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멋따라] "비행기에서 노란색 종이 안 주나요?" 승객들 입국장에서 '골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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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들, 건강상태 질문서 수백 장씩 챙겨두기도
방역·관광·교통 아우르는 컨트롤타워 부재…관광정책 '엇박자'
"아니 비행기 안에서 '노란색 종이'를 나눠줬어야지.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은 어떡하란 말입니까?"
지난 20일 오후 인천공항 검역소 앞에서는 유럽 여행을 다녀온 승객들이 일제히 데스크 앞으로 몰려가 건강상태 질문서를 작성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방역 당국이 입국자를 대상으로 적어 내도록 한 건강상태 질문서를 여객기 내부에서 나눠주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작성하도록 한 조처 탓이다.
그것도 검역소 바로 앞에 가서야 'Q-코드로 작성하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승객들이 당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날 하루뿐만 아니다.
날마다 모든 항공기 도착 시마다 이 같은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예전에는 여객기 내부에서 편하게 건강상태 질문서를 작성한 뒤 제출하도록 했지만 이제 항공기 내부에서 노란색 질문서를 나눠주지 않는다.
예고된 사항도 아니었고, 관련 업무에 민감한 여행사 직원들도 알지 못해 적잖이 당황하는 표정이다.
특히 스마트폰으로 'Q 코드'를 검색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 승객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튀어나왔다.
방역복을 입은 한 검역소 직원은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차라리 종이로 적으세요.
그게 더 편합니다.
" 어이없는 일이었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촬영해 뜬 홈페이지를 보려니 깨알 같은 글자에 눈이 아팠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필자도 이 지경인데, 눈이 침침한 어르신들은 더할 것만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데스크 앞에 몰려 노란색 종이에 펜으로 기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중장년층이다.
간혹 젊은 층도 있었다.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한 한 승객은 "비행기 내부에서 미리 나눠줬었으면 아무 일 없었을 것을, 이건 순전히 공급자 마인드의 정책"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한 여행사의 발 빠른 유럽 여행 가이드는 노란색 건강상태 질문서를 수백 장 챙겼다.
다음 여정에서도 이런 불편을 겪을 게 불을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그는 "여객기 내부에서 나눠줬으면 아무 문제 없을 텐데 대체 뭣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며 "다음에 입국할 때 고객들의 어려움을 줄여드리기 위해 먼 유럽까지 이 질문지를 갖고 나가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천공항검역소 관계자는 "항공사를 통해서 또는 기내에서 'Q-코드' 작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안내하고 있다"면서 "설혹 승객들이 듣지 못했더라도 검역소 앞에서 수기로 작성하면 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날 필자가 탄 항공편에서 안내방송을 들은 사람은 주위에서 찾을 수 없었다 .
또 여객기가 착륙한 뒤 바로 'Q-코드'를 찾아 수많은 질문에 답하기도 쉬운 일은 아니다.
이처럼 관광과 교통, 방역이 얽힌 현장이 삐걱거린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유전자증폭(PCR) 검사가 의무였던 최근까지 황금노선이라 불리던 김포-하네다 노선의 출발점인 김포공항에 PCR 검사 센터가 설치되지 않아 김포공항에 내린 일본인 관광객들이 다시 인천공항으로 가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매번 공항 출입국 정책이 삐걱거리는 것은 방역과 관광, 교통을 통합적으로 컨트롤할 타워가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행업계에서는 업계가 붕괴한 시점에서 누군가가 나서 이런 난맥상을 조율해줘야 한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특히 여러 부처의 시각이 엇갈려있을 때 큰 역할을 했던 것은 과거 청와대 비서관이었다.
박근혜 정부 때까지는 관광과 교통, 방역 당국을 불러놓고 조정할 관광정책 담당 비서관이 있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이를 없앴다.
당시 여행업계에서는 "더는 문 정부의 관광정책에 기대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발언이 쏟아지기도 했다.
이후 정권교체가 이뤄졌지만 문 정부가 없앴던 관광정책 비서관은 부활하지 않고 있다.
하루 전인 지난 19일에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관광업종단체 핵심 리더 1천5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총궐기 대회가 열렸다.
문 정부에 이어 현 정부에서도 폭망하다시피 한 여행업을 도외시하고 있다는 것이 관광업계의 불만이다.
관광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전 박근혜 정부 때는 관광정책 비서관이 있었지만, 문 정부에서 이를 없애 아쉬움이 많다"면서 "업계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방역 당국과 관광업계 등을 조율할 관광 전문가가 대통령실에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방역·관광·교통 아우르는 컨트롤타워 부재…관광정책 '엇박자'
"아니 비행기 안에서 '노란색 종이'를 나눠줬어야지.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은 어떡하란 말입니까?"
지난 20일 오후 인천공항 검역소 앞에서는 유럽 여행을 다녀온 승객들이 일제히 데스크 앞으로 몰려가 건강상태 질문서를 작성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방역 당국이 입국자를 대상으로 적어 내도록 한 건강상태 질문서를 여객기 내부에서 나눠주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작성하도록 한 조처 탓이다.
그것도 검역소 바로 앞에 가서야 'Q-코드로 작성하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승객들이 당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날 하루뿐만 아니다.
날마다 모든 항공기 도착 시마다 이 같은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예전에는 여객기 내부에서 편하게 건강상태 질문서를 작성한 뒤 제출하도록 했지만 이제 항공기 내부에서 노란색 질문서를 나눠주지 않는다.
예고된 사항도 아니었고, 관련 업무에 민감한 여행사 직원들도 알지 못해 적잖이 당황하는 표정이다.
특히 스마트폰으로 'Q 코드'를 검색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 승객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튀어나왔다.
방역복을 입은 한 검역소 직원은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차라리 종이로 적으세요.
그게 더 편합니다.
" 어이없는 일이었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촬영해 뜬 홈페이지를 보려니 깨알 같은 글자에 눈이 아팠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필자도 이 지경인데, 눈이 침침한 어르신들은 더할 것만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데스크 앞에 몰려 노란색 종이에 펜으로 기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중장년층이다.
간혹 젊은 층도 있었다.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한 한 승객은 "비행기 내부에서 미리 나눠줬었으면 아무 일 없었을 것을, 이건 순전히 공급자 마인드의 정책"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한 여행사의 발 빠른 유럽 여행 가이드는 노란색 건강상태 질문서를 수백 장 챙겼다.
다음 여정에서도 이런 불편을 겪을 게 불을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그는 "여객기 내부에서 나눠줬으면 아무 문제 없을 텐데 대체 뭣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며 "다음에 입국할 때 고객들의 어려움을 줄여드리기 위해 먼 유럽까지 이 질문지를 갖고 나가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천공항검역소 관계자는 "항공사를 통해서 또는 기내에서 'Q-코드' 작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안내하고 있다"면서 "설혹 승객들이 듣지 못했더라도 검역소 앞에서 수기로 작성하면 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날 필자가 탄 항공편에서 안내방송을 들은 사람은 주위에서 찾을 수 없었다 .
또 여객기가 착륙한 뒤 바로 'Q-코드'를 찾아 수많은 질문에 답하기도 쉬운 일은 아니다.
이처럼 관광과 교통, 방역이 얽힌 현장이 삐걱거린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유전자증폭(PCR) 검사가 의무였던 최근까지 황금노선이라 불리던 김포-하네다 노선의 출발점인 김포공항에 PCR 검사 센터가 설치되지 않아 김포공항에 내린 일본인 관광객들이 다시 인천공항으로 가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매번 공항 출입국 정책이 삐걱거리는 것은 방역과 관광, 교통을 통합적으로 컨트롤할 타워가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행업계에서는 업계가 붕괴한 시점에서 누군가가 나서 이런 난맥상을 조율해줘야 한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특히 여러 부처의 시각이 엇갈려있을 때 큰 역할을 했던 것은 과거 청와대 비서관이었다.
박근혜 정부 때까지는 관광과 교통, 방역 당국을 불러놓고 조정할 관광정책 담당 비서관이 있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이를 없앴다.
당시 여행업계에서는 "더는 문 정부의 관광정책에 기대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발언이 쏟아지기도 했다.
이후 정권교체가 이뤄졌지만 문 정부가 없앴던 관광정책 비서관은 부활하지 않고 있다.
하루 전인 지난 19일에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관광업종단체 핵심 리더 1천5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총궐기 대회가 열렸다.
문 정부에 이어 현 정부에서도 폭망하다시피 한 여행업을 도외시하고 있다는 것이 관광업계의 불만이다.
관광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전 박근혜 정부 때는 관광정책 비서관이 있었지만, 문 정부에서 이를 없애 아쉬움이 많다"면서 "업계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방역 당국과 관광업계 등을 조율할 관광 전문가가 대통령실에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