표된 7월29일 장중에 고점을 찍고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으니까요.
한달 전인 지난달 23일과 비교하면 대웅제약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4.64% 하향돼 이달 21일 기준 314억5000만원으로 형성돼 있습니다. 증권사들이 실적 전망 자료를 내면서 눈높이를 낮췄다는 거죠. 같은 기간 한미약품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9.29% 상향됐고, 종근당은 변화가 없었습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구·개발(R&D) 비용, 인건비, 마케팅 비용 등 전반적인 판매관리비용의 증가로 시장 기대치를 소폭 하회할 것”이라며 대웅제약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기존 338억원에서 302억원으로 낮췄습니다.
투자심리가 좋지 못한 상황에서 실적까지 전망을 밑돌 가능성에 목표주가 하향도 잇따랐습니다. 3분기 실적 전망이 시작된 지난달 말부터 대웅제약의 목표주가를 낮춘 증권사는 NH투자증권(26만원→23만원), 다올투자증권(24만원→22만원), 키움증권(23만원→20만원) 등 세 곳입니다. 이에 목표주가 컨센서스가 한달 새 23만4000원에서 22만8750원으로 2.24% 낮아졌습니다.
영업이익과 목표주가 컨센서스는 낮아졌지만, 대웅제약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로 새롭게 제시하며 분석을 개시한 증권사도 늘었습니다. 지난달 20일 이후 하이투자증권(목표주가 24만원), IBK투자증권(23만원), 대신증권(22만원) 등 세 곳이 대웅제약에 대한 분석보고서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새롭게 분석을 개시한 증권사도, 목표주가를 낮추면서도 매수하라는 투자의견을 유지한 증권사도 모두 ‘성장성’을 이야기합니다. 보툴리눔톡신제제(일명 보톡스) 나보타의 글로벌 진출 지역이 늘어나고 있고, 펙수클루의 초반 성적이 우수하며, 내년부터는 엔블로까지 가세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제약업계에서는 의약품 한 개 품목의 연간 매출이 100억원 이상을 기록하면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라는 칭호를 붙이는데, 펙수클루는 반년만에 매출 100억원을 무난하게 달성할 전망입니다. 한술 더 떠 이창재 대웅제약 대표(사진)는 내년 2분기까지 출시 1년차의 누적매출 1000억원 달성하겠다고 외칩니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출시된 P-CAB제제인 HK이노엔의 케이캡(테고프라잔)이 출시 3년차에 달성한 연간 매출 1000억원을 1년만에 해치우겠다는 겁니다. 심지어 건강보험 보장 목록에 등재된 펙수클루의 약가가 40mg짜리 한 정당 939원으로, 케이캡의 1300원보다 30% 가량 낮은데 말이죠.
업계에서는 이창재 대표가 제시한 목표가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봅니다. 우선 국내에 출시된 P-CAB제제는 케이캡과 펙수클루 둘 뿐이기에 경쟁 강도가 약하고,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이 기존 프로톤펌프억제제(PPI)에서 P-CAB로 세대교체되는 중이기에 시장의 성장성도 충분합니다. 여기에 ‘제약업계 사관학교’로 불릴 정도인 대웅제약의 영업력도 출시 1년차 누적 매출 1000억원 달성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입니다.
현재 13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SGLT-2억제제 시장 자체가 성장할 가능성도 기대됩니다. 임윤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SGLT-2억제제 및 DPP-4억제제의 병용투여에 대한 급여기준 검토와 재정영향 분석을 진행 중”이라며 “메트포르민, 티아졸리딘디온(TZD), 설포닐우레아 등과 병용요법을 대상으로 급여기준 확대의 가능성이 있는 만큼 국내 SGLT-2억제제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이미 대웅제약은 DPP-4억제제 시장의 1위로 만든 제미글로를 엔블로, 메트포르민과 함께 병용하는 임상 3상을 승인받는 등 제미글로와 엔블로의 시너지를 일으키기 위한 R&D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보면 대웅제약 주식을 사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경쟁 강도가 강하지 않고 성장할 시장을 잘 선별해 신약을 개발하는 능력에, 강력한 영업력까지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런 역량을 만든 추진력의 부작용 때문에 주가가 급등락한 적도 있습니다.
이 사관학교라는 별명이 ‘인재를 잘 키운다’는 긍정적인 의미만 담고 있는 건 아닙니다. 대웅제약 출신의 유능한 인재가 대웅제약이 아닌 다양한 자리에서 활약하고 있다는, 즉 ‘임직원들 이탈이 많다’는 걸 뜻하기도 하거든요.
대웅제약의 대관 업무를 담당했던 핵심 인력이 법정 공방을 벌이던 상대 회사로 자리를 옮긴 게 대표적입니다. 이 사람은 현재 몸 담고 있는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를 맡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능력을 인정받은 배경이 대웅제약과의 법정공방 과정에서의 역할이라는 게 대웅제약 입장에서는 뼈아플 법합니다.
인력 유출 뿐만 아니라 보기에 따라서는 무모할 수 있는 행보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가장 유명한 사례가 인지장애 개선제 글리아티린(콜린알포세레이트)의 판권이 대웅제약그룹의 대웅바이오에서 종근당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빚어진 갈등의 전선을 규제당국인 식약처까지로 넓혔던 겁니다. 당시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대웅제약 행보에 혀를 내둘렀습니다.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 시장이 회사의 생존과 직결될 정도로 큰 것도 아닌데, 규제당국과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격이었으니까요. 연관성은 불분명하지만 이후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범위가 축소됐습니다.
대웅제약그룹이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의 시장 규모를 쪼그라뜨린 주범일 수 있다고 비난하려는 게 아닙니다. 당시는 이 약에 대해 ‘치매 예방약’이라는 잘못된 인식 속의 남용 가능성, 무분별한 복제약 난립 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던 상황이었습니다.
또 대웅제약그룹과 식약처의 갈등 이후 규제당국에 대한 제약업계의 막연한 두려움이 완화된 것도 같습니다. 최근 개별 제약·바이오 회사가 식약처를 향해 권리를 주장하는 일이 예전보다는 활발해졌거든요. 산업적 측면에서는 제약·바이오 업계 환경이 한 단계 더 나아진 계기를 만든 회사로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주식 시장의 관점에서 보자면 보툴리눔톡신제제의 원재료 격인 균주의 출처를 놓고 벌인 ‘끝장을 보자’는 식의 타협 없는 법정공방, 계열사의 무리한 임상 결과 홍보 등 대웅제약의 저돌적인 행보로 말미암아 주가가 급등락하기도 했죠. 이 때문에 손실을 떠안은 투자자가 없지 않을 겁니다.
📂대웅제약 프로필(10월21일 종가기준)
현재 주가: 15만500원
PER(12개월 포워드): 16.79배
평균 목표주가: 22만8750원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 1189억원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3분기 실적 전망 하향에도 ‘매수’ 의견은 늘어
강력한 영업력 바탕의 신약 판매 따른 성장 기대감↑
스파르타식 조직 운영에 따른 돌발 변수 가능성도 사관학교, 싸움닭. 일단 저돌적이라는 느낌은 비슷하군요. 사관학교는 교육을 마친 생도를 임지로 떠나보내고, 싸움닭은 가끔 사고를 칩니다. 오늘 이야기할 대웅제약이 꼭 이렇습니다.
대웅제약을 소개하는 이유는 저돌성입니다. 2001년 허가된 국산 2호 신약 이지에프 외용액을 개발한 뒤 20여년동안 한국의 신약 개발사에서 이름을 감췄다가, 작년부터 갑자기 부상했거든요.
대웅제약이 개발한 칼륨경쟁적위산분비차단제(P-CAB)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스클루(펙수프라잔)는 작년 12월30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시판 허가됐습니다. 조만간 ‘살 빠지는 당뇨병약’으로 불리는 나트륨-포도당 공동수송체-2(SGLT-2)억제제 계열의 엔블로(이나보글로진)의 시판 승인도 기대되고요. 업계에서는 다음달께 엔블로의 시판승인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보통 신약의 시판 승인이 임박한 상황에서는 주가가 상승 탄력을 받기 마련인데, 대웅제약 주가는 지난 7월 말부터 내리막을 타고 있습니다. 이달 21일 종가는 15만500원으로, 하락세가 시작되기 직전인 7월28일의 고점(19만2500원) 대비 21.82% 하락한 수준입니다.
약세장의 영향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대웅제약의 낙폭은 매출액 기준 상위 5개 전통제약사 중 녹십자 다음으로 큽니다. 항암신약 후보물질 포지오티닙에 대한 미 식품의약국(FDA)의 시판승인이 불투명해진 악재를 뒤집어 쓴 한미약품과 낙폭이 비슷하죠. 유한양행과 종근당의 낙폭은 각각 3.98%와 13.31%입니다. 문제는 대웅제약에는 이렇다 할 악재도 없었다는 점입니다. 굳이 이유를 찾아내자면 2분기 실적시즌에 호실적 기대감으로 주가가 너무 가파르게 올랐다는 정도입니다. 2분기 실적이 발표된 7월29일 장중에 고점을 찍고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으니까요.
목표가 낮아지는데…분석 개시한 증권사는 늘어
2분기 호실적에 눈높이가 너무 높아졌던 탓일까요.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최근엔 대웅제약의 3분기 실적이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 평균)를 밑돌 것이란 증권사 보고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한달 전인 지난달 23일과 비교하면 대웅제약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4.64% 하향돼 이달 21일 기준 314억5000만원으로 형성돼 있습니다. 증권사들이 실적 전망 자료를 내면서 눈높이를 낮췄다는 거죠. 같은 기간 한미약품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9.29% 상향됐고, 종근당은 변화가 없었습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구·개발(R&D) 비용, 인건비, 마케팅 비용 등 전반적인 판매관리비용의 증가로 시장 기대치를 소폭 하회할 것”이라며 대웅제약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기존 338억원에서 302억원으로 낮췄습니다.
투자심리가 좋지 못한 상황에서 실적까지 전망을 밑돌 가능성에 목표주가 하향도 잇따랐습니다. 3분기 실적 전망이 시작된 지난달 말부터 대웅제약의 목표주가를 낮춘 증권사는 NH투자증권(26만원→23만원), 다올투자증권(24만원→22만원), 키움증권(23만원→20만원) 등 세 곳입니다. 이에 목표주가 컨센서스가 한달 새 23만4000원에서 22만8750원으로 2.24% 낮아졌습니다.
영업이익과 목표주가 컨센서스는 낮아졌지만, 대웅제약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로 새롭게 제시하며 분석을 개시한 증권사도 늘었습니다. 지난달 20일 이후 하이투자증권(목표주가 24만원), IBK투자증권(23만원), 대신증권(22만원) 등 세 곳이 대웅제약에 대한 분석보고서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새롭게 분석을 개시한 증권사도, 목표주가를 낮추면서도 매수하라는 투자의견을 유지한 증권사도 모두 ‘성장성’을 이야기합니다. 보툴리눔톡신제제(일명 보톡스) 나보타의 글로벌 진출 지역이 늘어나고 있고, 펙수클루의 초반 성적이 우수하며, 내년부터는 엔블로까지 가세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펙수클루, 출시 반년만에 블록버스터 등극 확실시
우선 국내에서 두 번째로 출시된 P-CAB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의 초반 성장세가 가파릅니다. 출시 첫 분기인 지난 7~9월 유비스트가 집계한 펙수클루 처방액은 44억6000만원으로 알려졌습니다. 발매 첫 달인 7월에 10억8000만원어치가 처방된 뒤 매달 30% 넘게 성장한 겁니다.제약업계에서는 의약품 한 개 품목의 연간 매출이 100억원 이상을 기록하면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라는 칭호를 붙이는데, 펙수클루는 반년만에 매출 100억원을 무난하게 달성할 전망입니다. 한술 더 떠 이창재 대웅제약 대표(사진)는 내년 2분기까지 출시 1년차의 누적매출 1000억원 달성하겠다고 외칩니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출시된 P-CAB제제인 HK이노엔의 케이캡(테고프라잔)이 출시 3년차에 달성한 연간 매출 1000억원을 1년만에 해치우겠다는 겁니다. 심지어 건강보험 보장 목록에 등재된 펙수클루의 약가가 40mg짜리 한 정당 939원으로, 케이캡의 1300원보다 30% 가량 낮은데 말이죠.
업계에서는 이창재 대표가 제시한 목표가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봅니다. 우선 국내에 출시된 P-CAB제제는 케이캡과 펙수클루 둘 뿐이기에 경쟁 강도가 약하고,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이 기존 프로톤펌프억제제(PPI)에서 P-CAB로 세대교체되는 중이기에 시장의 성장성도 충분합니다. 여기에 ‘제약업계 사관학교’로 불릴 정도인 대웅제약의 영업력도 출시 1년차 누적 매출 1000억원 달성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입니다.
제미글로 부상시킨 영업력, 엔블로 합류로 시너지 일으킬까
가장 최근에 대웅제약의 영업력을 보여준 약은 LG생명과학(현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이 개발한 당뇨병 치료제 제미글로(제미글립틴)입니다. 당초 제미글로는 국내 DPP-4억제제 계열 당뇨약 시장에서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대웅제약이 공동판매를 맡은 2016년부터 가파르게 성장한 결과, 현재는 해당 계열의 1위를 넘보는 품목이 됐습니다. 제미글로와 계열을 다르지만 같은 당뇨병 치료제라는 점에서 대웅제약은 엔블로 영업에도 두각을 나타낼 전망입니다. 이미 대웅제약은 엔블로와 같은 SGLT-2억제제 계열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포시가(디파글리플로진)을 유통하면서 작년에 약 600억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습니다.현재 13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SGLT-2억제제 시장 자체가 성장할 가능성도 기대됩니다. 임윤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SGLT-2억제제 및 DPP-4억제제의 병용투여에 대한 급여기준 검토와 재정영향 분석을 진행 중”이라며 “메트포르민, 티아졸리딘디온(TZD), 설포닐우레아 등과 병용요법을 대상으로 급여기준 확대의 가능성이 있는 만큼 국내 SGLT-2억제제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이미 대웅제약은 DPP-4억제제 시장의 1위로 만든 제미글로를 엔블로, 메트포르민과 함께 병용하는 임상 3상을 승인받는 등 제미글로와 엔블로의 시너지를 일으키기 위한 R&D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보면 대웅제약 주식을 사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경쟁 강도가 강하지 않고 성장할 시장을 잘 선별해 신약을 개발하는 능력에, 강력한 영업력까지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런 역량을 만든 추진력의 부작용 때문에 주가가 급등락한 적도 있습니다.
강력한 추진력, 오히려 독 되기도
제약업계에서 대웅제약은 임직원들을 강하게 몰아붙이는 ‘스파르타식’ 조직 운영과 성과에 대한 '확실한 보상'으로 유명합니다. 이에 사관학교라는 별명이 붙었죠.이 사관학교라는 별명이 ‘인재를 잘 키운다’는 긍정적인 의미만 담고 있는 건 아닙니다. 대웅제약 출신의 유능한 인재가 대웅제약이 아닌 다양한 자리에서 활약하고 있다는, 즉 ‘임직원들 이탈이 많다’는 걸 뜻하기도 하거든요.
대웅제약의 대관 업무를 담당했던 핵심 인력이 법정 공방을 벌이던 상대 회사로 자리를 옮긴 게 대표적입니다. 이 사람은 현재 몸 담고 있는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를 맡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능력을 인정받은 배경이 대웅제약과의 법정공방 과정에서의 역할이라는 게 대웅제약 입장에서는 뼈아플 법합니다.
인력 유출 뿐만 아니라 보기에 따라서는 무모할 수 있는 행보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가장 유명한 사례가 인지장애 개선제 글리아티린(콜린알포세레이트)의 판권이 대웅제약그룹의 대웅바이오에서 종근당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빚어진 갈등의 전선을 규제당국인 식약처까지로 넓혔던 겁니다. 당시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대웅제약 행보에 혀를 내둘렀습니다.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 시장이 회사의 생존과 직결될 정도로 큰 것도 아닌데, 규제당국과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격이었으니까요. 연관성은 불분명하지만 이후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범위가 축소됐습니다.
대웅제약그룹이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의 시장 규모를 쪼그라뜨린 주범일 수 있다고 비난하려는 게 아닙니다. 당시는 이 약에 대해 ‘치매 예방약’이라는 잘못된 인식 속의 남용 가능성, 무분별한 복제약 난립 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던 상황이었습니다.
또 대웅제약그룹과 식약처의 갈등 이후 규제당국에 대한 제약업계의 막연한 두려움이 완화된 것도 같습니다. 최근 개별 제약·바이오 회사가 식약처를 향해 권리를 주장하는 일이 예전보다는 활발해졌거든요. 산업적 측면에서는 제약·바이오 업계 환경이 한 단계 더 나아진 계기를 만든 회사로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주식 시장의 관점에서 보자면 보툴리눔톡신제제의 원재료 격인 균주의 출처를 놓고 벌인 ‘끝장을 보자’는 식의 타협 없는 법정공방, 계열사의 무리한 임상 결과 홍보 등 대웅제약의 저돌적인 행보로 말미암아 주가가 급등락하기도 했죠. 이 때문에 손실을 떠안은 투자자가 없지 않을 겁니다.
📂대웅제약 프로필(10월21일 종가기준)
현재 주가: 15만500원
PER(12개월 포워드): 16.79배
평균 목표주가: 22만8750원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 1189억원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