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캠퍼스 곳곳 대자보…"처우 개선될 때까지 동참"
대학 온라인커뮤니티도 잇단 게시물…"소비자 등 돌렸다"
"'피 묻은 빵' 이제 그만"…대학가 번지는 SPC 불매운동
사건팀 = 평택 SPC 계열 제빵공장에서 발생한 20대 근로자 사망 사고를 계기로 대학가에서도 SPC 불매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서울대 학생 모임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비서공)은 20일 "'피 묻은 빵'을 만들어온 죽음의 기계, 이제는 함께 멈춥시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대학 캠퍼스 내 여러 게시판에 게시했다.

비서공은 대자보에서 "SPC 그룹은 최소한의 안전 설비와 인력 충원마저도 비용 절감의 대상으로 삼아오며 결국 청년 노동자의 생명까지 앗아가고 말았다"고 적었다.

이어 "SPC 그룹이 사망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해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을 때까지, 누군가 죽지 않는 일터를 위해 외쳐온 노동자들의 요구를 묵살하지 않고 처우 개선을 진행할 때까지 불매 운동에 동참하자"고 덧붙였다.

캠퍼스 내 파리바게뜨, 파스쿠찌 등 SPC 계열 점포 인근 벽과 SPC 농생명과학연구동에도 대자보기 붙었다가 하루 만인 21일 떼어졌다.

SPC 연구동은 2009년 11월 SPC 그룹과 허영인 그룹 회장이 공동 출연한 기부금으로 설립됐다.

내부에는 허 회장 이름을 딴 허영인 세미나실도 있다.

사회 공헌을 확대한다는 명목이었는데, 비서공은 대자보에서 "앞에선 사회적 책임과 사회 공헌을 외치는 그룹의 반사회적 위선에 분노한다"고 통렬하게 비판했다.

이은세 비서공 학생대표는 "불매 운동이 궁극적 해결책은 아니겠지만 기업에 시민들의 의견을 전달하고 압박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추진 이유를 설명했다.

"'피 묻은 빵' 이제 그만"…대학가 번지는 SPC 불매운동
성공회대 노학연대모임 '가시'도 최근 학내 게시판과 양재동 SPC 본사 앞에 "노동자의 죽음으로 만든 파리바게뜨 빵과 SPC를 여전히 불매한다"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였다.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불매운동이 번지고 있다.

'불매 운동에 동참하자'며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던킨, 샤니, 삼립식품 등 SPC 그룹 계열사 리스트를 공유한 이화여대 커뮤니티 게시물은 3시간 만에 추천 수가 100개를 넘었다.

건국대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도 "불매운동은 기업이 소비자들이 등을 돌린 상황을 확실히 인지하게 하는 수단"이라며 동참을 호소하는 게시글이 이어졌다.

한 커뮤니티 이용자는 "항상 파리바게뜨에서 케이크를 구매해오다 이번엔 동네 빵집을 이용했다"고 썼다.

이번 사건을 포함해 최근 들어 또래의 젊은 근로자가 사업장에서 불의의 사고로 잇따라 목숨을 잃은 데 대해 대학생들이 느끼는 분노는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그동안 본인 문제로 연결 짓던 불공정을 구조적 문제로 여기며 큰 분노가 터져 나온 것"이라며 "대기업이 노동자를 돈벌이 수단으로 보고 소홀히 대해온 것을 이제는 용납하기 힘들다는 분위기가 번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짚었다.

이달 15일 평택시 SPC 계열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 근로자가 샌드위치 소스 배합 작업 중 끼임 사고를 당해 숨졌다.

공장은 사고 현장에 천을 둘러놓은 채 다른 기계에서 작업을 계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SPC는 현장을 목격한 노동자들에게 뒤늦게 휴가를 주거나 사망자 장례식장에 상조 물품이라며 SPC 빵을 가져다 놓는 등 미흡하고 어설픈 대응으로 거센 비난을 자초했다.

(송정은 이미령 김윤철 설하은)
"'피 묻은 빵' 이제 그만"…대학가 번지는 SPC 불매운동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