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점만 12번' 인삼공사, 삼성에 신승…'옛 동료' 이정현과 승부처 맞대결
'3.4초 전 결승 득점' 오세근 "이정현, 너무 잘해 당황스럽더라"
"마지막에 항상 이정현이 나설 줄은 알았는데 너무 잘해서 좀 당황스럽던데요.

"
22일 오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는 종료 직전까지 결과를 알 수 없는 '명승부'가 펼쳐졌다.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정규리그 3연승으로 선두를 달리던 안양 KGC인삼공사가 서울 삼성마저 82-81로 잡아내며 올 시즌 들어 네 번째 승전고를 울렸다.

경기 내내 엎치락뒤치락하던 양 팀의 동점 횟수만 12번이다.

인삼공사가 8번, 삼성이 7번 역전했다.

삼성보다 하나 더 많은 인삼공사의 역전은 종료 3.4초 전에 이뤄졌다.

80-81로 뒤진 가운데 돌파하다가 수비에 막힌 변준형의 패스를 받은 오세근이 골밑슛을 올려놨고, 공이 림을 가르며 결승 득점이 됐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오세근은 결승 득점의 주인공인데도 표정이 밝지 않았다.

그는 "반성해야 하는 경기다.

약속된 게 하나도 안 됐고, 공격에서 계속 끌려갔다"며 "마지막은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덤덤한 태도와 달리 경기 막판 오세근의 활약이 없었다면 이정현이 폭발한 삼성을 누를 수 없었다.

4쿼터 막판까지 팽팽한 접전에서 먼저 나선 쪽이 이정현이었다.

그는 종료 3분 전 변준형 앞에서 3점을 꽂아 넣으며 추가 자유투도 얻어냈다.

이어 2점 슛도 성공하며 77-74로 격차를 벌렸다.

그러자 오세근은 장민국을 상대로 두 번 연속으로 득점과 함께 추가 자유투를 얻어내며 6점을 쓸어 담았다.

오세근은 "마지막에는 항상 이정현이 나서는 줄은 알았는데 너무 잘하더라. 그래도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놓지 않아서 이긴 것 같다"고 되돌아봤다.

'3.4초 전 결승 득점' 오세근 "이정현, 너무 잘해 당황스럽더라"
두 선수는 다섯 시즌 동안 인삼공사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내외곽의 중심 선수로 두 번의 챔피언결정전을 합작했다.

'옛 동료' 이정현의 연속 득점에 맞불을 놓은 오세근의 활약으로 80-79로 앞서며 인삼공사가 승리를 눈앞에 둔 듯했다.

그러나 삼성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이동엽이 또 한 번 자유투를 얻어내 모두 성공하면서 종료 25초 전 81-80으로 재역전했다.

결국 오세근이 또 한 번 나서야 했다.

3.4초 전 침착하게 결승 득점이 터뜨리며 승리를 가져왔다.

오세근은 "반성할 게 많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다"며 씩 웃었다.

현재 인삼공사는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개막 후 패배가 없는 팀이다.

오세근은 연승의 원동력으로 소통이 늘어난 점을 꼽았다.

그는 "감독님께서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연습이나 작전타임이나 그냥 지시만 내릴 수도 있는데, 선수들끼리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시간이 많이 늘었다.

그 부분이 작년과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러다 보니 선수들도 코트에서 더 자신감 있게 뛸 수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상식 인삼공사 감독도 "작전타임 중 (내가) 빠져줄 테니 서로 이야기를 많이 하라고 해야 한다"며 "오늘이 고비라고 봤는데 (선수들에게)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건세근'(건강한 오세근)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오세근에게 선수 생활은 곧 부상과 싸움이기도 하다.

이런 '건강' 측면에서 아직 초반이긴 하지만, 올 시즌은 합격점을 줄 만하다.

오세근은 이번 시즌 네 경기에 모두 출전해 평균 28분가량을 뛰었다.

오세근은 "지금 몸 상태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관리를 계속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지금은 큰 무리 없이 뛰고 있지만, 올 시즌은 50경기 정도는 안 다치고 뛰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